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갑자 동방삭의 한반도 이야기
도사(道師) 삼천갑자 동방삭
지금으로부터 2천4백∼5백 년경 중국 한나라(前漢) 시대의 이야기이다.
몇 백년을 살았다고 하는 삼천갑자 동방삭(본명: 만청자(滿淸子))이란 사람이 우주만물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심산유곡에서 선도(仙道)에 열중하고 있었다.
때마침 나라에서 그를 필요로 해 그를 찾기 위한 수많은 군사들이 산골짝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 동방삭은 태연자약하게 물방울이 떨어지는 어두컴컴한 석굴(石窟)에서 천리안(千里眼)의 도술을 통해 이미 군사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군사들은 동방삭이 거처하고 있는 석굴 근처에까지, 와~와 하고 몰려들었지만 깎아지른 듯이 험난한 절벽 위에 굴이 있어 아무도 그 굴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묘안을 생각한 장수가 활촉을 이용하여, '지금 임금(漢武帝)께서 선사(仙師)님을 급히 모셔오라는 어명을 받고 왔소이다' 라는 내용의 서신을 굴 안으로 쏴 올렸다.
그러자. 동방삭은 날아온 화살을 왼손으로 잡아 그 화살대에 긴 손톱을 이용하여 "그대 군사들 보다 내가 먼저 갈 것이오(君軍我身先臨)" 란 답서를 써 굴 밖에 있는 장수에게 입 바람을 통해서 날려보냈다. 답서를 받은 장수는 동방삭의 뜻을 금방 이해하고, 곧 말머리를 돌려 궁성으로 향했다.
동방삭이 있는 산에서 궁성까지는 며칠 동안 걸리는 먼 거리였다.
동방삭은 긴 백발을 휘날리며 축지법으로 단숨에 궁성 뜰 앞에 학이 내려앉듯 살포시 내려앉았다.
임금(武帝)은 동방삭을 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하며 동방삭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침식을 취하고 있는 대궐 처마에 구리 종(銅鐘)을 매달아 놓았는데, 이상하게 한두 달 전부터 종을 아무도 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울려 괴상 망측한 생각이 드는데, 왜 우는지 그 까닭 또한 알 길이 없어 선사를 부르게 된 것이오." 라고 근심 어린 어조로 말을 했다.
듣고만 있던 동방삭이 임금에게, "그렇다면 그 구리로 종을 만들 때 그 구리는 모두 다 어디서 구하셨사옵니까?" 라고 묻자 임금은 구리 산이라는 곳에서 캐어다 만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동방삭은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고 두 손을 합장하여 천리통(千里通)이란 술법으로 구리 산 한쪽이 무너져 내려앉아 있음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동방삭은 자신이 본 바를 그대로 임금께 알려주자. 임금은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면서 무엇인가 믿어지지 않는 듯이 신하를 불러 구리 산이 과연 무너졌는가를 알아보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동상삭의 말대로 무너진 게 사실이라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동방삭에게 엄중한 자세로 물었다.
그러자. 동방삭은 바른 자세로 다시 한 번 몸을 가다듬은 뒤 "구리 종이 우는 것은 구리 산이 무너졌기 때문인데, 본래 땅의 기운(地氣)이란, 사람으로 비유하면 어머니와 아들과 같은 인연이옵니다.
이를테면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구리 산이 무너졌기 때문에 아들 격인 구리 종이 따라서 울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미혹한 인간들은 그 까닭을 알지 못한 채 종이 저절로 울린다고들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어 "그리고 산이란 것도 우리 인간들과 같이 풍수학(風水學)에서 용(龍)이라고 일컬어 부르는 혈맥이란 것이 있어서이옵니다" 동방삭이 이렇게 설명을 하자.
임금은 신기한 듯, "그러면 인간은 그 뿌리를 시조(始祖)라고 하는데, 산에도 인간과 같이 그런 뿌리가 있을 게 아니오?" 하고 묻자.
동방삭은, "그래서 산에는 가장 근본이 되는 조종산(祖宗山)이란 것이 있고 그 다음에는 주산(主山)이 있사온데, 그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인간의 혈맥과 조금도 다름없사옵니다." 임금은 동방삭의 말이 하도 신기하여 자신도 모르는 결에 점점 신비스러운 경지로 빠져들었다. 더구나 궁색함이 하나도 없이 자신의 질문에 술술 답하고 있는 동방삭이 선뜻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임금은 동방삭에게, "그러면 선사(동방삭)께서 말한 대로 인간이나 땅이 한결같이 그 근본(뿌리)이 있다면 온 천하(세계)도 반드시 그 뿌리가 있을 텐데 천하의 뿌리는 어디가 되겠습니까?" 하고 묻자.
동방삭은, "그렇지요. 세상 모든 사물에 음양(陰陽)이 있듯이 온 세상이 만들어진 과정도 반드시 시작, 즉 발원성지(發源聖地)가 있사온데, 바로 그 발원성지는 이웃나라 해동국(海東國)이옵니다." 라고 간단하게 설명하자. 임금은 더욱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왜 하필이면 해동국이란 말이오?" 하고 조금은 상기된 모습으로 동방삭을 향하여 묻자.
동방삭은, "주역에 시어간 종어간(始於艮終於艮)이라고 적혀있는데, 그 뜻은 모든 만물의 시작과 끝이 간방(艮方)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간방은 지구 중심부에서 볼 때 바로 해동국이 있는 위치이옵니다." 임금은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하고 바다와 같이 넓은 지식으로 답을 하는 동방삭이 마음에 쏘옥 들었다.
그리고, 동방삭이 궁성에서 며칠이라도 더 묵으며 좋은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동방삭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궁궐을 빠져나와 짚고 있던 지팡이를 공중으로 휙 하고 던져, 나는 차(飛仙車)로 둔갑을 시켜 그 차에 몸을 싣고 석굴을 향하여 구름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 후 동방삭은 백일승천(百日昇天)을 했다.
백일승천이란? 사후(死後)의 현상을 말한 것으로 죽은 시신뿐 아니라 사용품 일체가 사라져 볼 수 없는 것을 일컫는 것이며, 죽은 사람이 생존시에 쓰던 옷가지나 지팡이 신발 등만 관속에 남아 있고 시신이 사라진 사후 상태를 시해(尸解)라고 일컫는다.
도가(道家)에서 백일승천이나 시해를 한 사람은 노자(老子)를 비롯하여 강태공(姜太公), 이소군(李小君) 등 사십여 명이 되는데, 이십여 명의 시체는 없어지고 쓰던 물건만 남아 있는 시해를 했고, 이십여 명은 물건도 시체도 깡그리 사라진 백일승천을 하였다.
한민족의 뿌리와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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