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고 처연하다.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정부와 주류언론, 90%가 넘는다는 국민 여론의 절대적 지지가 떠받치고 존숭(尊崇)해 마지 않았던 ‘황우석 신화’는 깨져 버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논문 의혹사건은 끝내 충격적인 파국으로 결론났다. 한가닥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던 황우석 교수의 최종 해명도 온 국민의 열패감을 되돌려 놓을 수는 없었다.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의 “줄기세포가 없다”는 발언에 이어 황우석 교수도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기고한 사이언스지의 논문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앞으로 몇 가지 추가적인 확인·검증 과정과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대세는 거듭된 거짓 발언으로 인한 황우석 교수의 추락으로 결말지어질 듯하다.
우리 사회의 아노미 현상과 국가 이미지 추락이 무엇보다 큰 걱정거리다. 호미로 너끈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을 키워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말았다. 거기엔 진실보다 맹목적인 국익 우선주의와 비뚤어진 영웅 신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과학자에게는 국가와 국적이 있다고 강조한 황우석 교수의 언급이 그른 말은 아니지만 극성 지지자의 국익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은 확대재생산됐다. 하지만 과학의 최우선 목표는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익은 부차적인 문제다.
-외로운 진실 추구 세력에 격려를-
MBC TV의 현장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빚어진 ‘황우석 신화’ 허위 논란은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을 단숨에 누그러뜨린 메가톤급 사건이었다. 그것은 ‘진실’과 ‘국익’의 대결이라는 실로 양보할 수 없는 건곤일척의 대회전으로 확대됐고 PD수첩 담당자들이 취재과정에서 저지른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방법상의 오류로 인해 해당 방송사가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다. ‘반(反) 황우석’은 단숨에 ‘매국노’로 규정되면서 실제로 유례가 없는 ‘애국적 광기(狂氣)’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기도 했다. 광고중단 압력까지 거세게 몰아붙였던 광풍은 지금 되돌아봐도 아찔하다.
MBC PD수첩 팀은 이제 경의와 격려를 받아도 괜찮을 듯하다. 앞서 말한 취재방식에서의 ‘방법론적 오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취재팀이 마침내 되찾은 진실의 위광(威光)만은 결코 해칠 수 없는 일이다. 누리꾼들의 때늦은 반성이지만 MBC에 대한 사과와 위로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을 기회주의로만 폄훼하고 싶지 않다.
정치권에도 헌사를 받아야 할 이들이 있다.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거대 여야 정당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목소리로 ‘황우석 감싸기’에 매몰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만은 무지막지한 정치·사회적 ‘따돌림’ 속에서 꿋꿋하게 ‘외로운 진실’의 편에 섰던 것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소장교수들과 포항공대·KAIST의 일부 교수들을 비롯한 ‘진실 앞에서 겸허한’ 학자들의 노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이미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갖게 된 ‘황우석 권력’에 대해 자연과학자 또는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으로 주저없이 문제를 제기했고, 마침내 고통스러운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새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 보수언론만큼 ‘황우석 감싸기’에 철저하게 함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령에 우리 스스로는 과연 충실하고 철저했는가라는 자문(自問) 앞에서는 적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애당초 진실이라는 광맥(鑛脈)을 파헤치는 것은 실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적어도 이번 ‘황우석 쓰나미’에 있어서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이라는 ‘국민정서’를 알게 모르게 의식했던 사실을 다시금 ‘커밍아웃’하고자 한다. 아울러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오로지 진실의 편에 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약속드리고자 한다.
-희망의 싹,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
이번 사건이 오로지 사회적인 절망과 환멸 등 부정적인 결과만 불러일으킬 것인가. 우리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화로 알았던 황우석 교수의 추락과 전국민적인 자기모멸 등 ‘진실 찾기’의 비용은 너무나 크게 지불했지만 앞서 말한 진실 추구 세력의 존재와 우리 과학계의 신속하고도 올바른 자정능력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생각해 보라. 이들이 없었다면, 이들의 목소리가 뒤늦게 터졌다면 대한민국은 그만큼 더 많은, 더 오랜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비이성과 전근대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진실 찾기’는 참으로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그것만이 희망이다.
사실 황우석 파문의 여파가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곳은 한국 과학계다. 어떤 수사학을 동원해도 형언조차 어려울 게다. 그렇지만 과학과 기술의 긴요성은 열패감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게 만든다. 한 재미과학자의 표현대로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이 아니라 잔칫날”은 되지 못할지라도 우리 사회가 자정능력을 잃지 않았던 데서 희망의 싹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싹을 튼실하게 키워가야 한다.
-종지부 찍어야 할 이성 빠진 광풍-
거기에는 준엄한 전제가 붙어야 한다. 연구의 윤리, 과정의 투명성, 객관성의 담보가 그것이다. 한국 과학계가 전화위복을 위해 결코 잊어서는 안될 교훈이다. 더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 신뢰성을 원상회복하는 도정에는 뼈를 깎아도 모자랄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황우석 파문은 국민, 특히 누리꾼들에게 무거운 숙제를 주었다. 맹목적인 마녀사냥 습성은 이번 기회에 떨쳐버릴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MBC 죽이기’가 다시 ‘황우석 죽이기’로 표변하는 널뛰기 시민정신이 되지 않아야 한다. 외롭게 진실규명 편에 섰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순수한 황우석 지지자들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은 없었으면 싶다. 황우석 교수의 잘못은 실로 엄청나지만 그에게도 재기의 기회는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큰 일이 터질 때마다 늘 우리의 취약점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냄비근성만은 이번에 떨쳐 버리자. 이 땅에 더이상 지성과 이성이 빠진 광풍만 불어대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이 충격파가 한국 과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한 단계 성숙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싶다.
정부와 주류언론, 90%가 넘는다는 국민 여론의 절대적 지지가 떠받치고 존숭(尊崇)해 마지 않았던 ‘황우석 신화’는 깨져 버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논문 의혹사건은 끝내 충격적인 파국으로 결론났다. 한가닥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던 황우석 교수의 최종 해명도 온 국민의 열패감을 되돌려 놓을 수는 없었다.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의 “줄기세포가 없다”는 발언에 이어 황우석 교수도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기고한 사이언스지의 논문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앞으로 몇 가지 추가적인 확인·검증 과정과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대세는 거듭된 거짓 발언으로 인한 황우석 교수의 추락으로 결말지어질 듯하다.
우리 사회의 아노미 현상과 국가 이미지 추락이 무엇보다 큰 걱정거리다. 호미로 너끈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을 키워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말았다. 거기엔 진실보다 맹목적인 국익 우선주의와 비뚤어진 영웅 신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과학자에게는 국가와 국적이 있다고 강조한 황우석 교수의 언급이 그른 말은 아니지만 극성 지지자의 국익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은 확대재생산됐다. 하지만 과학의 최우선 목표는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익은 부차적인 문제다.
-외로운 진실 추구 세력에 격려를-
MBC TV의 현장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빚어진 ‘황우석 신화’ 허위 논란은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을 단숨에 누그러뜨린 메가톤급 사건이었다. 그것은 ‘진실’과 ‘국익’의 대결이라는 실로 양보할 수 없는 건곤일척의 대회전으로 확대됐고 PD수첩 담당자들이 취재과정에서 저지른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방법상의 오류로 인해 해당 방송사가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다. ‘반(反) 황우석’은 단숨에 ‘매국노’로 규정되면서 실제로 유례가 없는 ‘애국적 광기(狂氣)’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기도 했다. 광고중단 압력까지 거세게 몰아붙였던 광풍은 지금 되돌아봐도 아찔하다.
MBC PD수첩 팀은 이제 경의와 격려를 받아도 괜찮을 듯하다. 앞서 말한 취재방식에서의 ‘방법론적 오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명백한 잘못이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취재팀이 마침내 되찾은 진실의 위광(威光)만은 결코 해칠 수 없는 일이다. 누리꾼들의 때늦은 반성이지만 MBC에 대한 사과와 위로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을 기회주의로만 폄훼하고 싶지 않다.
정치권에도 헌사를 받아야 할 이들이 있다.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거대 여야 정당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목소리로 ‘황우석 감싸기’에 매몰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만은 무지막지한 정치·사회적 ‘따돌림’ 속에서 꿋꿋하게 ‘외로운 진실’의 편에 섰던 것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소장교수들과 포항공대·KAIST의 일부 교수들을 비롯한 ‘진실 앞에서 겸허한’ 학자들의 노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이미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갖게 된 ‘황우석 권력’에 대해 자연과학자 또는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으로 주저없이 문제를 제기했고, 마침내 고통스러운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새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 보수언론만큼 ‘황우석 감싸기’에 철저하게 함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령에 우리 스스로는 과연 충실하고 철저했는가라는 자문(自問) 앞에서는 적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애당초 진실이라는 광맥(鑛脈)을 파헤치는 것은 실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적어도 이번 ‘황우석 쓰나미’에 있어서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이라는 ‘국민정서’를 알게 모르게 의식했던 사실을 다시금 ‘커밍아웃’하고자 한다. 아울러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오로지 진실의 편에 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약속드리고자 한다.
-희망의 싹,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
이번 사건이 오로지 사회적인 절망과 환멸 등 부정적인 결과만 불러일으킬 것인가. 우리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화로 알았던 황우석 교수의 추락과 전국민적인 자기모멸 등 ‘진실 찾기’의 비용은 너무나 크게 지불했지만 앞서 말한 진실 추구 세력의 존재와 우리 과학계의 신속하고도 올바른 자정능력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생각해 보라. 이들이 없었다면, 이들의 목소리가 뒤늦게 터졌다면 대한민국은 그만큼 더 많은, 더 오랜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비이성과 전근대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진실 찾기’는 참으로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그것만이 희망이다.
사실 황우석 파문의 여파가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곳은 한국 과학계다. 어떤 수사학을 동원해도 형언조차 어려울 게다. 그렇지만 과학과 기술의 긴요성은 열패감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게 만든다. 한 재미과학자의 표현대로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이 아니라 잔칫날”은 되지 못할지라도 우리 사회가 자정능력을 잃지 않았던 데서 희망의 싹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싹을 튼실하게 키워가야 한다.
-종지부 찍어야 할 이성 빠진 광풍-
거기에는 준엄한 전제가 붙어야 한다. 연구의 윤리, 과정의 투명성, 객관성의 담보가 그것이다. 한국 과학계가 전화위복을 위해 결코 잊어서는 안될 교훈이다. 더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 신뢰성을 원상회복하는 도정에는 뼈를 깎아도 모자랄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황우석 파문은 국민, 특히 누리꾼들에게 무거운 숙제를 주었다. 맹목적인 마녀사냥 습성은 이번 기회에 떨쳐버릴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MBC 죽이기’가 다시 ‘황우석 죽이기’로 표변하는 널뛰기 시민정신이 되지 않아야 한다. 외롭게 진실규명 편에 섰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순수한 황우석 지지자들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은 없었으면 싶다. 황우석 교수의 잘못은 실로 엄청나지만 그에게도 재기의 기회는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큰 일이 터질 때마다 늘 우리의 취약점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냄비근성만은 이번에 떨쳐 버리자. 이 땅에 더이상 지성과 이성이 빠진 광풍만 불어대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이 충격파가 한국 과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한 단계 성숙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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