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의 남부, 오트리브라는 지방에 가면 Palais Ideal, "상상의 궁전"이
있다.
요로코롬 생겼다.
스페인의 가우디 아저씨가 맹글다 만 또 하나의 미완성 건축물 같지만,
사실 이 '궁전'은 완성품이고,
평생 단 한번도 건축, 토목, 조각, 미술 등... 이 건조물을 짓는데 필요한 그 어떤
기술도 배우지 못한 촌부 혼자 만든 작품이다.
그 촌부의 이름은 페르디낭 슈발 (Ferdinand
Ch eval ).
학교는 13살까지만 다녔고, 그 뒤 사진에 보시다시피 저렇게 볼이 깊게 패일 정도의 추한 중년 아저씨가 될 때까지 편지와 소포만 배달했다고 한다.
슈발이 43세 되던 해인 1879년, 그는 편지를 배달하는 길에서 범상치 않은 돌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이 돌을 바라보다 문득 '궁전을 짓고 싶다'는 욕구가 피스톤 백만회 운동 뒤에 느끼는 올가즘처럼 솟구쳤다고 한다.
그 뒤로 약 33년 동안,
슈발은 편지와 소포를 배달한 뒤 남은 시간을 이용, 궁전을 지었다.
완성된 궁전의 외양이나 내부 장식을 보면 누가 도와주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한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든 자료는 공통적으로 '슈발이 혼자 지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궁전 내부엔 혼자 작업을 하기엔 물리적,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들이 많다.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기록은 그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돌, 조개 껍질, 시멘트, 그는 건물을 쌓을 수 있는 재료는 (나무와 철만 빼고) 모두 다 사용했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재료가 궁해져 슈발은 돌을 모으기 위해 매일 30km 이상의 거리를 헤매고 돌아 다녔다고 한다.
(물론 동네 사람들은 이런 슈발을 보고 '미친놈'이라며 침을 뱉었음.)
평생 건축에 대한 기초 상식을 배우긴커녕 조각질 한번 하지 않았던 집배원은 오직 '멋진 궁전을 짓고
싶다'는 활화산 같은 욕구 하나로 33년간 지독한 고행을 감내했고,
마침내, 그가 76세가 되던 해, 궁전은 완성됐다.
완성된 궁전의 모냥을 보면 슈발이 단순한 또라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맨 손으로 단순무식하게 벽돌
쌓아 네모 반듯한 건물을 만드는 건 똥고집만 있으면 다 한다.
근데, 그의 궁전은 도저히 아마츄어가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이다. 평론가들이나 다른 작가들 말에 따르면 스페인 전통 건축 양식은 물론, 앙코르와트 사원, 멕시코 아즈텍 문명,
모스크, 앗시리아의 묘비, 봉건시대의 성곽 등 온갖 건축양식이 혼재한 건물이란다.
당시 프랑스의 작가들은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소문을 들은 (당시 프랑스에
살고 있던) 피카소까지 몸소 찾아와 감동 받고 갔다고 한다.
"영원히 남는 것을 창조하고 싶다"
천재 건축가
슈발의 소망은 이거였다. 자신이 죽어도 영원할 수 있는 무언가.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스핑크스처럼 수만 수천년 남을 수 있는... 뭐 그런 걸
남기고 싶었겠지.
좋잖아? 지금 자신이 죽은 지 딱 80년이 지났는데도, 동양 변방의 어느 오랑캐(나)가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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