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 달송

단테 『신곡』의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

황령산산지기 2020. 7. 5. 13:59

 

단테 알리기에리의 초상

 

 

르네상스의 여명을 밝힌 선구자이며, 이탈리아의 위대한 애국시인인 단테의 일생은

그의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에 대한 열정과 분열된 조국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정치적 자양이 되었고, 나아가서

유럽 문화의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 보티첼리 작

 

 

 

‘신곡’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이다.

단테는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안내에 따라 벌의 세계인 ‘지옥’과

회계하는 세계인 ‘연옥’을 순례하고,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따라 천국을 순례한다.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나 윤리학에도 통달했기에

지옥과 연옥에서 깊은 통찰력을 발휘해 시인 단테를 인도하고, 그가 갈망하는 바를 풀어준다.

 

그러나 스승은 연옥의 맨 위층인 지상낙원에 이르자 당황한다.

연옥의 지상낙원은 천국에 올라갈 자격이 있는 망령들이 속죄하며

대기하고 있는 곳이기에 인간의 지성과 이성의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베르길리우스는 세례를 받지 아니한 지옥의 영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베아트리체가 안내를 맡는다.

 

베아트리체는 시인 단테의 영원한 여성이다.

단테는 아홉 살 때 피렌체의 귀족인 포르티나리 가문의 축제에 부모를 따라 간 자리에서

포르티나리의 귀엽고 예쁜 딸 비체 (베아트리체의 애칭)를 처음 보고 천사 같았다.

 

그 후 9년 만에 길에서 우연히 만나 커다란 기쁨에 사로잡혔다.

그로부터 6년후 베아트리체는 세상을 떠나고 단테는 찢어질 듯한 마음의 고통이 시작된다.

비체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단테는 마음으로만 그녀를 동경했다. 둘 사이는 이것뿐이다.

 

당시가 13세기인데, 단테의 천국행 가이드가 사모하는 여성이라니...

“이것은 시인이 베아트리체를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녀가 던진 인사를 받고난 뒤에

하느님의 축복과 구원의 의미를 느꼈기 때문이다.(저자의 해설)"

 

피렌체의 6인 행정위원의 한 사람인 그가 당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무기한 추방되어

비참한 유랑생활중이었으니 베아트리체를 향한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큰 위안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중세 암흑시대에 지옥과 연옥의 안내자로 자신의 스승을 등장시키고,

천국의 안내자로 자기가 사모하는 연인을 등장시킨 것은 르네상스의 여명을 밝힌 선구자임에 틀림이 없다.

 

단테는 인간 지성과 이성의 시대를 연 것이다.

그런데 천국에는 지성과 이성만으로는 안 되고, 사랑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베르길리우스가 안내한 지옥은 1원부터 가장 깊은 곳 9원까지 내려가는 구조다.

 

[제1원- 림보, 제2원- 애욕의 죄인들, 제3원- 탐욕의 죄인들, 제4원- 낭비와 인색의 죄인들, 제5원- 분노의 죄인들,

제6원- 이교도인들, 제7원- 폭력의 죄인들, 제8원- 사기꾼들, 제9원- 배반자들]

 

림보는 고통도 기쁨도 없는 곳. 그리스도 이전 사람들 중 선한 일을 했던 성현 ․ 군주 ․ 시인 ․ 철인들과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혼이 있는 곳이다. 제2원부터 고통의 지옥이 시작된다.

지옥의 깊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윤리학」의 이론에 따라

부절제(2~5원), 폭력(7원), 사기와 배반(8,9원)의 세 가지 순서에 따른다.

 

신비하고 영원한 여성 베아트리체에 대한 결정적인 칭송의 시구

 

", 여인이시여. 그대 안에 내 희망이 힘을 얻고

그대 나의 구원을 위해 저 지옥 속에

발자취를 남기시는 괴로움을 겪으셨습니다.

 

내 보아 왔던 그 많고도 많은 것들을

그대의 힘이여 그대의 선에서 온

은혜와 덕으로 나 이제 받아들입니다.

 

그 모든 길과 그 모든 방법으로써

나를 속박에서 자유에로 이끄신 그대,

모든 것을 이루시는 힘을 지니셨습니다.

 

그대의 너그러움을 내 안에 간직하시어

그대가 건강히 치유해 준 나의 영혼이 그대의

뜻을 따라 육체에서 풀려나게 하소서."

 

_천국편3179~90

 

/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한형곤 옮김『신곡』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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