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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해야만 하는 이유

황령산산지기 2020. 8. 2. 09:46

 

 

 

 

 

지난 해 가을 서강대학교 [마이클 엉거]교수와 [웨인 드프레메리]교수가 촬영한 다큐멘터리,

'청산리 벽계수야'촬영 현장에서...

-경남 산청군 백운계곡

 

철학을 해야만 하는 이유

 

잊혀질만 하면 찾아 오는 '통신'이 있다.

발행이 비정기이니 당연한 일.

그런데 [나주통신]이라 이름 붙인 이 통신문의 발행인과 편집인이 의외다.

나주의 성덕사 주지 지훈 스님이 발행인이고, 도로공사에 재직 중인 김 아무개씨가 편집인이다.

두 분이 다 전문 글쟁이가 아니다.

그런데도 수준 높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보시(布施)치고는 참으로 고급이다.

이번에 보내 온 나주통신 31호(2020. 8. 1).

첫 머릿글을 '철학을 해야만 하는 이유'라 적었다.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그러면서 스피노자를 인용하여 '철학'을 설명한다.

"경험을 통해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공허하고 무익하다는 것을 배우고, 또한 나의 두려움의 원인이고 대상이었던 모든 것은 정신이 이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한, 그 자체로서는 선도 악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마침내 나는 참으로 선하고 그 선함을 남에게 행할 수 있고, 정신으로 하여금 그 밖의 모든 것을 배제하도록 하는 것이 있는 가를 연구하는 것."

이것이 철학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진리'를 찾는단다.

진리를 찾는 목적은 '자유'.

그렇다면 답은 명료하다.

인간이 자신의 삶 속에서 '자유'롭기만 하다면 그 자체로 진리를 찾은 것이 될 것이고, 그 삶 자체가 오롯이 '철학'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억압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 삶은 당연히 진리의 삶이 아닐 뿐 아니라, 철학으로부터도 멀어진 것이 되고 만다.

자유!

니체는 신을 죽였을 때라야 비로소 획득 할 수 있는 게 '자유'라 했다.

여기서의 신?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관념, 이게 '신'이다.

도깨비불이나 몽당빗자루 귀신이나 원귀가 아니라.

결국 나 스스로가 나의 자유의 의지를 구현하는 것.

그래서 니체는 '초인'을 얘기했다.

그 자유의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설촌 김용욱]선생과 종일을 같이 했다.

한 사람은 청주에서, 또 한사람은 통영에서.

비록 몸은 떨어졌어도 마음은 하나 되어 하루를 같이 한 것이다.

의기가 통한다는 건 그래서 좋다.

빗소리를 들으며 서로를 사모했다.

그가 보내 온 책을 펴 놓고 대금을 불면서.

그가 머무는 곳이나, 내가 처한 곳이나 모두가 다 '지상의 곳'을 넘어섰다.

그것은 특정한 공간적 차원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심리적 차원이다.

사람들은 주로 두가지 유형의 삶을 산다.

하나는 긍적적 사고를 가지고 남과 화해하면서 온유하게 사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온갖 것에 적의를 품고 증오와 냉혹으로 주변을 얼어 붙게 만들면서 사는 것.

어떤 유형의 인간이 행복한가는 부연(敷衍)할 필요가 없다.

철학이 없는 삶처럼 무미건조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의당 '철학'적이어야 할 의무가 있다.

나의 자유가 곧 인류의 자유란 믿음으로.

각자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진리의 삶을 구가한다면 그곳이 곧 천국이요, 피안일테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철학적 삶을 살아야한다.

그것이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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