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억울한 죽음이 한이 되어 밥풀 물고 환생한 며느리 밥풀 꽃

황령산산지기 2022. 4. 3. 08:11

억울한 죽음이 이 되어 밥풀 물고 환생한 며느리 밥풀 꽃  

 

 

며느리의 한 

 

솔밭 지나가는 님들아 내 말 한번 듣고가소.

울 엄니 지극정성으로 공양하다가

매 마져 죽은 이 년의 억울한 사연 좀 들어주오. 

 

서방님 머슴살이  멀리 따나시고

울 엄니 적적하실까 내 허전함은 말도 못하고

온갖 정성 다해 울 엄니 봉양했다오.

 

갖은 구박에 설움 다 주셔도

아들 떠나 보낸 허전한 마음이려니 생각하며

이웃집 허드렛일 마다 않고  

품삯 받아 맛있는 반찬 사서 울엄니 지극정성으로 모셨다오.  

 

소화가능 좋치 못한 울 엄니 걱정되어

솥뚜껑 열고 밥알이 익었나

입에 넣고 씹어보던 중에  

 

울 엄니 한테 매맞아 죽었다오. 

 

그게 무에 매맞아 죽을 일이란 말이오. 

억울하오! 억울하오!  

 

솔밭지나는 님들아

이 년의 한을 부디 풀어주오.

    

 

지나가는 과객 

 

너는 참 곱구나

누굴 닮아 이다지도 곱더란 말이냐.

 

하얀이 드러내 웃는  

너의 모습 예쁘기도 하구나.

 

곱고 곱게 자란 너의 모습  

귀족가문의 여식이로고,

 

 

며느리의 탄식

 

그대나 울엄니가 다른게 뭐란 말이오. 

눈감고 귀막아도 이럴수는 없소이다.

하얀이 드러내며 웃고 있다는

그대의 말은 복장이 터지는 구료.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밥풀물고 죽어 밥풀물고 꽃으로

환생했것소.

야속하오. 야속하오.

울엄니도 야속하고

세상 사람들도 야속하오.

 

(흰 며느리 밥풀 꽃)

 

옛날 산골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착한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남편이자 연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성한 아들이 이웃집을 처자와 결혼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결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기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아들 앞에서는 며느리를 심하게 구박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꾀를 냅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니 아들에게 돈을 벌어오라 말을 합니다. 

효성이 지극했던 아들은 어머니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놔 두고 멀리 머슴살이를 떠나게 됩니다.

아내에게는 겨울이 되면 돌아올 터이니 어머니 잘 모시고 있으라 신신당부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며느리는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어머니에게 맛있는 반찬을 해드리기 위해 이웃집 밭일이며 바느질, 빨래등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부셔져라 일을 해서 품삯을 받으면 품삯으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생선도 사고,

과일도 사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한결 같이 칭송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질투심에 사롭잡혀 며느리를 허구헌날 구박하고 때렸습니다.

그래도 착한 며느리는 아들을 떠나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더 공손하게 모셨습니다. 

 

(붉은 며느리 밥풀 꽃 )

 

그러던 어느 날 며느리는 늘 하던 것처럼 어머니께 소화가 잘되는 잘 익을 밥을 해 드리기 위해

솥에서 김이 부풀어 오르자 솥뚜껑을 열고 밥알 몇개를 입에 넣고 씹어 보았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는 이 때다 싶어 며느리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 먹기도 전에 밥을 먹은 나쁜 년이라고 욕을 하면서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할키고

그래도 분이 안풀렸는지 커다란 뭉둥이를 가지고 와서 사정없이 며느리를 때렸습니다.

 

매타작에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그만 죽고 맙니다.

죽은 며느리의 붉은 입술 에는 다 씹지도 못한 밥알이 몇개 붙어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억울하게 죽은 아내를 보며 통곡했습니다. 

아들은 아내를 솔밭에 뭍어주었습니다.

 

여름이 되자 아내의 무덤가에 하얀 밥알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꽃이 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그 꽃을 보고 억울하게 죽은 며느리가

세상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하소연 하고자 환생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며느리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의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 이름이 "며느리 밥풀 꽃" 입니다.

 

"며느리 밥풀 꽃"의 꽃말은 " 여인의 한" 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것이 얼마나 한이 되었던지 밥알을 물고 죽은 자신의 모습이 되어 꽃으로 환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는 과객들은 며느리의 억울 한 사연을 제대로 들어보려 하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과객"과 "며느리의 탄식"이란 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며느리 밥풀 꽃"은 여전히 한이 되어 밥풀을 물고 피어납니다. 

 

심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