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심성보
그대!
봄의 꽃처럼 겨울을 이기고 돋아난
여린 풀잎을 바라보며
마음이 잔잔해진다면
아직은 가슴이 따뜻하고
살만한 사람입니다
슬픈 음악을 듣거나
칠흙으로 덥힌
밤 하늘을 보며
한숨 섞인 푸념속
술 한 잔에 시린 가슴 풀고
목이메인 삶의 무게에 지쳐 울기도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삶을 모두 포기하면
울 수가 없을 것입니다
푸념도 원망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포기할 것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절망과 눈물을 흘리며 사는 것입니다
사랑을 할 때에도 가슴이 뜨겁기 때문에
상대방을 구속하고
곁에 두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과한 향기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니
적당한 게 만사 좋을 것입니다
여름의 강변을 걸어가면
강물과 어우러진 수초가 보입니다
여름이라서 수초가 멋쩍어 보이는 것입니다
겨울엔 물이 얼어 수초가 잎사귀만 흔들립니다
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몸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
어쩌면 삶이 생물처럼
잘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흔들린다는 것은
내 삶속의 사랑과 용기
그리고 희망이
뜨겁게 숨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풀벌레소리 물소리
사람도 그와 같을 것입니다
아프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아프지 않고 행복만 있다면
살 이유도
다시 일어날 용기도 필요치 않습니다
괴롭고 험한 삶이 있기에
누군가에게 마음한쪽 의지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랑을 만나고
행복해지고 싶은 것입니다
사랑은
어둠속에서 존재의 가치로 빛날 때
더욱더 우리가 행복해지고 아름다운것입니다
힘들 때 우는 것은 바보가 아니라
가슴이 따뜻하고
용기가 있기 때문에 우는 것입니다
손 시린 삶속
나목의 가지에 팔 한쪽을 기대는 것은
아직 희망을 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것입니다
먼 훗날
숨이 다하여 죽는다 하여도
우리가 열심히 살아서 행복하였고
사랑해서 행복하였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벽부터 실 눈뜨며
아침과 저녁이 올 때까지
열심히 살아 온 것에
마음의 지표를 가져야 될 것입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다하여 살아 봤다는 것
그것만으로 사람으로 태어나
진실 되게 산 것입니다
꽃피는 날이 있으면 꽃 지는 날이 있듯
혹 참담한 삶이 있더라도
우리들의 이름 석 자
우리들의 시린 눈동자
애 닮픈 입술 가슴에 담고
뜨거운 가슴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산 삶이
먼 훗날 늙어갈수록
물과 물이 되어
따스하게 흘렀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고통의 삶속
바람이 되어 감싼 세월 앞에
눈물과 눈물이 합쳐
손과 손이 어우러진 따뜻한 삶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희망과 용기를 저버리지 말고
오늘도 한 마리 새처럼 사십시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세상
숨이 다하면 다 버리고 떠날 세상
마음만 가지고 가십시오
뜨거운 가슴만 담고 사십시오
좌절과 분노는 현실에 있지만
사랑과 행복은 우리들 가슴속에 있답니다
오늘 우리가 진정 아름다운 것은
살아있다는 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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