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무슨 이유에서든지 특정 생물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가정해보자.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그동안 이 같은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4억4500만 년 전 해양 무척추동물이 대거 소멸했던 것을 시작으로 6600만 년 전 공룡들이 자취를 감추기까지 모두 5차례의 ‘지구 대멸종’이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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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대멸종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빙하기 도래를 거론하고 다른 쪽에서는 혜성이나 운석 충돌, 지각 변동, 대규모 화산 폭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관련 지식이 축적되면서 지구 생물종이 회복이 어려울 만큼 절멸했던 사례가 20번 이상이었다는 일부 학설도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지구인들을 더 경악하게 만드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이 과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과학계의 주장이다. 이른바 ‘6차 지구 대멸종설’이다. 게다가 학자들은 만약 생물 절멸이 다시 닥친다면 그 이유는 지각변동처럼 불가항력적인 게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만든 내부 요인 때문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듯 유엔은 최근 열린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총회(IPBES)에서 동식물의 씨를 말리는 인간의 탐욕이 결국 지구 대멸종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현재 생물의 멸종속도는 지난 1000만 년 평균보다 최대 수백 배가 빠르다. 2000년 이후 지구에서는 매년 평균 650만 ㏊의 산림이 사라졌고 전체 생물 가운데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유엔은 도시화에 따른 동식물 서식지 감소, 무분별한 식물 채집 및 동물 사냥, 기후 변화 등을 생물 멸종 가속화 이유로 꼽았다. 이를 멈추려는 노력이 없다면 6600만 년 전 공룡 멸종 이후 생물 절멸이 재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유엔 보고서는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6차 지구 대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역설적인 것은 생물 멸종이 곧바로 인간 생존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구인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왓슨 IPBES 전 의장이 “인간은 생계, 식품안전, 건강, 삶의 질의 토대를 스스로 잠식하고 있다”고 탄식할 정도다. 지구인들의 각성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파멸을 뻔히 알면서도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들 수야 없지 않은가.
염창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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