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강쇠와 옹녀의 사랑 이야기 ...
♣ 변강쇠와 옹녀 ♣
온통 단풍이 아름다운 이 가을에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벽송사를 찾았어요
벽송사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에 있는 선방사찰로 목장승에 얽힌 이야기로 유명한 절이지요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칠선계곡를 오르다 보면 제일 먼저 장승각이 눈에 들어오지요
벽송사 목장승은 2기 모두 몸통이 절반가량 땅 속에 묻힌 하체매몰 모습으로 땅위 높이가 2m 내외인데
한쪽 장승은 윗부분이 불에 타 훼손이 심하고 약 70년 전에 세운 것이라 하네요
우리나라 목장승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귀한 장승이라 하는군요
사찰(寺刹) 입구에 세워진 장승은 잡귀의 출입을 막고 경내의 금지된 규제와 풍수비보(風水裨補)를
지켜주는 수문(守門)과 호법(護法)의 신장상(神將像)들을 세워 놓는것이 보통이지요
그런데 벽송사 장승 중 왼쪽의 장승은 머리 부분이 불에 타 없어졌고 입은 홀쭉하고 뺨이 움푹 패었으며
그 아래 짧은 수염이 나 있으며 금호장군(禁護將軍)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요
그리고 오른쪽 장승은 짱구 모양의 민대머리에 커다란 왕눈과 주먹코를 가지고 있지요
입모양은 합죽하며 입 주위에 불꽃무늬 같은 수염을 표현하였고 턱 밑에도 수염이 무성히 나 있구요
몸통은 중간까지 묻혀 있고 호법대신(護法大神)이란 명문(銘文)이 음각(陰刻)되어 있어요
이 장승들은 원래 벽송사로 들어가는 길가의 양쪽에 마주보고 서 있는 한 쌍의 목장승이었는데
지금은 조그만 집을 지어 한 군데에 가지런히 세워놓았지요
다른 절들의 입구라면 사천왕상이나 금강장사를 보지만 벽송사 입구에는 목장승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요
그런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장승들한테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재미있는 설화가 담겨있다 하네요
다름아닌 변강쇠와 옹녀의 질퍽한 사랑이야기 이지요
옛날 어느날 변강쇠가 장가를 들었어요
그런데 장가간지 첫날밤부터 때와 장소를 안 가리기 아무곳에서나 그짓만 하려 했지요
밤이면 밤새도록 하고도 모자라 밥 먹을때 빨래할때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그것도 모자라 동네 여자들과 간음하기를 밥먹듯 했지요
변강쇠 마누라는 너무도 괴로운 나머지 고향에 계신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어요
동네 아낙과의 간통죄로 인해 감옥신세를 지고 출옥한 변강쇠와 더는 살고싶지 않다고 ...
때마침 평안도 월경촌에 사는 옹녀에게도 문제가 생겼어요
마을에서 옹녀와 잠자리를 같이 했던 모든 남자들이 복상사로 죽어버리고 만것이지요
옹녀는 과부살이 씌어 있어 만나는 서방들 마다 첫날밤을 넘기지 못하고 변사하는 괴력의 색녀였지요
그러다 보니 평안도의 사내놈들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겠다고 옹녀는 고향에서 추방을 당하였어요
추방길에 옹녀는 개성에서 천하의 잡놈 변강쇠를 만나게 되는데
첫눈에 알아본 두 색남과 색녀는 아무곳에서나 딩굴며 온동네가 들썩일 정도로
교성을 지르며 서로 주고 받고하며 삼남을 누비며 돌아 다녔지요
천하의 잡놈 변강쇠 하는 짓은 계집치기, 돈치기, 막처먹기, 술먹기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지라
옹녀는 강쇠의 거시기가 남주기는 아깝고 헤어지기는 싫어 고심끝에
첩첩산중의 지리산골로 들어가면 강쇠가 다른 계집질은 못할것이라 생각하고
자리잡은 터가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의 오도재 고개라고 하네요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변강쇠타령(가루지기)중
'천하의 오잡년 옹녀가 천하의 변강쇠와 내외 삼아 함양 땅에 살았다'는 구절이 있어
많은 학자들이 변강쇠 타령의 주요 무대가 벽송사 주변일 것으로 추정하였는데
그 근거로는 함양 땅 특히 등구 마천지역에 장승이 유난히 많았던 까닭이었지요
변강쇠!
그는 잡질(성행위)외에는 다른 재간이 하나도 없는 잡놈이었어요
그러나 정력 하나 만은 타고나 하루 온종일 그 짓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지요
그러다 겨울이 오고 날씨가 추워져 옹녀가 땔나무를 해오라고 하면 산으로 올라가
재주가 없는 잡놈은 나무할 생각은 안하고 지리산 자락 곳곳에 세워져 있는
천하대장군이나 지하여장군과 같은 장승들을 통채로 뽑아
장작을 패듯 도끼로 패서 가져 오기를 일삼았어요
천하의 잡놈 강쇠란 놈은 그렇게 쪼갠 장승목들로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고 허구헌날 뜨끈뜨끈한
골방에 틀어박혀 옹녀와 들러붙어 질펀한 사랑놀음을 하며 세월을 보냈지요
질펀한 사랑놀이를 하다가 땔감이 떨어져 방이 식으면 눈에 띄는 족족 장승들을 뽑아다 패서 때니
함양 땅 장승들은 언제 어느때 변강쇠에게 뽑혀 땔감이 될지 모르는 딱한 처지가 되고 말았어요
처지가 이렇게 되자 신변에 위협을 느낀 함양의 장승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였지요
힘이 천하장사인 변강쇠 !!
하룻밤에도 열 여자의 몸을 녹초가 되도록 흥건할 땀방울로 짓누르고도
다른 여자를 취할 정도로 강력한 변강쇠 놈의 숫기에 지레 겁을 먹은 함양 땅 장승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변강쇠를 당할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할수없이 대표를 뽑아 전국에 있는 장승들의 우두머리인 서울 노량진 나루터에 세워져 있는
우두머리 장승을 찾아가 변강쇠의 행패를 일러 바쳤어요
함양에서 올라온 대표 장승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우두머리 장승은 전국팔도에 통문을 돌려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던 수만의 장승들을 새남터에 모이게 하고 머리를 맞대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강쇠란 놈을 응징할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지요
대표 장승들이 모여 세운 대책은 전국의 장승들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신통력을 총동원해
변강쇠에게 8백여 가지의 병을 도배하여 죽게 하는 것이었어요
이것도 모르는 천하의 잡놈 변강쇠는 여전히 장승을 뽑아다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動土 : 건드려서는 안될 것을 건드려 지신의 노여움을 사서 받게 되는 재앙)로 죽게 되었지요
죽은 강쇠의 시체를 치우기 위해서 옹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어요
결국은 중 ·초라니 ·풍각쟁이들에게 요염한 몸짓으로 장사만 치러 주면 같이 살겠다고 애걸하자
그들은 서로 장사를 치러 주겠다고 덤비다가 모두 함께 폭사(爆死)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하여 결국 변강쇠는 전국 장승들의 일치된 힘에 의해 병에 걸려 죽고 말았던 것이지요
하여
벽송사에는 변강쇠가 군불을 때가 남은 두장승을 지금도 모시고 있다 하네요
또한 함양군은 판소리 변강쇠 전을 기초하여 이곳에다 변강쇠,옹녀의 묘지를 조성하였으며
아름다운 오도재길에 "변강쇠 옹녀촌"을 만들어 놓았지요
이 목장승들은 경상남도 민속자료 2호로 지정되었다 하는군요
여기서 판소리 가루지기 내용의 일부를 훌터보면
중년(中年)에 비상(非常)한 일이 있던 것이었다.
평안도 월경촌(月景村)에 계집 하나 있으되 얼굴로 볼작시면 춘이월(春二月) 반개도화(半開桃花)
옥빈(玉빈)에 어리었고 초승에 지는 달빛 아미간(蛾眉間)에 비치었다.
앵도순(櫻桃脣) 고운 입은 빛난 당채(唐彩) 주홍필(朱紅筆)로 떡 들입다 꾹 찍은 듯
세류(細柳)같이 가는 허리 봄바람에 흐늘흐늘 찡그리며 웃는 것과 말하며 걷는 태도
서시(西施)와 포사(포사)라도 따를 수가 없건마는 사주(四柱)에 청상살(靑孀煞)이 겹겹이 쌓인 고로
상부(喪夫)를 하여도 징글징글하고 지긋지긋하게 단콩 주어 먹듯 하것다.
열다섯에 얻은 서방(書房) 첫날밤 잠자리에 급상한(急傷寒)에 죽고
열여섯에 얻은 서방 당창병(唐瘡病)에 튀고 열일곱에 얻은 서방 용천병에 펴고
열여덟에 얻은 서방 벼락맞아 식고 열아홉에 얻은 서방 천하에 대적(大賊)으로 포청(捕廳)에 떨어지고
스무살에 얻은 서방 비상(砒霜) 먹고 돌아가니 서방에 퇴가 나고 송장 치기 신물난다.
이삼년씩 걸러가며 상부를 할지라도 소문이 흉악(凶惡)해서 한해에 하나씩 전례(前例)로 처치(處置)하되
이것은 남이 아는 기둥서방 그남은 간부(間夫), 애부(愛夫), 거드모리, 새호루기, 입 한번 맞춘 놈
젖 한번 쥔 놈, 눈 흘레한 놈, 손 만져 본 놈, 심지어(甚至於) 치마귀에 상척자락 얼른 한 놈까지 대고
결단을 내는데 한달에 뭇을 넘겨, 일년에 동반한동 일곱 뭇, 윤달든 해면 두동 뭇수 대고 설그질때
어떻게 쓸었던지 삼십리 안팎에 상투 올린 사나이는 고사(姑捨)하고 열다섯 넘은 총각(總角)도 없어
계집이 밭을 갈고 처녀가 집을이니 황(黃) 평(平) 양도(兩道) 공론(公論)하되
"이년을 두었다가는 우리 두 도내(道內)에 좆 단놈 다시없고 여인국(女人國)이 될터이니 쫓을밖에 수가없다."
양도가 합세(合勢)하여 훼가(毁家)하여 쫓아 내니, 이년이 하릴없어 쫓기어 나올적에 파랑 봇짐 옆에 끼고
동백(冬柏)기름 많이 발라 낭자를 곱게 하고 산호(珊瑚) 비녀 찔렀으며 출유(出遊) 장옷 엇매고
행똥행똥 나오면서 혼자 악을 쓰는구나.
"어허, 인심 흉악하다. 황 평 양서(兩西) 아니며는 살데가 없겠느냐. 삼남(三南) 좆은 더 좋다더고."
노정기(路程記)로 나올 적에 중화(中和) 지나 황주(黃州) 지나 동선령 얼핏 넘어 봉산(鳳山), 서흥(瑞興)
평산(平山) 지나서 금천(金川) 떡전거리, 닭의우물, 청석관(靑石關)에 당도하니
이때에 변강쇠라 하는 놈이 천하의 잡놈으로 삼남에서 빌어먹다 양서로 가는 길에 년놈이 오다가다
청석골 좁은 길에서 둘이 서로 만나거든, 간악(姦惡)한 계집년이 힐끗 보고 지나가니
의뭉한 강쇠놈이 다정히 말을 묻기를
-중략-
계집이 허락한 후에 청석관을 처가로 알고, 둘이 손길 마주 잡고 바위위에 올라가서 대사(大事)를 지내는데
신랑 신부 두 년놈이 이력(履歷)이 찬 것이라 이런 야단(惹端) 없겠구나.
멀끔한 대낮에 년놈이 홀딱 벗고 매사니 뽄 장난할때
천생음골(天生陰骨) 강쇠놈이 여인의 양각(陽刻)번쩍들고 옥문관(玉門關)을 굽어보며
"이상히도 생겼구나. 맹랑히도 생겼구나. 늙은 중의 입일는지 털은 돋고 이는 없다.
소나기를 맞았던지 언덕 깊게 패였다. 콩밭 팥밭 지났는지 돔부꽃이 비치였다.
도끼날을 맞았든지 금바르게 터져 있다. 생수처(生水處) 옥답(沃畓)인지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옴질옴질 하고 있노. 천리행룡(千里行龍) 내려오다 주먹바위 신통(神通)하다.
만경창파(萬頃蒼波)조개인지 혀를 삐쭘 빼였으며 임실(任實)곶감 먹었는지 곶감씨가 장물(臟物)이요
만첩산중(萬疊山中)으름인지 제가 절로 벌어졌다. 연계탕(軟鷄湯)을 먹었는지 닭의 벼슬 비치였다.
파명당(破明堂)을 하였는지 더운 김이 그저 난다. 제 무엇이 즐거워서 반쯤 웃어 두었구나.
곶감 있고, 으름 있고, 조개 있고, 연계 있고, 제사상은 걱정 없다."
저 여인 살짝 웃으며 갚음을 하느라고 강쇠 기물 가리키며
"이상히도 생겼네. 맹랑이도 생겼네. 전배사령(前陪使令) 서려는지 쌍걸낭을 느직하게 달고
오군문(五軍門) 군뇌(軍牢)던가 복덕이를 붉게 쓰고 냇물가에 물방안지 떨구덩떨구덩 끄덕인다.
송아지 말뚝인지 털고삐를 둘렀구나. 감기를 얻었던지 맑은 코는 무슨 일인고.
성정(性情)도 혹독(酷毒)하다 화 곧 나면 눈물난다. 어린아이 병일는지 젖은 어찌 게웠으며
제사에 쓴 숭어인지 꼬챙이 구멍이 그저 있다. 뒷절 큰방 노승인지 민대가리 둥글린다.
소년인사 다 배웠다 꼬박꼬박 절을 하네.
고추 찧던 절굿대인지 검붉기는 무슨 일인고. 칠팔월 알밤인지 두 쪽이 한데 붙어 있다.
물방아, 절굿대며 쇠고삐, 걸낭 등물 세간살이 걱정 없네."
-중략-
천고마비의 아름다운 이 가을에
천생음골(天生陰骨)변강쇠의 정기를 받아
천하의 옹녀를 찾아보는것도 좋을듯 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산적:조동렬(일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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