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크랩] 한가로운 잡념 / 표수욱

황령산산지기 2015. 4. 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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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로운 잡념
          

          표 수 욱

오솔길을 걷다 보면
잔챙이 가지 메말라 뒤틀린 채로
가는 길을 막는다.
허리 굽혀 가지 들어 던져버리고는 구시렁댄다.

다람쥐 한 마리 밤나무 등을 쏜살같이 타고 오른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뭐라 중얼거리는 듯하더니
묵묵부답의 나를 반기는 듯 꽁지를 흔들어댄다.

저만치에서 삭발의 여자가 걸어오고 있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작은 미소를 주고는
내가 왔던 길을 타고 가버린다.

어느새 한가로운 절 하나 보이고
마당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노스님이 적막하다.
나를 비껴간 그녀는 속세를 버리지 못해 입던 옷 그대로
절간만 들락날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머리 속이 수세미처럼 헝클어진다.
그래, 삭발 정신 하나 똑바로 지킨다면
그런 자세만으로도 중이 되는 것이 아닐까.

   

                          

 

출처 : 전북시낭송협회
글쓴이 : 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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