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스크랩] 8월 18일 월요일 挽詩(만시)

황령산산지기 2016. 1. 18. 15:59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신문에서 만시를 보고 가슴 찡~해서 경동님들도 가슴 찡~한 월요일 되시라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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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명문장가였던 혜환 이용휴(1708~1782)는 친구 유서오의 죽음에 만시(挽詩)를 바친다.

 

 만시는 죽은 자를 애도하는 시다.

 


보배를 다른 곳에 맡겨 놓으면

하룻밤도 지체 않고 되찾는데

다행히 주인이 잊어버리는 바람에

오십삼 년 동안을 빌려 썼구려



기막힌 시다. 시의 백미는 '빌려 썼구려'라는 구절이다.

 

자신에게 친구를 빌려준 우주에 감사한다는 뜻이자 이제 그 우주에 친구를 돌려보낸다는 의미다.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훌륭한 우정에 대한 헌사다.

 



옛 선비들은 슬픔을 절제해서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

 

밥먹듯이 슬프다, 기쁘다를 남발하는 현대인과는 달랐다.

 

선비들은 가족이나 친구가 죽으면 만시를 바치는 것을 예의로 여겼다.

 

오언절구나 칠언절구로 쓰인 만시는 '절제된 슬픔'의 정수를 보여준다.

 

 

귀양살이를 하던 추사 김정희는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김정희가 남긴 만시는 압권으로 꼽힌다.



 

뉘라서 월모에게 하소연하여

서로가 내세에 바꿔 태어나

천 리에 나 죽고 그대 살아서

이 마음 이 설움 알게 했으면


 


이 만시를 쓸 무렵 김정희는 제주도 대정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었다.

 

추사는 말로 할 수 없는 미안함과 고통을 특유의 어법으로 풀어냈다.

 

 

 

 

 

시에서 '월모'는 부부의 연을 맺게 해준다는 전설 속 노파다. 그 월모에게 따져서라도 서로 바꿔 태

어나게 해달라고 해 자신의 외로움을 알게 하고 싶다는 투정 아닌 투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소멸을 접하고, 그 찢어지는 마음을 절구에 옮긴 옛 선비들의 글에서는

요즈음 문학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다.

                                      비가 와도 뛰지 않았다는 그 선비들의 시가 대성통곡보다도 와닿는 건 왜일까.



[허연의 북카페     "옛사람들의 눈물"] 에서  퍼옴

 

 

 

 

출처 : 문국현과 함께하는 대한사람 들
글쓴이 : 다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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