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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힘들면 쉬었다 가요 / 한 물건

황령산산지기 2016. 6. 21. 09:35

 

 

분명하게 가리켜 보이는 곳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속이지 않네.
서산 너머로 비가 지난 뒤
아지랑이 빛깔 눈에 서늘하네.

- 남포소명(南浦紹明, 1235~1308)

분명지시처(分明指示處)
적면불상만(覿面不相謾)
우과서산후(雨過西山後)
남광발안한(嵐光潑眼寒)



창가에 초여름의 아침 햇살이 드리우고

부산스런 새들의 지저귐이 들립니다.

세존이 꽃을 들어 보인 소식이 분명합니다.

창을 여니 밤새 창 밖에서 기다렸던 숲의 향기가 향긋하고,

아직은 서늘한 바람 불어와 가볍게 소름이 돋습니다.

덕산(德山, 782~865)의 몽둥이질과 임제(臨濟, ?~867)의

고함 소리가 역력합니다.

불법은 이와 같이 눈앞에 확연하게 드러나 있으니

결코 사람을 속이는 말이 아닙니다.

스스로 일으킨 생각을 따라 가는 바람에 보면서도 보는 줄 모르고,

들으면서도 듣는 줄 모르고, 느끼면서도 느끼는 줄 모르고,

알면서도 아는 줄 모를 뿐입니다. 자기가 자기에게 속는 것이지,

경계가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비 개인 뒷날 앞산을 바라보십시오.

골짜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안개와 아지랑이가

불법을 온통 누설하고 있습니다.

본래 없던 것이 인연 따라 일어났다

잠시도 머물지 않고 다시 인연 따라 사라집니다.

오고 가는 인연 가운데 온 적도 없고

가지도 않는 한 물건이 있습니다.

너무나 분명해서 도리어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 몽지님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당(幽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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