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스크랩] 당신의 눈 속에서 나의 세계는 끝납니다[BGM]

황령산산지기 2014. 12. 20. 11:34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 보고 싶다는 말 / 이해인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
노란 알맹이가 떨어진다
서로 손 잡고 눕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열매를 맺어
뿌리 곁에 떨어뜨리고 있다.
그들은 저만큼 떨어져 있어도
어느 새 눈길을 주고받았나 보다
비바람 몰아치는 어둔 밤,
번개와 천둥 속에서
마음 쓰다듬어 줄 비밀의 손이라도
잡고 있었나 보다
은행나무 거리만큼의 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절망의 순간을 지켜 줄,
적당한 거리에 서서 바라볼 그대
비밀의 손을 잡아 준다면

- 10월의 은행나무 / 서정윤




매일 만나는 사이보다
가끔씩 만나는 사람이 좋다

기다린다는 것이
때로 가슴을 무너트리는 절망이지만
돌아올 사람이라면
잠깐씩 사라지는 일도 아름다우리라

너무 자주 만남으로
생겨난 상처들이
시간의 불 속에 사라질때까지
헤어져 보는 것도
다시 탄생될 그리움을 위한 것

아직 채 벌어지지 않은
석류알처럼 풋풋한 사랑이
기다림 속에서 커가고

보고 싶을때 못 보는
슴벅 슴벅한 가슴일지라도
다시 돌아올 사랑이 있음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리라


- 기다림 中 / 성백원





우정이라 하기에는 너무 오래고
사랑이라 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다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남이란 단어가 맴돌곤 합니다
어처구니 없이
난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을 좋아한다고는 하겠습니다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외로운 것입니다

누구나 사랑할 때면
고독이 말없이 다가옵니다
당신은 아십니까
사랑할수록 더욱 외로와진다는 것을

- 사랑 / 이해인




나는 너를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다른 이는 또다른 사랑을
오랫동안 홀로 가슴만 적시며
어리석은 사랑해왔구나
너는 나를
그 사람은 너의 그 마음을
또 다른 이는 그의 사랑 느껴
허나 서로가 원치 않는 사랑은
꽃을 피지 못하는구나

이렇게 어긋난 우리의 삶들이
오늘도 어제처럼 이어지는데
우리는 또 무엇을 얻기 위해 살고
무얼 잃기 싫어 눈물 흘리나

- 같은 사랑 中 / 유영석




사랑도 아니었다네
아낌없이 바쳤던 젊음의 빛바랜 꽃잎들
떠나보낸지 오래되었다네

비파를 타는 짚시의
아름다웠던 추억마져 사라져 버릴 때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네

미움도 아니었다네
그들의 깊은 상처에 단지 한줌의 먼지처럼
묻어있을 뿐이지 나만의 사유는 아무것도 없었네

미움도 사랑도 부질없는 신파극
애당초 기다림이란 애꿎은 말들일랑
지나친 세월속에 묻어두고 왔다네
그렇게 질기게 살아왔네

누가 할퀴고 떠난 폭풍우를 잡겠는가
그리움도 아니었네
단지 잊혀지지 않고 가슴을 파고 드는건
그리워서가 아니네
그 어떤 위로도 할 수가 없었네
참말로 뼈아프게 외로웠다네

뒤돌아 보면 아찔한 절망위의 세월
그토록 모질고 모진 바람을 막고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네 참말로 알 수가 없었네

거울을 마주하고 마주치는 눈빛
아득한 곳에서 현기증 같은 멀미가 몰려오네
바로 그것이었네
이 사람의 아픔이었네

기다림도 아니었다네
저 굽이치는 강물속에 던져 버리고
저문 강변에서 육신의 빈 껍질을 벗어 버렸네

뼈마디가 아프도록 슬픈 작별을 해 보았는가
석별의 변주곡이 웅웅 거리는 귓전에서 맴돌 때
빈 들녘의 빛 그림자처럼 잡을 수 없는
모래알 같은 사랑

아직도 불씨처럼 남아있는
석양의 노을같은 추억
한가닥 바람처럼 누군가를 애통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신화같은 사실이라네

누가 그토록 당신을 슬프게 만들었는가
바로 당신, 당신이었네

- 무엇이 당신을 슬프게 하는가 / 김천우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 가을 날 / 김현성





태양이 뜨겁게 깜빡이고 있어

 작은 코리, 너의 귓속엔 아직도 작은 침대들이 사는지

 침대 위에서 너의 정오는 때때로 졸기도 하는지

 아직도 항아리에 내 이야기들을 모아놓는지

 

 너는 내 속눈썹 그늘에서 노래를 불렀지

 타박타박

 내가 술렁일 때마다 작은 귀를 활짝 열던

 

우리는 길을 잃었어 작은 코리

하지만 나의 샘물은 너고

너의 풀은 나야


- 유년 / 박연준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 가을 / 김현승






공사중인 골목길
접근금지 팻말이 놓여있다
시멘트 포장을 하고
빙 둘러 줄을 쳐 놓았다
굳어지기 직전,
누군가 그 선을 넘어와
한 발을 찍고
지나갔다

너였다


-  첫사랑 / 문숙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 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평생 실낱같은 울음을 이어 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가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속으로


- 저 가을 속으로 / 박정만





사는 게 별거겠니 
추억하며 잊어 가는 일

죽고 싶다가 살고 싶은 일

감정의 시소 타며 하늘 보는 일

사는 데 가장 큰 고통은 욕망이야

나를 안아 줘 
안전벨트처럼 안아 줘

불안한 술잔처럼 기울지 않게

돈 걱정과 죽음에 짓눌리지 않게

나를 잡아, 나를 놔

자, 우린 일하고 깨치며 가야지

네 입과 내 입에 사랑의 떡을 처넣고

입 깊숙이 슬픔 들끓게 내버려 두고

쌀과 물을 사람들과 나누고

오늘은 다르게 살기 위한 시도잖니

이 도시만큼 괜찮은 무덤도 없을 거야 
너만큼 편안한 수갑도 없을 거야

네 안에 있으니 따뜻해졌어

날 조이지 마 나한테 매달리지 마

그렇다고 날 떠나면 되겠니

나를 잡아, 나를 놔

나를 잡아


- 나를 잡아, 나를 놔 / 신현림




 


당신의 조용한 눈 속에 나를 쉬게 해 주세요
당신의 눈은 이 지상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이지요

당신의 검은 눈동자 속에 살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동자는 상냥한 밤처럼 부드럽습니다

지상의
검은 지평선을 떠나 단 한 걸음만으로도
하늘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눈 속에서 나의 세계는
끝납니다


- 당신의 눈 속에 / 다우텐 다이






그건 모두 당신 탓입니다
그것도 아실 테지만
오늘 나는 아무일도
할수 없었어요
무슨 일이건 시작하면
당신 생각이 떠올라서요
처음엔 살며시 천천히

그러다 채 알기도 전에
나의 생각은
당신 생각으로 가득 차지요
포근하다는 생각
멋지다는 생각
몹시 사랑스럽다는 생각으로

그런 생각 떨쳐내야죠
오늘 해야 할
일도 있구요

그래서 나는
아주 중요한 일부터 시작 해야겠습니다

당신에게 알리겠어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원하는지
내게 얼마나 당신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 사랑스러운 당신 생각 / 앤드류 토니





당신이 마련하신 
기쁨과 고통의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몇 명이 다녀가셨다지요 
꽃을 준비하지 못한 건 
시들지 않는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란 게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하던가요 
살아 있음을 인생이라 하고 
피어 있을 때만이 꽃이라 하고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때만이 
사랑이라 하지 않던가요 
믿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대의 문을 두드리지 못한 건 
이 믿을 수 없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 연애 편지를 쓰는 밤 / 정해종




 


언제나 나는 한 송이 꽃이고 싶네 너를 위해
꽃잎을 닫고 한없이 풍성한
그꿈의 밤이 끝나고
새벽과 함께 피어날 때 꿈의 정수를
일시에 활짝
흩뿌리는 그런 꽃이고 싶네
나는 언제나 한송이 꽃이고 싶네 너를 위해
꽃잎을닫고 한없이 풍성한
그 꿈의 밤이 끝나고
새벽과 함께 피어날 때 꿈의 정수를
일시에 활짝
흩뿌리는 그런 꽃이고 싶네


- 꽃 / 후안 라본 히메네스


 

 

출처 : 이종격투기
글쓴이 : ★특별한회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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