그리움

[스크랩] 정지용 / 이 상 / 천상병

황령산산지기 2016. 12. 17. 06:41

 

 

 

행복 / 천상병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에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도 충분하고

예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구름 / 이상李相 이상례

 

그리움은

길을 만든다지

외로움은 먼 하늘도 만든다지

 

꽃이 넘겨다보는 여기 그곳

그 길에 분분이 찍어내는 발자국

 

이슬이 지우고 나서도

남아 있는 흔적들

싸리를 묶은 구름이 문지르는

 

외로움은 먼 하늘도 만든다지

그리움은

길도 만든다지

  

 

 

 

정지용 / 유리창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꾸 커 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쪼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휘파람 부는 밤

희미한 보랏빛 유리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 내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뺨은 차라리 연정스레이

유리에 비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아련히, 긋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서 고운 회재가 오른다

 

 

<2014年, 인터넷 세상에 아름다운 시詩>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차두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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