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은 낙관과 행복감에 흠뻑 취해있던 이들이 갑자기 차가운 현실을 깨닫는 순간에 찾아온다. 금융위기의 역사를 정리한 킨들버거가 꼽은 10대 거품의 경우에도 한결같이 그랬다.
[그가 꼽은 10대 거품은 (1)1636년 네덜란드 튤립 거품, (2)1720년 영국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 거품, (3)같은 해 프랑스 미시시피회사(Mississippi Company) 주식 거품, (4)1927~1929년 미국 주식시장 거품, (5)1970년대 멕시코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신용 거품, (6)1985~1989년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거품, (7)같은 시기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부동산과 주식 거품, (8)1992~1997 아시아 각국 부동산과 주식시장 거품, (9)1990~1993년 멕시코의 외국인투자 거품, (10)1995~2000년 미국 나스닥시장 주식(정보기술주) 거품이다. 킨들버거는 2003년 타계했다.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거품도 당연히 이 리스트에 포함시켰을 것이다.]
갑자기 깨닫는 냉엄한 현실은 언제나 충격적이다. 튤립 한 뿌리의 값어치가 운하 옆 저택 한 채와 맞먹는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갑자기 깨달았을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믿었던 남해회사와 미시시피회사의 주식이 사실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을 때, 미국의 20분의 1밖에 안 되는 땅을 가진 일본의 부동산 가치가 미국의 2배에 이른다는 게 얼마나 이치에 안 맞는 것인지 분명히 느끼게 됐을 때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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