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크랩] 인연

황령산산지기 2015. 9. 14. 06:19
인연 / 受天 김용오



창가에 낙엽 하나
작은 햇살에 떨어지지 않으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발버둥을 치더니만
끝낸 햇살을 가르며 쿵 소리를 남기고선
창문너머 떨어지는 걸 보며
당신의 모습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낙엽도 푸른 잎이었을 땐 그 옛적 당신처럼 곱게만 보였었는데
오늘은 아름답다 라기 보다는 왠지 가슴에 저미어 오는 측은함에
제 몸 또한 저 낙엽처럼 쿵 하고서 땅바닥에
뒹굴 뻔을 했었지 뭡니까



그 옛적
별을 틔우던 당신의 그 눈망울에서부터
매화꽃을 연상케 한 당신의 그 입술에까지도
늑대 같은 세월은 만년 공주일 것만 같던
당신의 아름다운 그 세월들마저도
저 낙엽이듯 물들을 들여놓았더이다.



지금쯤은 당신도 나처럼 테라스에 서서 쿵 떨어지는 저 낙엽을 보며
먼 시간여행을 하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당신을 잘 대해주지 못한 저로선
어찌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 말만은
당신에게 꼭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창문에 노을이라는 달갑잖은 커튼이
한쪽으로 드리우고 있다지만 당신이 거두어 주신 옥과 같은
토실토실한 열매들이 잘 자라고 알알이 붉게 익은 석류이듯
멋스런 가을을 열어 주고 계신 당신이 곁에 있어 이 한 몸
내일 저 낙엽이듯 쿵 하고 땅바닥에 나뒹군다 한들
당신을 향해 슬퍼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당신을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영상 사진 :해밀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헤르만햇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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