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줄곳 내가 먼저 갔어. 이제와서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리고는 머리가 먼저 가려 하자.
꼬리가 나무를 휘감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꼬리의 주장대로 먼저 가게 했더니, 곧 불 구덩이 속에 떨어져 뱀이 죽고 말았다.
- 백유경 -
♡*몸과 마음 모두 허깨비와 같습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내 몸은 순간 순간 허물어져 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윤이 나던 머리카락과 새하얀 이빨 길고 도톰하던 손톱과 발톱 모두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보드랍던 피부와 쇠심줄 같던 근육 강건하기만 하던 튼튼한 뼈대도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물로 돌아갑니다.
행복에 겨워 흘리던 기쁨의 눈물도 슬픔에 겨워 흘리던 비탄의 콧물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맛있는 음식에 입 안 가득 고이던 침도 몸 안 곳곳을 부드럽게 적셔주던 진액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썩은 살에서 배어나던 피고름도 냄새나고 더러운 대변 소변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갑니다.
고운 이를 쓰다듬던 그 손길의 따스함도 미운 이를 증오하던 그 분노의 열기도 한 순간의 온기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거칠 것 없이 휘저으며 걷던 씩씩한 몸짓도 고아한 자태로 눈길을 끌던 우아한 몸짓도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방울 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난 뒤 나의 몸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내 몸이다하여 뻗대고 자랑하고 지키려 애쓰지만 내 마음은 강가 돌멩이에 낀 누런 때와 같습니다.
밝고 어둡고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고요하고 시끄럽고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향기롭고 지독하고 풋풋하고 비린내 냄새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달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부드럽고 거칠고 차갑고 따스한 감촉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이것과 저것, 옳고 그른 생각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향기롭고 지독한 냄새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달고 쓴 맛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부드럽고 거친 감촉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옳고 그른 생각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렇게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난 뒤 나의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