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듯이 사시구려
죽은 듯이 사시구려 -홍종흡-
내 팔뚝- 작년만 해도
힘주면 달걀처럼 불끈 솟았는데
올해는 연두부처럼 흐물흐물
팔뚝 밑으로 처져 내려
삶은 애호박 반쪽 같다
뱃살은- 끼니 거르며
이제 좀 들어갔겠지~했는데
물렁살이 삐져나갈 길 찾았는지
옆구리까지 출렁대는 풍채가
영락없는 장독대 항아리다
연속극 속에 어떤 영감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할멈 곁에 다가앉아
어설픈 아양이라도 떨라치면
뱃살이나 빼고 와유-! 앙칼진 소리에
개 밥그릇 된 내 기분- 할멈은 알까~?
착각 속에 사는 할멈
자신이 엄청 젊은 여인이나 되는지
잠자리에 들 때마다
손가락으로 밀가루 반죽 찔러보듯
내 배를 쿡쿡 찌른다
세상 살맛 안 난다
뱃살 좀 나왔기로서니
부지깽이 같은 손가락으로
인절미처럼 보드라운 내 배를
아궁이 군불 때듯 찔러야 하나 ?
긴- 겨울밤
월세 줬던 문간방으로 쫓겨난 신세
앉았다- 누웠다- 잠 청해보는데
그리운 추억 하나 내 곁에 살며시 누워
그 옛날처럼 속삭인다
남은 인생
애쓰지 말고
죽은 듯이 사시구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설매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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