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일
[문]‘아무 일 없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돌아서면 온갖 일들이 실제로 덮쳐오니 이를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
아무 일 없다는 말을 듣고 그 말을 통째로 집어 삼켜서 “아무 일 없다더라” 하는 식으로, 그저 지견을 하나 늘리는 것으로써 공부를 삼는다면, 그 사람은 정작 아무 일 없는 경지를 깨치긴 영영 글른 거요.
무슨 법문이라도 일단 들었으면, 왜 그렇게 말을 하는지, 왜 아무 일 없다고 말을 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사무쳐질 때까지 스스로 깊고 철저한 참구가 필수요. 그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거요. 그저 허구한 날 시계추처럼 주말이면 으레 법회에 한 번 나와서 맨날 듣는 그렇고 그런 소리쯤으로 알고, “그렇다더라” 하며 넘겨버린다면 언제 그 진지한 첫 발걸음을 내딛을 기약이 있겠소? 더할 나위 없이 아무리 좋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도 그 어떤 것도 몽땅 다 인연생기(因緣生起) 아닌 것이 없는 거요. 세상사가 전부 그와 같이 실상이 없는 꿈같고 환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거요.
진실로 면전엔 한 법도 없소. 따라서 보고 듣고 하는 모든 일상의 체험은 다 꿈속의 그것처럼 허망해서 실다운 게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사무쳐야 하오. 본래 아무 일도 없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꿈속의 괴로움, 꿈속의 즐거움을 철석같이 실제인 줄로 믿고 그 속으로 빠져들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괴롭건 즐겁건 그것이 몽땅 다 빈 것임을 훤히 꿰뚫어 보기 때문에 전혀 손끝 하나 까딱 할 필요도 없이 훌쩍 놓여날 수 있는 거요.
-현정선원법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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