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요법

고양이 한테 배운 의료 지혜로 백혈병을 고치다

황령산산지기 2020. 3. 1. 06:19

파라다이스

    

고양이한테 배운 의료지혜로 백혈병을 고치다

 

 

최진규/약초학자,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서부터 70년대까지 농촌에 쥐가 많아서 농산물에 피해를 많이 끼쳤다. 그래서 나라에서 집집마다 쥐약을 무료로 나누어주면서 쥐잡기 운동을 벌였다.


그 무렵 농촌마을에는 어디를 가든지 비어 있는 벽마다 한 날 한 시에 쥐약을 놓아 쥐를 박멸하자는 식의 문구가 적힌 벽보가 붙어 있기 마련이었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죽은 쥐를 학교에 갖고 가서 담임선생님한테 보여서 몇 마리나 잡았는지 보고를 해야 하기도 했다.


 

독약 중에서 제일 악랄한 탈륨 쥐약

 

그 시절에 사람이든지 동물이든지 먹기만 하면 반드시 죽는 무서운 쥐약이 있었다. 그 때는 무슨 성분인지 몰랐지만 그 쥐약은 탈륨이라는 중금속을 황산과 섞어서 만든 황산탈륨(Tl2SO4)이었다. 탈륨(thallium)은 원자번호 81번으로 주기율표에 올라 있는 금속원소다.


붕소족에 딸린 중금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독약의 하나다. 어른 한 사람이 0.8그램을 넘게 먹으면 목숨을 잃는다. 황산탈륨 쥐약은 맛도 냄새도 없으며 물에 잘 녹는 하얀 색 가루인데, 밥에 섞어서 쥐구멍 앞에 놓아두면 쥐들이 와서 먹고 쥐구멍 밖으로 기어 나와서 사방으로 비실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죽었다.


탈륨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독약의 하나로 비상(砒霜)이나 수은, 카드뮴보다 독성이 훨씬 더 강하다.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정적(政敵)을 암살하는데 쓰기도 했고, 영국의 그레이엄 영이라는 범죄자는 오직 실험 목적으로 가족과 이웃, 동료 등 70여 명한테 탈륨을 먹여 그 중에 4명을 죽이고 그 과정을 학술논문을 뺨칠 정도로 치밀하고 정확하게 기록한 독살일기를 남겼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요코라는 열여섯 살 된 여고생이 그레이엄 영의 독살일기를 읽고 그 흉내를 내어 제 어머니한테 탈륨을 조금씩 먹여 어머니가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어가는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여 블로그에 올린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서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탈륨은 사람이나 동물을 매우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죽이는 독약이다. 탈륨이온은 칼륨이온과 크기와 성질이 비슷하여 칼륨이온 대신에 세포막의 물질대사과정에 참여하여 칼륨이온으로 인해 활성화하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여 독성을 발휘한다.


 탈륨은 칼륨 농도가 높은 신경과 간, 심근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칼륨과 결합하여 세포의 활동을 마비시킨다. 곧 진짜 칼륨 행세를 하는 가짜 칼륨이라고 보면 된다. 탈륨이나 칼륨이나 이름도 비슷하지 않은가!


탈륨에 중독되면 갈증이 심하게 나고 팔다리가 불에 타는 듯이 아프고 돌처럼 굳어져서 차츰 마비된다. 그 뿐만 아니라 머리털이나 눈썹, 음모 등 온 몸의 털이 뭉텅뭉텅 빠지고 격심한 두통과 복통, 근육통, 구토, 설사, 변비, 정신이상, 환각 등의 증세로 고통을 받다가 마지막으로 눈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으며 말도 할 수 없게 되는 등 모든 감각과 호흡이 마비되어 혼수상태가 되어 죽는다.


 탈륨에 중독되면 며칠에서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 특징이다. 다행히 죽지 않는다고 해도 영구적으로 신경이 마비되거나 정신이상이 되는 등 후유증이 심하게 남는다. 탈륨은 독성이 너무 악랄하여 지금은 세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농번기에는 농사일로 바빠서 쥐약을 놓지 않고 대개 농사일이 없는 겨울철에 쥐약을 놓아 쥐를 잡았다. 그래서 겨울철이면 죽은 쥐를 먹고 중독되어 마을에 있는 동물들이 차례로 죽어나갔다. 죽은 쥐를 먹은 개와 고양이가 털이 뭉텅뭉텅 빠진 채로 침을 질질 흘리고 빌빌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아무데서나 쓰러져 죽었다.


쥐약을 먹은 쥐가 죽고, 그 죽은 쥐를 먹은 고양이가 죽고, 그 죽은 고양이를 먹은 까마귀도 죽고, 그 죽은 까마귀를 먹은 매나 독수리도 죽었다. 쥐약을 한 번 놓고 나면 동네 주변에 있는 온갖 길짐승과 날짐승들이 줄줄이 초상을 당하기 마련이었다.


어느 해인가 겨울을 지나고 나서 봄철에 쥐약을 놓았다. 그 때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고 동네의 개가 여섯 마리나 죽고 까마귀, 매 같은 날짐승도 여러 마리가 죽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고양이는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쥐는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이므로 죽은 쥐를 고양이가 먹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한 마리도 죽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그것을 보고 틀림없이 고양이가 쥐약 독을 풀 수 있는 약초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고양이가 풀 말고 다른 해독제를 만들어서 먹었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과연 고양이가 어떤 약초를 먹고 쥐약 독을 해독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쥐약 먹은 고양이를 살아나게 한 풀

그 때 마침 동네에서 이장이 집집마다 쥐약을 나누어주고 사흘 뒤에 동시에 쥐약을 놓아 쥐를 잡기로 하였다. 그래서 미리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목에 줄을 걸어 기둥에 묶어 두고 이틀 동안 먹이를 주지 않고 굶겼다.


쥐약을 먹은 쥐는 시각과 청각, 후각 같은 감각이 다 마비되어 깜깜한 쥐구멍에서 밝은 곳으로 기어 나와서 비틀거리며 빌빌 돌아다니다가 죽는다. 쥐약을 먹고 비실거리면서 찍찍거리다가 죽어가는 쥐를 두 마리 잡아서 고양이 앞에 놓아주었더니 고양이는 배가 몹시 고팠던 모양인지 앞발로 달랑 주워서 단숨에 꿀꺽 삼켜 버렸다.


쥐를 삼키고 나서 7-8분쯤 지나자 고양이는 몹시 고통스러운 듯 야옹, 야옹하고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다. 몹시 괴로운 듯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다가 빙글빙글 돌기도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눈동자도 새파랗게 변하면서 기이하게 빛이 났다.


이 때다 하고 목줄을 풀어주었더니 쏜살같이 울타리 옆으로 달려갔다. 슬그머니 뒤따라 가 보았더니 고양이는 울타리 밑에 자라고 있는 괭이밥을 뜯어먹고 있었다. 한 옹큼 괭이밥을 뜯어 먹고 나서 고양이는 먹은 것을 토해 냈다. 토하고 나서 다시 괭이밥을 뜯어 먹고 다시 토해내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렇게 서너 번을 토해서 먹은 것을 남김없이 토해 내고는 양지쪽에 가서 자는 것처럼 웅크리고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혹시 죽은 것이 아닌가 하여 손으로 목을 잡고 들어 올려 흔들어 보기도 하고,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보기도 하고, 꼬리를 잡아당겨 보기도 했으나 축 늘어져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눈까풀을 억지로 뒤집어 눈을 뜨게 해 보려 해도 눈을 뜨지 않았다. ‘이거 틀림없이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도 해가 질 때까지 그대로 죽은 것처럼 누워 있더니 만 이틀이 지났을까. 걱정이 되어 문밖에 나와 보니 어느 틈에 일어났는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당 가운데를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몹시 놀랍고 반가워서 가까이 오라고 불러서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아주 건강하고 생기가 넘쳐서 전혀 쥐약을 먹었던 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쥐약을 먹고 죽어가던 고양이가 괭이밥을 몇 웅큼 뜯어먹고 토해 내고서는 멀쩡하게 살아나서 회복된 것이다. 고양이는 괭이밥을 먹고 그 무서운 쥐약 독을 해독한 것이 틀림없다. 고양이는 괭이밥이 약이 되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를 보고 우리 조상들이 왜 이 풀의 이름을 괭이밥이라고 지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고양이가 늘 먹는 밥은 쥐나 생선 같은 고기이지 풀이 아니다. 어쩌다가 한 번 무엇인가 먹이를 잘못 먹었거나 병이 났을 때 풀을 먹는데, 그 풀이 괭이밥이고 그것은 밥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약으로 먹는 것이다. 그러므로 괭이밥의 본래 이름이 괭이약이었다가 차츰 변해서 괭이밥이 되었을 것이다.


고양이는 완전육식동물이므로 풀을 전혀 먹지 않는다. 그러나 고양이도 병이 나면 풀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호랑이나 사자도 병이 나면 병을 고칠 수 있는 풀을 찾아서 뜯어먹는다고 한다. 이런 것은 다 밥으로 먹는 아니고 약으로 먹는 것이다. 동물한테도 무엇인가 잘못 먹고 소화가 되지 않거나 썩은 것을 먹어서 중독이 되었거나 병이 들거나 상처가 났을 때 약초를 먹어서 스스로 치유하는 의료지혜가 있다.


고양잇과 동물은 대개 간 기능이 허약하다. 초식동물이나 잡식동물은 다양한 것들을 먹어서 그 먹을거리들이 지니고 있는 독을 해독해야 하기 때문에 간의 해독 능력이 좋다. 그러나 고기만 먹는 육식동물들은 간 기능이 약해서 호랑이나 고양이는 간의 해독능력이 사람의 3분지 1이하이고 곰의 10분지 1밖에 되지 않는다.


요즘 현대의학에서는 탈륨에 중독되면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라는 푸른색 물감을 먹어서 해독한다. 프러시안 블루는 밝은 파랑색인 코발트블루보다 진한 파랑색을 내는 물감이다.


프러시안 블루를 우리말로는 암청색, 또는 감청색이라고 부른다. 빈센트 반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그린 그림과 피카소의 청색시대 같은 그림들은 프러시안 블루를 써서 그린 것이다. 곧 별이 총총한 맑은 밤하늘 빛깔이 프러시안 블루의 색깔이다.


프러시안 블루는 페로시안화 철(ferric ferrocyanide)로서 Fe4(Fe(CN)6)3의 화학식을 가진 인공화합물이다. 1704년 무렵 독일의 베를린에서 디스바하(Diesbach)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하고 디펠(Dippel)과 드 피에르(De Pierre) 등이 연구, 개량하여 1750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물감 원료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입자(粒子)가 매우 곱고 햇볕에서도 여간해서는 바래지지 않아서 그림물감이나 잉크, 도료의 원료로 많이 쓴다.


프러시안 블루는 만들기가 쉽고 값이 싸며 독이 없고 색깔도 진해서 염료로서 인기가 높다. 맹독을 지닌 시안염으로 생성되지만 시안(CN)이 철(Fe)에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으므로 독성이 전혀 없다.


시안이온(CN-)이 몸에 있는 효소와 결합하면서 독성이 나타나는 것인데, 철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효소와 결합하지 않으므로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흔히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시안화칼륨은 이온화되기 쉬운 칼륨과 결합되어 있으므로 무서운 독성을 지니고 있다.


프러시안 블루를 먹으면 탈륨을 비롯하여 방사성 원소인 세슘 같은 중금속 독소를 흡착하여 소변으로 빠져나온다.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쥐한테 탈륨을 먹이고 프러시안 블루를 8일 동안 먹였더니 80퍼센트가 소변과 대변으로 빠져 나왔다고 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고양이의 예를 살펴보건대 프러시안 블루보다는 괭이밥의 해독 효과가 월등하게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괭이밥을 지장수(地漿水)와 토판 천일염과 같이 쓰면 세슘이나 우라늄 같은 방사능 독을 흡착하여 해독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괭이밥을 僧兒라고 부르는 까닭은?

 

괭이밥을 다른 이름으로 싱아또는 승아(僧兒)’라고도 부른다. ‘싱아라고 하면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싱아를 떠올리기 쉬운데 그 싱아와 괭이밥은 전혀 다른 풀이다. ‘싱아는 마디풀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 키가 1미터쯤 자라고 잎 모양도 칼처럼 길쭉하여 괭이밥과는 생김새가 전혀 딴판이다. 그러나 잎과 줄기를 먹어보면 신맛이 나는 것은 같다.


본디 괭이밥을 한자로 중 승()에 아이 아() 자를 써서 승아로 부르던 것이 발음하기 쉽게 부르다 보니 싱아가 되어 진짜 싱아와 헛갈리기 쉽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진짜 싱아는 어떻게 해서 싱아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신맛이 나는 것과 싱아라는 이름이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무튼 괭이밥은 싱아라고 하지 말고 승아로 불러야 헛갈리지 않는다.


승아는 사람을 몹시 좋아하는 풀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사람을 싫어하고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므로 사람이 심어 가꾸면 병이 많고 수명이 짧아진다. 사람이 없는 깊은 산 속에서 수백 년을 사는 산삼도 사람이 심어 키우면 6년을 살지 못하고 죽고, 높은 산에서 수십 년이나 수백 년을 사는 도라지도 사람이 밭에 심어 키우면 3년에서 5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식물 중에서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것은 지치또는 자초(紫草)’라고도 부르는 약초다. 지치는 천하제일의 약초 가운데 하나로 야생상태에서는 수백 년을 살수 있지만, 사람이 심어 가꾸면 아무리 정성을 많이 들여도 아니 정성을 들일수록 수명이 짧아져서 1년 밖에 살지 못하고 죽는다.


 약초로서는 효능도 거의 없고 다만 보랏빛 염료로 쓸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승아는 이와 반대로 사람을 좋아하여 사람이 사는 곳 주위에서만 나서 자란다. 사람 곁에서만 살고 사람 곁을 떠나면 죽어서 없어진다. 승아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는지는 알 길이 없다.


깊은 산 속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승아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깊은 산골이라도 사람이 와서 살기 시작하면 3년쯤 지난 뒤부터 뜨락, 마당가, 울타리 밑, 담장 옆, 화장실 옆, 창고 주변, 길가 등 사람이 자주 다니는 데서부터 승아가 나서 자라기 시작한다.


집에서 쉰 발자국 넘게 떨어진 곳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아무도 씨앗을 갖고 와서 심지 않았는데, 어떻게 씨앗 없이 풀이 저절로 나서 자라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참으로 신기한 풀이다.


승아의 씨앗을 자세히 살펴보면 길쭉하고 표면이 구슬처럼 매끈하여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이나 신발 같은 것에 달라붙어서 옮겨 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생겼다. 도깨비바늘이나 집신나물 같은 풀의 씨앗에는 갈고리나 털이 있어서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달라붙어서 멀리 옮겨가서 씨앗을 퍼뜨린다.


그런데 승아 씨앗은 새도 먹지 않고 소나 염소 같은 가축도 먹지 않으므로 동물의 뱃속을 통해서 옮겨 갈 수도 없다. 발도 날개도 없는 씨앗이 어떻게 해서 씨앗이 수십 리나 떨어져 있는 산속까지 옮겨가는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다.


옛날에는 깊은 산속 절간에 홀로 사는 스님이 버려진 아이를 주워 와서 절간에서 키우는 일이 많았다. 스님은 자손이 없지만 남의 아이를 데려와서 자기 자식처럼 키우는 것이다. 깊은 산속 수십 년 동안 비어 있던 절간이라도 스님이 와서 살기만 하면 절간 주변에 저절로 승아가 나서 자란다.


 승아의 이런 특성을 알고 우리 조상들은 자손이 없는 스님이 부모 없는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것이나 심지 않은 승아가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이나 같다고 해서 중 승()에 아이 아() 자를 써서 승아라는 이름을 지었다.


외지고 깊은 산중의 절간이나 외딴 집 주변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승아는 그 시조(始祖)가 없는 것으로 짐작된다. 어딘가에서 씨앗이 옮겨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처음 난 것이 그 주변 승아 종족의 시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이 세상에 사람이 없어지면 승아초도 없어질 것이 틀림없다.


 

사람을 짝사랑하는 풀, 사람과 떨어지면 죽는다

 

예전에 서울 북한산 속 진관내동에 수백 가구가 사는 마을이 있어서 승아를 뜯으러 자주 다녔다. 마을 주변에 승아가 많아서 잠깐 동안이면 큰 자루를 하나 가득 채울 만큼 뜯을 수 있었다. 그렇게 뜯은 승아는 백혈병, 간경화, 신장염, 아토피 피부병, 식중독 등에 효과가 아주 좋았다.


요독으로 인해 몸이 퉁퉁 부어 있는 사람이나 산후풍으로 몸이 누렇게 뜬 사람, 술 중독이거나 약물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한테도 승아를 약으로 쓰면 신기하다고 할 만큼 잘 나았다.


그런데 국립공원 정비사업으로 인해 마을을 철거해서 마을이 없어지고 사람들도 다 이사를 가고 나서 3년이 지난 뒤에 가 보았더니 그 많던 승아가 다 멸종되고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일년에 한두 번씩 갈 때마다 한 자루씩 뜯을 수 있을 만큼 흔하던 것이 종자조차 남지 않고 없어진 것이다.


이를 보고 승아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에서 저절로 생겨나서 자라고, 사람이 떠나서 사람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죽어 없어지는 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괭이밥이라고 하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조그마한 잡풀이 이토록 사람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오대산이나 지리산 같은 곳의 높은 산꼭대기 부근에도 조그마한 암자나 토굴이 있다. 이 암자나 토굴에도 스님이 기거하기 시작하면 3년 뒤에 어느 틈엔가 승아가 저절로 나서 자라다가, 스님이 떠나서 절이 비면 3년쯤 뒤에 슬그머니 없어져 버린다. 괭이밥은 사람을 가장 좋아하여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나고, 사람이 가까이 있어야만 나서 자라는 기이한 풀이다.


괭이밥은 최고의 해독제다. 독풀이약으로 이를 뛰어넘을만한 풀이 따로 없다. 농약중독, 알코올 중독, 중금속 중독 같은 온갖 독을 푼다. 괭이밥은 몸 안에 있는 모든 독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최고의 세척제이며 정화제다.


괭이밥으로 백혈병과 혈소판감소증 환자를 여럿 고친 적이 있다. 백혈병이나 혈소판감소증은 다 같이 몸이 산성화되어 생기는 병이다. 체액이 산성으로 되면 혈관이 산화되어 약해진다. 실핏줄이 산화되어 터져서 부딪히지도 않았는데도 저절로 퍼렇게 멍이 들곤 한다. 이럴 때 괭이밥을 먹으면 멍이 풀리면서 차츰 병이 낫는다.


골수가 산성으로 되면 뼈가 약해지고 골수에서 피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적혈구가 모자라면 빈혈이 되고 면역력이 약해지면 백혈구가 늘어나서 백혈병이 된다. 괭이밥은 산성화된 골수를 알칼리성으로 바꾸어 주면서 골수세포에 핵산(核酸)을 늘리고 면역력을 키워서 저절로 백혈병이나 혈소판감소증이 낫게 하는 것이다.


백혈병이나 혈소판감소증을 낫게 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서 괭이밥을 조금씩 수시로 먹으면 유행성 감기를 비롯하여 어떤 잔병치레도 하지 않게 된다.


괭이밥의 신맛 성분이 간으로 들어가서 간염이나 간경화, 황달 같은 것도 잘 낫고 해독작용이 뛰어나서 고기를 먹고 체한 것이나 식중독, 알코올중독, 마약 중독, 중금속 중독 등 온갖 독으로 인한 중독이 다 풀린다.



괭이밥을 달여서 먹으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괭이밥에 들어 있는 약효성분은 침투력이 강해서 골수까지 파고들어간다. 옛사람들은 이런 특성을 알고 괭이밥을 인경약(引經藥)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괭이밥과 다른 약초를 같이 쓰면 그 약초의 약효성분을 붙잡아서 뼛속까지 끌고 들어간다.


이를테면 칼슘은 위와 장에서 흡수가 잘 안 되는 영양소이므로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그럴 때 식초나 매실 같은 것과 같이 먹으면 식품에 들어 있는 칼슘 영양소 입자가 식초나 매실의 신맛에 달라붙어 함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신맛이 나는 풀들은 대개 인경(引經)작용이 있다. 수영이나 애기수영, 괭이밥, 매실, 며느리배꼽 같은 것들은 다 같이 약효성분을 뼛속까지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중약대사전(中藥大辭典)> 같은 중국의 옛 의학책에는 괭이밥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고 적혀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괭이밥에는 수산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절대로 열을 가해서 먹으면 안 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방약합편(方藥合編)> 같은 책에 적혀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그대로 믿고 따르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아무리 이름이 높고 권위 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고 해도 그대로 믿지 말고 반드시 옳고 그름을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나서 판단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수영의 주성분인 수산, 비타민 C, 효소 등은 열에 약하므로 가열하면 죽어서 활성이 없는 물질이 된다. 죽어서 활성이 없는 물질은 살아있는 세포에 흡수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대부분이 대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그런데 수산은 칼슘과 결합하기 쉬운 특성이 있다. 칼슘과 결합된 수산이 바로 옥살산칼슘이다. 이 옥살산칼슘이 신장 안에 모이고 모여서 돌덩어리, 즉 결석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열을 가한 삶은 괭이밥이나 시금치를 계속해서 많이 먹으면 결석이 생긴다. 그러나 괭이밥이나 시금치를 날로 먹으면 그 속에 들어있는 수산이 살아 있는 상태이므로, 세포에 흡수되어 결석을 만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먼저 만들어진 결석까지도 녹여서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강물에 떠내려가던 흙이나 모래, 자갈, 돌 같은 무거운 것들이 모여서 쌓이면 섬이 된다. 칼슘과 결합된 수산칼슘은 모래나 자갈과 같아서 신장이나 요로에 가라앉아 쌓인다. 따라서 신장 결석은 신장 안에 생긴 섬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괭이밥에 열을 가해 익혀서 먹으면 괭이밥에 들어 있는 유기수산이 바뀌어 무기수산으로 되어 독이 되고 만병의 원인이 된다. 무기수산을 많이 먹으면 칼슘이 무기수산과 결합하여 관절이나 뼈마디 담낭, 방광 등에 침착하여 퇴행성관절염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견비통, 방광결석, 요로결석, 담낭결석 같은 것이 생기기 쉽다.


그러나 유기수산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몸속에 있던 무기수산을 녹여서 몸 밖으로 빠져 나오게 한다. 그러므로 수산이 많이 들어 있는 시금치, 근대, 죽순, 수영, 괭이밥, 소루장이 같은 것들은 열을 가하지 않고 반드시 날것으로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수산이 들어 있는 식품을 꼭 익혀서 먹어야 할 경우에는 엿기름을 넣어 발효시켜 식혜로 만들어서 먹어야 무기수산으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는다.


몸속에서 무기수산 곧 옥살산을 중화하는 것은 칼슘이다. 몸 안에서 결석이 가장 잘 형성될 때는 칼슘과 수산의 비율이 1 : 2일 때이며 만약 칼슘성분이 0.001퍼센트라도 더 많으면 결석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거나 무기수산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멸치나 우유, 곰탕 같은 것들이나 칼슘보충제를 먹지 말아야 한다.


신장 결석은 대체로 여자들보다는 남자들한테 많이 생기는 질병이다. 이름 그대로 신장 안에 돌이 생기는 것인데, 이 돌은 오줌에서 앙금이 생겨서 가라앉아 뭉친 것이다. 오줌에는 여러 가지 이온들이 녹아 있는데 이들이 어떤 원인으로 균형을 잃으면 앙금이 생성될 수 있다.


결석의 성분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옥살산칼슘(CaC2O4)이나 인산칼슘(Ca3(PO4)2)이 제일 많다. 옥살산칼슘이란 칼슘 이온(Ca2+)과 옥살산 이온(C2O42-)이 반응하여 생성된 앙금이다.


수산은 유기수산과 무기수산으로 나눌 수 있다. 유기수산은 살아있는 식물에 들어있는 수산으로 인체에 활력을 주며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 유기수산 입자는 칼슘이온 입자를 춤을 추듯 흔들어 진동을 빠르게 하여 세포에 활력과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 뿐만 아니라 유기수산은 몸속에서 산소와 결합하여 비타민 C로 바뀌고 뼈마디를 비롯하여 몸속 구석구석에 가라앉아 있는 무기수산을 말끔하게 씻어낸다.  


무기수산은 생명이 없는 죽은 수산으로 몸을 해치는 독약과 같다. 무기수산은 몸속에서 칼슘과 결합하여 수산석회가 되어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구조를 지니게 된다. 이 수산석회가 온갖 결석과 성인병, 난치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수산석회는 마치 시멘트 반죽과 같다. 수산석회가 혈액이나 체액에 섞여 온몸을 흘러 다니다가 혈관에 달라붙으면 동맥경화가 되고 관상동맥에 침착하면 협십증이나 심근경색이 된다. 관절이나 근육에 달라붙으면 관절류마티스, 근육류마티스가 되고, 눈의 수정체에 쌓이면 백내장이나 녹내장이 된다.


전립선에 쌓이면 전립선염이 되고 자궁에 쌓이면 자궁근종이 되며, 귀안에 쌓이면 난청이나 이명증이 생기고, 생식기에 쌓이면 성불능증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산이 몸속에서 칼슘과 결합하여 수산석회가 되었다가 분해되면서 탄산가스와 물, 일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 때 생긴 탄산가스와 일산화탄소로 인해서 몸에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암을 비롯한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쉽다. 이처럼 무기수산은 만병의 근원이다.


거의 대부분의 채소에는 수산이 들어 있으므로 채소를 삶거나 익혀서 먹으면 무기수산이 되어 몸 안에 쌓이기 쉽다. 강낭콩, , 바나나, 초콜릿, 코코아, 홍차, 후추, 토란, 파슬리, 등에도 수산이 많이 들어 있다. 수산은 채소 뿐만 아니라 모든 육류나 생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식품에 들어 있다

 

어성초나 괭이밥, 호장, 대황, 쇠비름, 와송, 수영, 소루장이 같은 약초에도 수산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이들 약초를 달여서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 안에 무기수산이 쌓이기 쉽다. 몸속에 쌓인 무기수산을 씻어내려면 유기수산이 많은 식물로 김치로 담가서 푹 익혀서 먹어야 한다.


수산증(蓚酸症)은 신진대사 장애로 인해 생성된 수산이 칼슘과 결합하여 불활성 화합물이 되어 쌓여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다. 수산뇨증(蓚酸尿症), 수산혈증(蓚酸血症)이 되면 방광이나 요로, 콩팥에 수산칼슘 결석이 생기기 쉽다.


 대부분의 신장결석, 요로결석, 전립선 결석, 담낭결석, 간결석 등은 수산석회가 그 원인이다. 수산염이 뼛속까지 침투하면 골수가 파괴되어 적혈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빈혈이 되고, 뼈가 약해져서 골다공증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암, 백혈병 같은 온갖 질병이 다 생긴다.


산소는 무기수산을 유기수산으로 바꾸고 유기수산으로 비타민 C를 만든다. 이것은 산소의 환원작용 덕분이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면 유기수산으로 영양분을 만들고 포도당에서 초산(醋酸)과 의산(蟻酸)으로 바뀌고 그 부산물로 탄산가스와 물이 나온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하면 유기수산이 무기수산으로 바뀌면서 일산화탄소가 생기는 것이다. 이를 보면 사람의 건강은 수산이 산소와 결합하느냐 일산화탄소가 되어 몸속에 쌓이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속에서 무기수산을 유기수산으로 전환시키는 수산회로(蓚酸回路) 대사 작용을 원활하게 하려면 좋은 물을 많이 마시고 발효식품을 많이 먹으며 햇볕을 많이 쬐고 운동을 많이 해서 몸속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최고의 해독제이며 백혈병 치료약

 

괭이밥의 신선한 잎을 따서 물김치를 담가서 먹거나, 갓이나 열무, 쪽파, 부추 같은 것과 함께 김치를 담가서 푹 익혀서 먹는 것이 제일 좋다. 봄철에 잎을 따서 김치를 담그는 것이 제일 좋지만 여름철이나 가을철에 난 것도 괜찮다. 열무나 갓으로 김치를 담가서 먹을 때에는 괭이밥을 20퍼센트에서 50퍼센트쯤 섞어서 담근 다음, 따뜻한 방안에 두고 이불 같은 것을 뒤집어 씌워서 술 익히듯이 푹 익혀서 초처럼 맛이 변했을 때 먹어야 약효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괭이밥 물김치를 담그려면 무를 얇게 썰어서 넣고 고춧가루, 생강, 마늘로 양념을 해서 사나흘 따뜻한 곳에 두어 푹 익히면 된다. 괭이밥 물김치는 몸속에 있는 온갖 독소를 완벽하게 세척하여 정화할 수 있는 천하제일의 해독음식이다.


혈관이 산화되어 약해지면 뇌와, 위장, 소장과 대장의 실핏줄이 터져서 출혈이 생기기 쉽다. 하혈을 해서 피똥을 싸거나 뇌출혈로 인해 중풍이 올 수도 있다. 미세한 혈관이 터져서 근막 사이에 출혈이 생기는데 이럴 때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데 제일 좋은 약이 괭이밥으로 담근 김치다.


괭이밥 김치를 먹으면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생기거나 저절로 생기곤 하는 시퍼런 멍이 삭아서 없어진다. 지혈작용도 있어서 자궁출혈이나 장출혈 같은 출혈도 멎는다. 코피가 날 때에도 괭이밥을 짓찧어 구슬처럼 둥글게 뭉쳐서 콧구멍에 넣으면 즉시 피가 멎는다.


괭이밥은 매우 훌륭한 항산화제이며 해독제이다. 몸속 구석구석에 쌓인 독소와 찌꺼기를 청소하고 세포의 노화를 막아준다. 오랫동안 꾸준하게 먹으면 살결이 고와지고 얼굴의 주름살이 없어지며 아래로 축 늘어져서 처진 가슴살이나 뱃살, 엉덩이살 같은 것이 탱탱하게 올라붙는다.


괭이밥은 여성들의 축 늘어진 유방이나 엉덩이를 올라붙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좋다. 괭이밥을 부지런히 먹으면 형편없는 몸매를 날씬하고 탄력 있게 바꿀 수 있다. 근육이 질기고 튼튼해지고 살결이 아이처럼 부드럽고 매끈하며 탄력이 생긴다.


 괭이밥은 여성들의 몸매를 가꾸고 살결을 곱게 하는 데에도 으뜸으로 꼽을 만하다. 괭이밥으로 김치를 담가서 늘 먹으면 몸매가 엉망인 사람이라도 차츰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로 바뀐다. 괭이밥은 여성들의 몸매를 매력 있게 가다듬어 주는 미용식 재료로 아주 훌륭하다.


여인들이여, 그대들의 살과 뼈를 깎아 내고 발라내고 덧붙이고 덧칠하여 가짜 미인이 되는데 목숨을 걸지 말라. 본래 그대들의 유전자 속에 감추어져 있던 아름다운 자질을 일깨워서 자연미인이 되기에 힘쓰라. 그렇다면 여인들의 타고 난 미의 자질을 일깨워서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그 방법 중에 하나가 괭이밥 김치를 부지런히 먹는 것이다. 여인들이여, 값비싼 화장품을 쓰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대신 날마다 식단에 괭이밥 김치를 빼놓지 않고 올릴 일이다.

 

날것으로 김치를 담가 먹어야 제일 좋다

 

의학은 본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이치를 따져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글자 하나도 가르칠 수 없는 개나 고양이도 아는 것이 의학이다. 동물들을 잘 살펴보면 동물들이 사람보다 약초를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곰은 겨울잠을 자고 나오면 제일 먼저 앉은부채라는 식물의 뿌리를 캐서 먹고 설사를 해서 겨우내 창자에 쌓여 있던 묵은똥을 내보낸다. 놓아먹인 염소나 산양은 기생충에 감염되면 접골목(接骨木) 껍질을 벗겨 먹어서 기생충을 구제하고, 멧돼지가 상처를 입으면 송진을 발라 치료하거나 개미취 뿌리를 입으로 씹어 상처에 발라서 지혈한다.


이처럼 사람이 미물로 여기는 동물들조차 배우지 않아도 의학을 아는데, 사람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십여 년 공부를 해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병이 별로 없으니, 첨단의학이니 수천 년을 이어 온 전통의학이니 하여 인류의 위대한 지혜라고 자랑하는 것들이 곰, , 고양이, 멧돼지, 염소가 알고 있는 의료지혜보다 얼마나 더 낫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의학이란 본디 간결하고 쉬운 것인데 이를 복잡하고 어렵게만 여기다 보니 의학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학문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아무리 쉬운 것도 어렵다고 여기면 몹시 어렵게 되는 법이다.


괭이밥은 청간지품(淸肝之品)으로 으뜸이다. 곧 간을 맑게 하는데 가장 좋은 약초다. 간 기능을 좋게 하는데 괭이밥만한 것이 없다. 간염, 간경화, 간암 같은 모든 간과 관련한 질병에 최상의 양약(良藥)이다.


괭이밥은 맛이 시다. 대개 신맛이 나는 것은 시큰거리는 것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시큰거린다는 말은 뼈마디나 살 같은 데가 자주 시리고 쑤시는 것처럼 아픈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괭이밥은 팔다리와 허리, 무릎, 발목, 손목 같은 데가 시큰거리는 것을 고치는 데 제일 좋은 약초다.


옛사람들이 간주근(肝主筋)이라고 한 것처럼 근육을 주관하는 것은 간이다. 간이 나빠지면 근육에 탈이 난다. 곧 팔다리, 손목과 발목, 허리의 근육에 힘이 없고 시큰거리는 것은 간에 탈이 난 것이 원인인데, 괭이밥의 신맛이 간 기능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에 팔다리, 허리, 무릎 같은 곳이 시큰거리는 것이 저절로 낫는 것이다. 눈이나 치아가 시큰거리는 것도 간 기능이 나빠졌기 때문인데 역시 괭이밥을 먹으면 시큰거리는 증상이 없어진다.


괭이밥은 독성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상큼한 신맛이 있으므로 음식 재료로 아주 훌륭하다. , 열무, 갓 같은 것과 함께 김치를 담가서 밥반찬으로 먹으면 맛이 썩 괜찮다. 괭이밥으로 김치를 담그거나 나물로 무칠 때 청량고추와 마늘, 생강을 다져서 넉넉하게 넣으면 약효가 훨씬 더 높아진다.


간을 맞출 때에는 반드시 이른 봄철에 낸 토판천일염을 써야 하고, 물도 수돗물이나 냉장고에 보관했던 물을 쓰지 말고 우물에서 길어온 생수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를 구해서 쓰는 것이 좋다. 생수라고 할지라도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물로 김치를 담그면 김치가 제대로 익지 않고 곯아버린다.


무릇 괭이밥 김치는 초가 될 정도로 푹 익은 것이라야 제대로 약효가 나타나므로 사나흘 동안 따뜻한 곳에 두고 이불 같은 것으로 싸 두어서 푹 익혀서 먹어야 한다. 여름철이나 봄철에는 사흘에서 닷새 동안 먹을 수 있을 만큼씩만 담가서 먼저 담갔던 것이 떨어지기 전에 담그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곧 먼저 담은 완전히 익기 전에 새로 담그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괭이밥은 산뜻하면서도 상큼한 신맛이 있어서 날것으로 먹어도 맛이 좋다.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을 해서 무쳐 먹어도 좋고, 샐러드로 만들어 먹어도 맛이 괜찮다. 더러 비빔밥이나 잡채에 나물로 넣어 비벼서 먹기도 한다.


잘 익은 괭이밥 김치를 오래 먹으면 산성 체질이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체질이 산성이 되면 몸이 병들고 늙고 산화한다. 괭이밥 김치는 체질을 바꾸는데 제일 좋은 음식이다. 체질이 알칼리가 되면 면역력이 강해지고 노화가 억제되며 활력이 넘친다. 이처럼 삶과 죽음은 산과 알칼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괭이밥 한 가지에 물을 넉넉히 부어 물김치를 담가도 되고 무, 열무, , 쪽파 같은 것을 섞어서 담가도 좋다. 괭이밥 김치는 온갖 독을 풀고 면역력을 키우며 산화를 막는데 가장 좋은 약초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기를 먹고 체했거나 식중독에 걸린 사람들한테 아주 좋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괭이밥 김치를 늘 먹으면 육독(肉毒)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다.


 

자부람풀이라는 이름에 이미 답이 있다

 

괭이밥은 종기(腫氣)와 염증을 삭이고 체질을 바꾸어 주는 능력이 있어 암 치료약으로도 매우 뛰어난 효능이 있다. 괭이밥에 들어있는 옥살산이나 구연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항암작용이 있다. 암은 산소부족과 산성독(酸性毒)으로 인해 생기는 일종의 종기이고 염증이다.


괭이밥을 먹으면 세포에 산소 공급을 늘려서 암세포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굶어 죽는다. 간암, 폐암, 피부암, 위암, 혀암, 구강암, 직장암, 뇌종양 등 갖가지 암에도 김치를 담가서 먹거나 생즙을 내서 먹으면 효과가 아주 좋다.


실제로 여러 가지 암을 괭이밥 김치와 괭이밥을 생으로 무친 나물, 괭이밥을 말려서 만든 알약 같은 것을 꾸준히 먹고 고친 사례가 여럿 있다. 암이라는 질병 역시 무서운 병도 아니고 고치기 어려운 병도 아닌데 고치기 어렵다고만 하다 보니 세상에서 제일 독하고 무서운 병이 되어 버렸다.


백혈병, 간경화증, 간염, 혈소판감소증(血小板減少症), 갖가지 암 등에는 잎과 줄기를 말려 가루 내어 알약을 만들어 두고 먹는 것이 좋다. 괭이밥은 봄에서 가을까지는 신선한 잎과 줄기를 쉽게 구할 수 있으나 겨울철에는 잎과 줄기가 말라죽으므로 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봄부터 가을까지 틈이 날 때마다 신선한 잎을 따서 그늘에서 말려 가루 내어 꿀을 약간 섞어서 녹두알 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보관해 두고 한 번에 30-50알씩 하루 두 번이나 세 번 따뜻한 물과 함께 먹는다.


괭이밥은 낮에는 잎을 활짝 폈다가 밤이 되면 잎을 모아서 잠을 자는 성질이 있다. 자귀나무 잎 역시 밤이 되면 잎을 모아서 잠을 잔다. 이처럼 잠을 자는 식물은 대개 사람의 불면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이 괭이밥을 먹고 나면 졸음이 와서 꾸벅꾸벅 졸게 된다. 그래서 괭이밥을 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는 자부름풀이나 자부람풀이라고 부른다.


자부럼이나 자부람은 졸음의 경상도 사투리다. ‘졸음이 온다는 말을 경상도에서는 자부름이 온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부럼풀이나 자부람풀은 곧 졸음이 오게 하는 풀이라는 뜻이다. 이름만 들어도 단번에 불면증을 치료하는 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의학이란 것이 이처럼 쉬운 것이다. ‘괭이밥이나 승아자부람풀이라고 우리 조상들이 붙여 준 이름에 이미 답이 나와 있거늘 더 무엇을 알려고 애쓸 필요가 있겠는가!


괭이밥은 햇볕이 나면 잎을 활짝 열어 깨어 있다가 햇볕이 없을 때에는 잎을 오므려 닫고 잠을 잔다. 밤에 꽃잎을 열고 낮에 꽃잎을 닫는 박꽃이나 분꽃, 달맞이꽃 같은 것과는 정반대로 철저하게 밝음지향성을 지니고 있는 풀이다. 그런 성질 때문인지 마음을 밝고 차분하며 편안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불면증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에 아주 좋다. 안 졸릴 때 먹으면 졸리게 하고, 우울할 때 먹으면 마음을 밝고 명랑하게 한다.


잎과 줄기를 생즙을 내어 먹거나 김치를 담가서 먹으면 잠을 깊이 잘 수 있다. 괭이밥을 그늘에서 말려 가루 내어 알약을 지어서 묏대추차와 같이 먹으면 불면증에 효과가 더욱 좋다.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많은 요즘 사람들한테 뭇 시름을 잊게 해 주는 선약(仙藥)이 바로 자부람풀이 아니겠는가.

 

남방부전나비 애벌레가 괭이밥만 먹는 이유는?

 

괭이밥(Oxalis corniculata)은 괭이밥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 대개 뜰이나 마당가, 풀밭, 텃밭 등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저절로 나서 드문드문 떼를 지어 자란다. 잎이 조그마하고 키도 작으며 바닥에 붙어 자라므로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줄기는 땅을 기거나 또는 10센티미터 안팎의 높이로 비스듬하게 서서 자라며 많은 가지를 쳐서 땅을 덮는다. 잎은 서로 어긋나게 나는데 하트 모양의 잎 세 개가 가운데로 모여서 붙어 있고 가장자리는 톱니가 없이 밋밋하다. 잎은 대개 약간 노란빛이 감도는 초록빛인데 더러 보랏빛이나 붉은 색이 나는 것도 있다. 뿌리에 둥글고 한쪽 끝이 뾰족하게 생긴 구근이 달린다.


괭이밥은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따르는 풀이므로 도심 한가운데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약간 물기가 있는 담장 밑, 길옆, 벽 틈, 시멘트가 갈라진 틈 같은 곳에서 저절로 나서 자란다. 난이나 꽃을 심은 화분 같은 데에도 저절로 나서 자라기도 한다.


난을 심는 화분에 넣는 흙은 수백 도로 가열해서 구워 알맹이 상태로 만든 것인데 그 흙을 다시 깨끗하게 물로 씻어서 화분에 담고, 몇 십 미터 안에 다른 풀이 없는 실내에 두어도 어느 틈엔가 괭이밥이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을 보면 대체 이 풀의 씨앗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 수가 없다. 아마 종자 없이 뿌리와 줄기와 잎이 먼저 생겨나서 그 다음에 꽃이 피어서 씨앗을 맺는 것이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여섯 모가 나고 성냥개비보다 작으면서 오이처럼 길쭉하게 생긴 씨앗꼬투리를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폭탄이 터지듯이 툭 터져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갈색 씨앗이 수십 개가 튀어나와 1미터 넘게 사방으로 흩어진다.


씨앗을 받아보려고 꼬투리를 살짝 건드려 보았더니 씨앗이 제멋대로 마구 튀어나와서 눈과 코로 사정없이 들어오는 바람에 한참 애를 먹고 난 뒤에야 씨앗을 조금 받을 수 있었다. 씨앗을 제대로 받으려면 주머니나 비닐봉지를 뒤집어 씌워서 흔들어서 받으면 된다.


이처럼 건드리기만 하면 씨앗 꼬투리가 터져 씨앗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까닭에 하늘을 나는 새라고 한들 이 씨를 먹을 수가 없을 것이니 대체 이 풀의 종자가 어떻게 수십 리 떨어진 깊은 산속까지 가서 번식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실로 불가사의한 풀이다.


괭이밥이 사람을 그토록 좋아해도 사람은 괭이밥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괭이밥을 좋아하여 괭이밥이 없으면 죽고 못 사는 곤충이 따로 있다. 바로 남방부전나비다.


괭이밥 위로 부전나비들이 여럿 날아다니다가 꽃이나 잎에 앉아 슬금슬금 날개를 비빈다. 이 나비는 옛 사진첩에서 쓰던 사진 네 귀퉁이를 고정시키는 하트 모양의 부전을 닮았다고 하여 부전나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전나비는 나비 중에서 가장 흔한 나비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나비 열 마리 중에서 네다섯 마리는 부전나비 종류라고 보면 된다.


부전처럼 작고 앙증맞은 부전나비는 괭이밥 잎에 날아와 앉기를 즐긴다. 잎자루 끝에 세 장씩 붙어 있는 괭이밥의 잎도 꼭 부전처럼 생겼다. 남방부전나비는 괭이밥의 잎에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괭이밥 잎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자란다.


남방부전나비는 애벌레로 겨울을 난다. 괭이밥 가까운 둘레에 있는 작은 돌 틈이나 낙엽 밑에 붙어서 겨울잠을 자고, 이듬해 봄에 괭이밥 새싹이 돋아나면 깨어나서 새잎을 먹으며 자라다가 번데기로 탈바꿈을 하고 날개돋이를 해서 어른벌레가 된다.


남방부전나비 애벌레는 오직 괭이밥 잎만 뜯어먹고 산다. 그러나 남방부전나비가 괭이밥에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애벌레는 괭이밥 잎을 뜯어먹고 자리지만, 탈바꿈하여 나비가 되면 괭이밥 꽃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꽃가루받이를 도와주어서 잎을 먹은 값을 톡톡히 치른다.

 

몸도 마음도 닦아 다 같이 빛나게 하는 풀

 

괭이밥 씨를 받아서 심으면 싹이 잘 난다. 텃밭에 심어 두고 나물로 먹으면 좋다. 작은 하트를 세 개씩 모아놓은 듯한 잎 모양도 사랑스럽고, 노랗고 조그마한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끈덕지게 피어나서 보기에 늘 귀엽다. 괭이밥은 애기괭이밥, 괭이밥, 큰괭이밥, 자주괭이밥, 흰괭이밥, 선괭이밥 등 종류가 많다. 서양에는 잎이 아주 커서 손바닥만한 것도 있고, 페루나 볼리비아 같은 남미의 고산지대에는 뿌리에 감자처럼 큰 괴경이 달리는 종류도 있다.


페루에서는 안데스괭이밥의 덩이뿌리를 오카(oca)라고 하는데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서 감자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식량자원의 하나로 여긴다.


오카는 괴경의 빛깔이 흰 것, 밝은 노랑색인 것, 붉은 것, 자줏빛이 나는 것, 분홍빛이 나는 것 등 색깔과 품종이 다양하고 탄수화물, 단백질, 회분, , , 비타민 C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여 페루나 불리비아의 고산지대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굽거나 삶거나 튀겨 먹을 수도 있고 샐러드로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갖가지 성인병에 좋다고 하여 건강식품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괭이밥은 잎 모양이 완벽하다고 할 만큼 하트 모양을 그대로 쏙 빼닮았다. 그래서 잎이 넓은 원예용 품종을 일러 사랑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랑초에는 서양에서 들여 온 원예용 품종이 꽤 여럿 되는데, 잎이 자줏빛이 나는 것과 붉은 빛이 나는 것 등이 있고 녹색 잎에 자줏빛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괭이밥의 잎은 낮에는 활짝 펴졌다가 저녁이면 잎을 닫아 오므린다.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낮에도 잎을 오므리고 펴지 않는다. 괭이밥은 햇빛에 매우 민감하여 햇빛의 강약에 따라 잎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성질이 있다. 잎을 오므렸을 때에는 세 개의 잎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 잠을 자는 잎을 보면 마치 나비가 살포시 내려앉아 날개를 접고 있는 것과 같다.


괭이밥은 햇볕을 매우 알뜰하게 활용한다. 괭이밥은 해가 질 때나, 흐리고 비가 내릴 때면 잎을 닫는데 이는 잎에서 열이 발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잎뿐 아니라 꽃잎도 날씨에 따라 열고 닫는다. 흐리거나 비가 내릴 때는 꽃잎을 열지 않고 심지어는 햇볕이 나도 그늘에 가릴 때에도 꽃잎을 열지 않는다. 그 이유는 햇볕이 없을 때에는 꽃가루받이를 해 줄 중매쟁이 곤충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괭이밥은 늘 잎을 펼치거나 꽃을 피운 채로 있지 않는다. 햇볕이 나고 드는 것을 잘 살펴서 벌이나 나비가 찾아올 만하면 꽃잎을 열고, 찾아오지 않을 것 같으면 꽃잎을 닫아서 에너지를 절약한다. 그렇게 절약해서 모은 에너지를 오이처럼 생긴 씨앗 꼬투리에 모아 두었다가 씨앗이 잘 익으면 마치 미사일을 터뜨리듯 한 번에 폭발시켜 그 안에 가득 들어있는 씨앗들을 멀리까지 퍼뜨린다. 씨앗마다 작은 용수철 같은 것이 붙어 있어서 씨앗을 대포알처럼 멀리 날려 보내는 것이다.


괭이밥은 밝음과 어두움에 매우 민감하여 빛의 강약에 따라 꽃잎을 여닫는다. 밤에 닫고, 새벽에는 열고, 해가 뜨면 닫는다. 저녁 무렵 해가 지면 다시 열고, 밤이 되면 다시 닫는다. 그러나 흐린 날에는 열고, 비가 내려도 연다. 맑은 날에는 한 낮에 잠을 자고, 밤에도 잔다.


꽃잎은 새벽과 저녁에는 닫고, 낮에는 맑거나 흐리거나 상관없이 낮에는 연다. 그러나 낮이라도 비가 오면 닫는다. 괭이밥이 꽃잎을 열고 닫는 것이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비나 벌 같은 곤충과 관계가 깊다. 괭이밥은 매우 민감하고 영리한 풀이다. 일기를 잘 살펴서 꽃가루를 운반해 줄 곤충이 찾아올 것 같으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찾아오지 않을 것 같으면 문을 닫아 잠근다.


괭이밥은 맛이 시고 짜다. 괭이밥의 잎과 줄기에는 옥살산(oxalic acid)을 비롯하여 구연산, 주석산, 사과산, 시타르산, 타르타르산, 숙신산염(succinic salt), 말산(malic acid) 등 신맛과 짠맛이 나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들 성분들이 갖가지 해로운 균을 죽이는 작용을 한다. 실제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괭이밥을 응애나 진딧물을 퇴치하는데 쓴다. 괭이밥은 신맛이 있어서 이를 먹는 벌레가 별로 없고 소나 염소 같은 초식동물도 먹지 않는다.


괭이밥의 학명인 옥살리스 코르니퀼라타(Oxalis corniculata)에서 속명인 옥살리스(Oxalis)는 희랍어로 신맛이 난다는 뜻이다. 신맛의 주성분인 옥살산은 수산(蓚酸)이나 싱아산이라고도 부르며 시금치, 수영, 싱아, 소루장이 등에도 들어 있다. 옥살산은 옷이나 금속에 묻은 얼룩이나 녹을 없애는 작용이 있어서 세제나 표백제로 널리 쓴다. 옥살산은 염색할 때 쓰는 매염제나 목재나 금속기계를 표백하거나 세척하는 세정제 등으로 쓸모가 많다.


괭이밥으로 녹슨 동전을 문질러 닦으면 지저분한 때가 말끔하게 지워져서 번쩍번쩍 황금처럼 윤이 난다. 그래서 괭이밥을 황금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놋그릇을 닦아서 윤이 나게 하는 데 괭이밥을 많이 썼다. 괭이밥으로 청동거울을 닦으면 거울 표면이 매끈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거울 속에 환하게 나타난다는 옛말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 집에 가서 녹슨 옛 거울을 꺼내어 괭이밥으로 정성스레 닦아볼까. 혹여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워하는 옛님 모습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아니 더러워진 거울보다는 오욕(五慾)에 물든 마음을 먼저 닦아야 하리라. 그래서 괭이밥의 꽃말이 빛나는 마음이다. 괭이밥은 단순히 녹슨 동전이나 거울을 닦아서 환하게 하는 풀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닦아서 안팍이 모두 밝고 깨끗해져서 빛이 나게 하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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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으로 백혈병을 고친 사연

 

한의학에서는 괭이밥을 초장초(酢漿草)라고 부른다. 초처럼 신맛이 나는 풀이라는 뜻인데 그보다는 나물 비빔밥에 초장 대신 넣어 먹을 수 있어서 붙인 이름이 아닐까. 그 밖에도 시금풀, 시금초, 괴싱아, 산거초(酸車草), 산모초(酸母草), 산장초(酸漿草)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괴싱아나 싱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괴싱아고양이싱아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괭이밥을 수영이나 싱아를 잘못 알고 부르는 이름이다. 어떤 지방에서는 열매가 작은 오이처럼 생겼다 하여 오이풀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북한에서는 괭이밥풀이라고 부른다.


예로부터 한의학이나 민간에서 황달, 간염, 부종,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 변비, 염증, 출혈, 태독(胎毒), 습진, 불에 덴 상처, 치질, 피부 부스럼, , 가려움증, 여성들의 냉증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드물게 썼다. 옛날에 여인네들이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일 때에도 백반 대신 썼고, 생채기가 났을 때나 벌레한테 물렸을 때 날것을 짓찧어 바르기도 했으며, 과자나 빵 같은 것이 없던 시절에 아이들이 더러 간식거리로 뜯어먹기도 했다.


오래 전에 충청북도 충주에 살던 8살 된 꼬마가 골수성백혈병에 걸려서 병원에서 치료를 했으나 고칠 수가 없다고 하여 병원 치료를 그만두고 도와 달라고 찾아왔다. 병원에서 골수 이식을 하면 회복될 가망이 있다고 했지만 아버지나 어머니와도 혈액형이 맞지 않았다. 게다가 외아들이어서 형제도 누이도 없었다. 그래서 골수 이식도 못하고 꼼짝 없이 죽는 날만 기다리는 처지라고 하였다.


괭이밥을 써서 고쳐 보기로 작정하고 신선한 괭이밥을 따서 날것을 지장수(地漿水)로 김치를 담가서 사나흘 동안 푹 익혀서 하루에 30그램씩을 먹게 하였다. 이와 더불어 생즙을 짜서도 먹고 수시로 날것을 그냥 뜯어서 먹게 하였다.


 아이는 혈소판도 줄어들어 마구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마치 얼룩 강아지 같았다. 괭이밥을 먹기 시작한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멍이 삭아서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괭이밥을 뜯어먹느라고 손가락과 입술이 녹색으로 물이 들었다. 신맛이 강해서 먹기 어렵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전혀 신맛이 없고 맛이 아주 좋다고 대답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괭이밥과 지장수를 먹은 덕분에 4월에 치료를 시작해서 6월이 끝나기 전에 아이의 백혈병이 완전히 나았다는 병원의 판정을 받았다. 환자가 4월에 찾아 온 것이 다행이었다. 한겨울에 왔더라면 괭이밥을 구할 수가 없어서 고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 되어 얼굴도 잊어버렸고,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아마 나이가 서른 살쯤은 되어 어디선가 건강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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