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스크랩] 죽은 듯이 사시구려

황령산산지기 2016. 1. 29. 13:54

죽은 듯이 사시구려




 

 

죽은 듯이 사시구려   -홍종흡-

 

내 팔뚝- 작년만 해도

힘주면 달걀처럼 불끈 솟았는데

올해는 연두부처럼 흐물흐물

팔뚝 밑으로 처져 내려 

삶은 애호박 반쪽 같다

 

뱃살은- 끼니 거르며

이제 좀 들어갔겠지~했는데

물렁살이 삐져나갈 길 찾았는지

옆구리까지 출렁대는 풍채

영락없는 장독대 항아리

 

연속극 속에 어떤 영감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할멈 곁에 다가앉아

어설픈 아양이라도 떨라치면

뱃살이나 빼고 와유-! 앙칼진 소리에

개 밥그릇 된 내 기분- 할멈은 알까~?

 

착각 속에 사는 할멈

자신이 엄청 젊은 여인이나 되는지

잠자리에 들 때마다

손가락으로 밀가루 반죽 찔러보듯

내 배를 쿡쿡 찌른다

 

세상 살맛 안 난다

뱃살 좀 나왔기로서니

부지이 같은 손가락으로

인절미처럼 보드라운 내 배를

아궁이 군불 때듯 찔러야 하나 ? 

 

긴- 겨울

월세 줬던 문간방으로 쫓겨난 신세

앉았다- 누웠다- 잠 청해보는데

그리운 추억 하나 내 곁에 살며시 누워

그 옛날처럼 속삭인다

 

남은 인생

애쓰지 말고

죽은 듯이 사시구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설매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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