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스크랩]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황령산산지기 2017. 3. 12. 06:16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심성보

 

 

 

 

그대!

봄의 꽃처럼 겨울을 이기고 돋아난

여린 풀잎을 바라보며

마음이 잔잔해진다면

아직은 가슴이 따뜻하고

살만한 사람입니다

 

슬픈 음악을 듣거나

칠흙으로 덥힌

밤 하늘을 보며

한숨 섞인 푸념속

술 한 잔에 시린 가슴 풀고

목이메인 삶의 무게에 지쳐 울기도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삶을 모두 포기하면 

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푸념도 원망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포기할 것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절망과 눈물을 흘리며 사는 것입니다

 

사랑을 할 때에도 가슴이 뜨겁기 때문에

상대방을 구속하고

곁에 두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과한 향기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니

적당한 게 만사 좋을 것입니다

 

여름의 강변을 걸어가면

강물과 어우러진 수초가 보입니다

여름이라서 수초가 멋쩍어 보이는 것입니다

겨울엔 물이 얼어 수초가 잎사귀만 흔들립니다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몸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

어쩌면 삶이 생물처럼

잘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흔들린다는 것은

내 삶속의 사랑과 용기

그리고 희망이

뜨겁게 숨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풀벌레소리 물소리

사람도 그와 같을 것입니다

아프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아프지 않고 행복만 있다면

살 이유도

다시 일어날 용기도 필요치 않습니다

 

괴롭고 험한 삶이 있기에

누군가에게 마음한쪽 의지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랑을 만나고

행복해지고 싶은 것입니다

사랑은

어둠속에서 존재의 가치로 빛날 때

더욱더 우리가 행복해지고 아름다운것입니다

 

힘들 때 우는 것은 바보가 아니라

가슴이 따뜻하고

용기가 있기 때문에 우는 것입니다

손 시린 삶속

나목의 가지에 팔 한쪽을 기대는 것은

아직 희망을 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것입니다

 

먼 훗날

숨이 다하여 죽는다 하여도

우리가 열심히 살아서 행복하였고

사랑해서 행복하였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벽부터 실 눈뜨며

아침과 저녁이 올 때까지

열심히 살아 온 것에

마음의 지표를 가져야 될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다하여 살아 봤다는 것

그것만으로 사람으로 태어나

진실 되게 산 것입니다

 

꽃피는 날이 있으면 꽃 지는 날이 있듯

혹 참담한 삶이 있더라도

우리들의 이름 석 자

우리들의 시린 눈동자

   애 닮픈 입술 가슴에 담고

뜨거운 가슴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산 삶이

먼 훗날 늙어갈수록

물과 물이 되어

따스하게 흘렀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고통의 삶속

바람이 되어 감싼 세월 앞에

눈물과 눈물이 합쳐

손과 손이 어우러진 따뜻한 삶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희망과 용기를 저버리지 말고

오늘도 한 마리 새처럼 사십시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세상

숨이 다하면 다 버리고 떠날 세상

 

마음만 가지고 가십시오

뜨거운 가슴만 담고 사십시오

좌절과 분노는 현실에 있지만

사랑과 행복은 우리들 가슴속에 있답니다

오늘 우리가 진정 아름다운 것은

살아있다는 그 이유입니다.

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서하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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