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因果) 이야기
南天 편(編)
이 글은 주로 <五臺山 노스님의 因果 이야기>(불광출판부)와 <不可錄>(전남대학교 출판부), <운명을 뛰어넘는 길>(불광출판부)에 나오는 주요 내용을 요약 발췌하고 부분적으로 추가 변경하여 편집한 것입니다. 인과(因果)의 도리로 보면 살생(殺生)과 음행(淫行)의 죄가 가장 무거우므로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모았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인과를 믿는 분들은 그 믿음이 더 확고해지고, 의심하던 분들은 바로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제1장.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되는 성욕(性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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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도(道)는 간음(姦淫)에 벌을 내리는데, 그 과보가 매우 빠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려워할 줄 모르고 흐리멍덩하니 꿈속만 헤매고 있다. 진정으로 자신의 행실을 점검하여 바르게 닦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그에 따른 재앙이 닥치리니, 오호라, 그대 중생들이여! 나의 일깨우는 말을 부디 들어보길 바란다.
은혜를 베푸는 이에게 길(吉)함이 찾아오고, 착하지 못한 자에게 재앙이 내려짐은 예부터 전해진 말이라오.
춘추전(春秋傳)이란 책에 실린 음란(淫亂)한 주인공들은, 모두 집안을 망치거나 나라를 잃었으며, 시경(詩經)의 풍아(風雅)에서 풍자와 비웃음의 대상이 된 이들은 모두 다 눈이 맞아 바람난 자들이지. 그러므로 천리(天理)에 거스르면 자연히 타고난 천성(天性)이 손상되고, 성욕(性慾)에 탐닉하면 저절로 명예를 잃게 된다오.
내가 과거시험이 치러질 때마다, 매번 수시로 급제자를 취사선택하노라. 한번 붓을 그어 급제할 사람의 이름을 지우는 것은, 단지 이웃집 여자를 엿본 허물 탓이며, 급제자 명단에 추가하는 것은, 오직 여자에 대한 유혹을 물리친 공덕 때문일세.
평지의 천둥소리를 듣고 싶은가? 한 치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망의 불길을 지피지 말게. 한 번의 실수로 종신토록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고생고생 이룬 공부와 높은 학식이 어찌 아깝지 않으리오? 평생의 곤경이, 모두 한계를 넘어 절개를 망가뜨린 때문일세. 그럼에도 학문하는 이들이 이러한 까닭과 이유를 잘 살피지 못하고, 도리어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기만 하는구나!
시험장 주위에는 온통 신들이 지키고, 시험을 치룰 땐 온갖 귀신들이 끼어든다네.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하는 이에게는 신들이 놀랄만한 공덕이 있으나, 깨끗한 행실을 중간에 더럽히면 꽃이 피다 떨어지듯 시험에서 낙방한다오.
올바른 마음으로 잘못된 행실 멀리하면 명예로운 일 생기고 행복이 찾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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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옥을 순시하면서 죄인들의 범죄기록을 보니, 검은 문서가 산을 이루는데, 모두가 세상 사람들이 한 평생 지은 죄악의 기록들이다. 그 속엔 온갖 죄악들이 다 있지만, 오직 간음(姦淫)한 죄에 대해서는 하늘의 법률이 규정하는 과보가 가장 준엄하다. 남의 아내나 딸을 간음하면 지옥에서 500겁 동안 고통 받은 뒤, 비로소 벗어나서 말이나 당나귀로 태어난다. 그리하여 다시 500겁이 지나야 사람 몸을 되찾지만, 그것도 창녀나 광대의 신세가 된다네.
계략과 음모로 정절을 지키는 과부나 비구니와 같은 여자 수행자를 간음하여 그들의 절개와 정조를 빼앗으면, 지옥에서 800겁 동안 고통 받은 뒤, 비로소 벗어나네. 그 뒤엔 양이나 돼지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도살당하는 신세가 되고, 그러기를 800겁 동안 한 뒤에야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지만 장님이나 벙어리로 태어난다오.
만약 집안친척사이에서, 윗사람과 간음하거나 아랫사람을 능욕하면, 지옥에서 1500겁 동안 고통을 받은 뒤, 비로소 벗어나서 뱀이나 쥐로 태어나고 다시 1500겁이 지난 뒤에야 사람 몸을 되찾지만, 그러나 뱃속에서 죽거나 포대기 안에서 요절하는 운명을 맞이한다네.
만약 음란서적을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파괴한 자는, 죽어서 무간지옥에 들어가는데, 자신이 지은 책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그 책으로 인한 해악(害惡)도 모두 사라져야만 비로소 고통의 과보가 끝나서 지옥에서 벗어난다오.
왜 그러한가? 음란서적의 해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훌륭한 집안의 정숙한 여자라 할지라도 어쩌다가 그 같은 책을 접하게 되면,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타오르는 성욕의 불길을 참지 못해 마침내 바람이 나서 몰래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유부녀와 과부들도 절개를 내버리거나, 처녀가 정조를 잃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창 학문에 매진해야 할 학생으로서 학업성적도 좋고 총명한 이도 한 번 이런 책에 빠져들면, 욕정과 헛된 환상에 사로잡혀 자제력을 잃게 된다. 항상 이성을 음란한 눈길로 보고, 머리엔 온통 이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게 되니 공부가 들어갈 곳이 없게 된다. 작게는 손으로 자위를 하면서 원기(元氣)를 소모하여 어린 나이에 요절하기도 하고, 크게는 윤리기강을 어지럽혀 사회에서 버림받기도 한다. 심지어는 책에 나오는 대로 실습해 보느라 온갖 해괴한 짓을 다하게 되니, 사람들의 깨끗한 행실을 어지럽히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상의 온갖 어지러운 행실이 그 근본은 음란서적의 유포에 있는 것이다. 어찌하여 학식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글 쓰는 훌륭한 능력으로 도리어 끝없는 죄악을 지어 하늘의 진노를 사고 자신을 지옥으로 이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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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죄업의 바다가 아득하지만, 성욕처럼 끊기 어려운 욕망이 없고, 티끌 속의 세상 시끌벅적해도, 잘못된 성행위보다 범하기 쉬운 죄가 없다고 들었다. 산을 뽑아 던질 힘과 세상을 뒤덮을 만한 기개를 자랑하는 영웅도, 여기에 걸려 나라를 망치고 목숨을 잃으며, 비단결 같은 마음과 폭포수 같은 달변을 갖춘 천재도 이것 때문에 절개를 꺾고 명예를 땅바닥에 떨어뜨린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진 이나 어리석은 이나 가릴 것 없이, 모두 한결같이 되풀이 해 밟는 일이다.
하물며 요즘처럼 음란한 풍조가 날로 치성하고, 옛 윤리도덕은 갈수록 쇠퇴하는 세상에서 오죽하랴! 가볍게 날뛰는 젊은이들이 사창가의 유혹에 푹 빠져드는가 하면, 학식 많고 점잖은 사회의 상위층을 이루는 사람들조차도 값싼 욕망의 유혹에 빠져들기 일쑤다. 입으로는 절제를 이야기 하면서도, 마음의 욕망은 더욱 불어나고, 귀로는 음란을 끊어야 한다는 소리보다, 음란을 유혹하는 소리가 몇 배나 더하네. 길가엔 온갖 교태로운 모습 즐비하니 눈동자가 저절로 돌아가고, 아름다운 여색이 스치면 창자가 백 번이나 꼬부라진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성숙하니 마음이 육신의 부림을 당하고, 의식은 순간적인 쾌락에 질질 끌려 다닌다.
다른 여자의 지조와 절개를 빼앗으면, 자기의 아내나 딸들이 그 빚을 갚아야 하고, 남의 명예를 더럽히면, 후손들이 그 과보를 받게 되는 줄을 알고나 있는가? 후손이 끊긴 무덤의 주인공은 젊은 혈기로 경박하게 미친 듯 날뛰던 젊은이 아닌 자 없으며, 기생과 창녀들의 조상들은 모두 화류계에 탐닉했던 건달들이라네. 부자(富者)가 될 수 있는 자라도 부자의 명단에서 삭제되고, 귀인(貴人)이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도 높은 지위의 명단에서 제명되네. 살아서도 형벌을 당하고, 죽어서도 3악도(惡道)의 고통 받아야 하리.
큰 일을 이루려는 청년들과 뜻을 높은 데 둔 사람, 사회의 덕망 있고 부귀하고 명예로운 모든 이에게 두루 부탁하노니, 부디 이 진리(眞理)를 깨달아 성욕의 장애를 과감히 쳐부수시라. 부용(芙蓉)같이 흰 얼굴도 해골 위에 살점이 잠깐 동안 붙어 있는 것에 불과 하고, 화려하게 치장해 아름다워 보이는 몸뚱이도, 똥 오줌과 피와 고름을 담은 오물통임을 아는가?
나이 많은 이는 어머니로 보고, 적은 이는 딸로 보고, 같은 또래는 누이로 보아서, 마음을 단속하라.
아직 잘못된 성행위를 한 적이 없는 이는, 발을 헛디뎌 빠지는 일이 없도록 미리 예방할 것이며, 이미 악행을 행한 이는 한시 바삐 고개 돌려 크게 뉘우칠지니라. 나아가 이 소식을 널리 알리고 서로 일깨워서, 곳곳마다에서 깨달음의 길로 함께 나아가고, 사람마다 모두 미혹의 고해(苦海)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간절히 기도하세.
제2장. 성욕(性慾)을 경계하는 격언(格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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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남편답고 아내가 아내다운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도리라, 예법(禮法)을 벗어나 윤리를 어지럽힌다면 이는 짐승과 다를 바 없다. 그러므로 잘못된 음행은 뜻 높은 사람들이라면 힘써 막아야 할 죄악이다.
흔히들 짐승들은 예법도 모른다고들 하지만, 비둘기는 한번 짝을 지으면 바꾸는 법이 없고, 짝 잃은 기러기는 홀로 슬피 울면서 다시는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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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는 갈수록 암흑과 혼탁과 혼란으로 치달으니, 남녀 젊은이들은 갈수록 절개와 지조를 가벼이 여기고 지조를 잃고 몸을 망치는 자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원인을 따져보면, 모두가 음란서적과 음란한 그림이 널리 유포된 데서 비롯된 해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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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의 문제는 청소년기에 통과해야할 첫 번째 관문이다. 이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총명한 재주와 비상한 학식을 갖추었다 해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쓸모없게 된다.
무릇 세상만사는 모두 육신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피와 살로 된 몸뚱아리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정(精)과 기(氣)와 혈(血) 때문이다. 피는 음(陰)이고 기는 양(陽)인데, 이 음과 양이 만나서 생기는 것이 정(精)이다.
정(精)은 골수(骨髓)에 서려있으며, 위로는 뇌에 통하고 아래로는 꼬리뼈 끝까지 관통하는 것으로, 사람 몸의 지극한 보배다. 이 정이 마르지 않아야 귀와 눈이 총명하고, 사지와 몸통이 건강하게 된다.
옛날에는 반드시 남자 나이 30이 되어야 아내를 맞이했는데, 몸에 돌기 시작한 정(精)으로써 먼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다지고, 원기(元氣)를 보양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혈기가 다소 안정된 뒤에야, 청소년 때처럼 무분별하게 정기(精氣)를 소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결혼하기 전부터 그 근본을 파헤치다가 결혼한 뒤에는 싹까지 모조리 쳐낸다. 그러니 몇 년 안 되어 정(精)과 피가 모두 탕진되어 맥없이 시름시름한다. 이렇게 되는 것은 모두 부모들이 잘 가르쳐 이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에 세 가지 큰 원칙을 세우고자 한다. 첫째는 본분인 학업에 부지런히 힘써서, 마음이 순조롭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 둘째는 남녀 사이를 잘 구별지어 본능의 발동을 막자. 셋째, 친구 사귐을 조심하여 못된 유혹을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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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위를 끊으려면, 반드시 성욕부터 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단 성욕이 일어나면 그에 따른 행위가 뒤따라 저질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성욕을 절제할 것인가?
사악(邪惡)한 친구는 가까이 하지 말고, 사악한 장소는 들어가지 말고, 사악한 책[음란서적과 음란 사이트 등]은 보지도 말고, 사악한 말[음담패설]은 듣지도 말라. 사악한 친구를 한 번 가까이 하면, 유익한 친구와는 점차로 멀어지고, 자연히 그에 점점 물들어서 쉽게 유혹에 빠져 나쁜 길로 빠져든다. 그래서 방탕하고 사치하며 사악한 짓을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 사악한 책은 보기엔 그럴듯하나 사실 전부 거짓으로 날조하고 꾸민 것으로 믿을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더러는 어쩌다가 우연히 한두 번 접촉하는 정도야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정말로 오산이다. 은연중에 스며들어 점차 올바른 생각을 잠식하는 해악은, 몰라서 그렇지 정말로 막대하고 오래간다.
요컨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자신에 대해 관대하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차라리 남에게 고지식하다고 비웃음을 당할지언정, 조금이라도 자신은 모든 것을 통달하였기에 걸릴게 없다고 자부하지 마라.
평소에 자신을 엄격히 지키지 않는다면, 위기일발의 유혹과 충동에 부닥쳐 실수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제3장. 불로장생(不老長生)과 자손번성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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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남자 나이 30에 장가들고, 여자 나이 스물에 시집을 갔다. 음양의 기운이 완전히 충만해지기를 기다린 것인데, 그래야 자식을 쉽게 낳고 건강하게 길러 장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세에 이러한 혼인에 적절(適切)한 나이를 지키지 않고, 남자는 16살도 못 되서, 여자는 14살도 못 되어 결혼하는 조혼의 풍습이 크게 번졌다.
그 결과 오장육부(五臟六腑)가 튼실하게 발육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게 되니, 온갖 이상한 질병이 생겨나고, 낳은 자식을 제대로 다 기르지도 못한 상태에서 요절하는 일이 아주 흔해졌다. 이 모두 부모의 도리를 잘 모른 소치다. 이 도리는 우리의 건강 및 생명에 직결된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도 부모 된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일러주기를 어색해 하고, 교사된 이들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기를 민망해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깨달았을 때는, 후회해도 이미 늦기 십상이다. 이에 특별히 대강의 요점을 말하여 후세 사람들이 모두 환하게 알고 지키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무릇 여자는 나이 14세가 된 뒤에는 생리가 매달 한 번씩 나오는데, 3일이 지나야 멈춘다. 30일에 한 번씩 나오는 것이 정상이고 이십 며칠이나 삼십 며칠마다 나오면 생리불순(生理不順)으로서 대부분 아기를 얻기가 힘들다. 그러면 먼저 약을 복용하여 생리가 정상이 된 다음, 생리혈이 3일간 다 흘러 나와 말끔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부부 관계를 가져야 한다.
원료범(袁了凡)은 말했다.
무릇 부인의 생리가 다 끝날 때, 오직 하루, 생명의 기운이 피어오르며 꿈틀거리는 때가 있으니, 이른바 춘의(春意)(여자가 남자를 생각하는 것)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인은 수줍고 부끄러워 말을 잘하지 못하므로 남편 되는 사람이 평소에 은밀히 말해 두었다가, 그 때가 되면 부인이 스스로 말하도록 하여 관계를 가지면 한 번에 자식을 얻을 수 있다.
장경악(張景岳)이 말하였다.
상등(上等)인 군자는 정(精)을 몇 달간 잘 보존하여 길렀다가 비로소 한 번 결합한다. 예로부터 ‘성욕이 적으면 아들을 많이 낳는다.’고 한 속담이 그 뜻이다.
중등(中等)인 선비는 부인의 생리가 말끔히 끝난 뒤에 결합하는데, 또는 달이 밝고 비바람이 없는 밤도 괜찮다. 평상시에도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더러는 부부간에 각방을 쓰기도 하고, 한 방에서 자더라도 침대나 이불을 따로 쓴다. 이런 사람은 자식을 낳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도 건강하게 보양할 수 있다.
그러나 하등(下等)의 남자는 때를 가리지 않고 사흘 내지 닷새만에 한 번씩 결합한다. 이런 사람들은 틀림없이 속으로 골병이 들게 된다.
그리고 하등 가운데 더 하등인 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 하거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하기도 한다. 이런 망할 운수의 자식들은 틀림없이 정액이 물처럼 묽어져서, 머지않아 갑작스런 질병으로 졸지에 죽을 수도 있다.
무릇, 음력 초하루와 보름 전날 밤은, 성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 또 자정(子正)은 몸 안의 양기(陽氣)가 막 생기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이때의 한 차례의 관계는 평상시의 100번에 해당할 정도로 양기의 소모가 심하므로, 역시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몸에 가벼운 병이라도 있을 때(가벼운 병은 중환으로 악화되고 중병일 경우는 죽을 위험이 매우 높다.), 취중(醉中)이나 포식(飽食)한 뒤, 배를 타거나 길을 걸어 여행한 뒤 이삼일 이내, 강풍(强風), 천둥번개, 심한 추위나 더위, 일식 월식, 신상(神像) 앞이나 시신(屍身) 무덤 주위, 재계(齋戒) 중일 때, 제삿날, 대낮, 달빛이 비추거나 조명(照明)이 밝은 곳에서도 해서는 안 된다. 경신(庚申)일이나 갑자(甲子)일, 자신과 배우자와 자신의 생일, 음력(陰曆)으로 매월 28일도 안 된다.
남녀간에 성교를 했거나 몽정(夢精)을 한 뒤, 3일 내지 5일안에는 찬물이나 찬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고, 성질이 찬 약을 먹어서도 안 된다. 만약 꼭 약을 먹어야 할 병이 있다면 의사에게 분명히 말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여름에도 차가운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며, 싸늘한 날씨에는 비바람을 맞아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범하면 틀림없이 궐음병의 증상이 나타난다. 남자는 성기가 위축되고, 여자는 유방이 수축된다. 또 팔 다리가 차가워지고, 배가 아프며, 심하면 산삼과 녹용으로도 구하지 못하고 죽는다.
여자가 생리를 한 뒤에 몸이 허(虛)한 경우에도 이상의 금기를 지켜야 한다. 또 유산(流産)의 경우, 임신한 지 석 달 내지 다섯 달이 지난 경우라면, 흔적이 뚜렷하므로 본인이 알아차릴 수 있지만, 한 달이나 반달 안에는 유산을 해도 본인이 대부분 잘 모르고 지나친다. 심지어 여러 번 임신했다가 매 번 유산하여, 간(肝)의 핏줄이 자주 손상되어, 평생 임신을 못하는 여자도 있는데, 이러한 유산의 대부분은 임신 중에 부부관계를 함부로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들은, 온갖 방면으로 예방하고 보호해서, 자식들이 16-17세에 이를 때까지, 뿌리가 되는 정기(精氣)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도록 해서, 평생 별다른 질병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어머니 뱃 속에 있을 때 일찌감치 임신 중 성교로 손상을 심하게 당해 버리면, 세상에 태어나도 제대로 건강한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한다. 아아, 이것이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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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금(金)이나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기혈(氣血)이 조화롭게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성욕(性慾)을 스스로 절제하기가 어렵다. 처음엔 별 탈도 없고 괜찮은 것 같지만, 함부로 성행위를 하다보면 날로 손상되어간다. 그리하여 달이 가고 해가 가면, 정력(精力)과 골수(骨髓)가 바닥이 나고, 기혈이 고갈되면, 결국엔 육신이 죽게 된다.
사람의 기혈이 여섯 경락(經絡)으로 이루어진 몸을 도는 데는, 매일 한 경락씩 운행하므로 6일이 걸린다. 그런 까닭에 만약 밖에서의 감촉을 받아 [성행위를 하기는커녕] 성욕이 일어나기만 해도, 가장 가벼운 경우라도, 그 때 운행 중이던 경락의 기혈이 손상되며, 이 손상된 기혈이 다시 원상회복되기 위해서는 그로부터 반드시 6일이 지나 다음 번 운행시기가 돌아와야만 한다. 하물며 사정(射精)을 하게 되면 기혈이 손상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7일이 못되어 다시 정(精)을 쏟아 버린다. 그러면 경락의 기혈이 회복될 시간도 없이 다시 손상된다. 그 결과 안이 허(虛)한 상태에서 밖에서 사기(邪氣)가 침입하면, 온갖 질병이 다투어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두 환절기나 날씨 탓으로 돌리거나, 운이 없어서 우연히 병을 얻었다고 핑계를 댄다. 이는 어떤 병도 하루아침에 우연히 발작하는 것이 아니며, 그 원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점차로 이루어진 것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역(周易)의 ‘7일만에 왕래를 반복한다.’는 이치를 삼가 준수하지 않고서 어겨옴으로써 화근이 점차로 축적되었다가 드디어 터진 것일 뿐인 것이다.
이제 성교(性交) 기한의 표준을 정하여 밝히니, 각자 성욕을 절제하여,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보전하는 근본으로 삼았으면 좋겠노라.
20대는 7일을 주기로, 30대는 14일 주기, 40대는 28일 주기, 50대는 45일, 60대가 되면 생식활동이 끝나므로 이때는 성욕 자체를 끊고, 성교를 멈추어, 정혈(精血)과 골수를 견고히 지키고, 깨끗하게 굳게 닫아서 갈무리함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나니, 만에 하나라도 정액(精液)과 기혈을 쏟아서는 안 된다.
이 기준은 봄과 가을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여름과 겨울은 또 사정이 다르다. 이 두 기간에는 성교를 끊는 게 원칙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20대는 14일 주기, 30대는 28일, 40대는 45일을 주기로 한 번 한다. 50대에 이르면, 혈기가 몹시 쇠약해지므로 여름에는 60일에 한 번 정도 가질 수도 있지만, 겨울철은 굳게 지켜 쏟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겨울은 천지(天地)자연이나 인체의 기운 모두, 굳게 지켜 다가올, 새 생명을 낳을 봄을 준비하는 시기이므로 정기를 지키는 중요성이 여름철보다 10배나 더 중요하다.
이상과 같은 사항들을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은, 질병을 물리치고 건강하게 장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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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지(蓮池)대사께서 왕대계(王大契)한테 말씀하셨다.
‘살생(殺生)은 마치 독약이 든 나쁜 음식과 같아서 누구에게나 그 참혹함이 분명하지만, 성욕은 마치 독약이 든 맛나고 훌륭한 음식과 같아서 그 참혹함이 은밀하다.’
오호라! 동서고금의 얼마나 많은 쟁쟁한 영웅호걸과 지사(志士), 천재들이, 그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도중에 죽고 말았던가? 그들 대부분은 아마도 틀림없이 성욕을 너무 부려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도 물론 사전(事前)에 자중 자애할 줄 알고, 사후(事後)에는 뉘우칠 줄도 안다. 하지만 성욕이 한 번 치성하게 솟구치면, 그 웅장한 기개와 의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 번 한 번만은 해도 별 상관없겠지. 나중에 두 번 다시 이러지 말아야지.’라고 변명하며 다짐한다. 하지만 다음에 같은 일이 닥치면 이와 똑 같이 생각하고, 그 다음도 그 다음도 매 번 똑같이 다짐하며, 자신과 타협하고 자신을 속인다.
욕정이란 해소할수록 더욱 치성해져서 나중엔 스스로도 어떻게 절제할 수가 없게 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처음 생각이 일어났을 때, 즉각 알아차리고 그 해악을 상기(想起)하고 참고 그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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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득정(蒲得政)이 항주(杭州)의 지사로 있을 때였다. 한 번은 그 고을의 이각이라는 노인이 찾아왔는데, 나이가 이미 백 살이 넘었으나 기색이 윤택하고 빛났다. 그래서 포득정이 그에게 양생의 비법을 물었더니,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제 양생법은 지극히 간단하고 쉽습니다. 다만 일찌감치 욕정(欲情)을 끊었을 뿐입니다.”
제4장. 음욕(淫慾)을 참아 쌓는 음덕(陰德)은 만고(萬古) 제일의 등용문(登龍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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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나라 선종(宣宗)때, 조내(曺鼐 : 시호 文忠公)는 세공(歲貢)으로 학정(學正)에 제수되었다가 머지않아 태화전사에 임명되었다. 한 번은 도적을 체포하다가 역마차 정자에서 [잡혀 있던] 한 여자를 발견하였다. 그 여자는 몹시 아름다웠는데, [고마움의 표시로] 조내에게 몸을 허락하려는 뜻을 내 비추었다. 그러나 조내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찌 양가의 처녀를 범할 수 있겠는가?’라고 결연히 말하면서 종이조각을 꺼내어, ‘조내는 할 수 없다(曺鼐不可).’라고 네 글자를 써서 불살라 올렸다. 천지신명께 자신의 의지를 아뢰는 소지(燒紙)였던 것이다. 그리고 날이 밝자 그 여자 집을 찾아 데려가도록 건네주었다. 그 뒤 조정에서 실시하는 과거에서 대책(對策 : 시험의 한 종류)을 작성하는데, 홀연히 종이 조각 한 장이 펄럭이며 조내의 책상 앞에 떨어지기에 살펴보니, ‘조내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조내는 정신이 번쩍 들며, 일필휘지로 답안을 써내려갔는데, 그 시험에서 장원으로 급제하였다.
2
비릉군(毗陵郡)에 전(錢)씨 성을 가진 노인이 있었다. 그는 선행을 많이 하는데도 애석하게도 자식이 없었다. 같은 동네에 유(喩)씨 노인이 있었는데, 세도 있는 부호의 착취로 진 빚을 갚지 못하고 처자식까지 굶주리게 되자, 전씨 노인에게 돈을 좀 융통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전씨 노인은 달라는 액수대로 주고, 차용증도 받지 않았다. 급한 일이 해결된 뒤에, 유씨 노인은 처자식을 거느리고 전씨 노인을 찾아와서 사례를 올렸다. 이 때 전씨 노인의 부인이 유씨 노인의 딸을 보니 단정하고 예뻐, 첩으로 들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씨 노인 부부는 크게 기뻐하며 반겼으나, 전씨 노인은 도리어 정색하며 물리쳤다.
“남의 급박하고 어려운 처지를 틈타서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는 짓은 어질지 못하고, 본래 순수한 뜻으로 선행(善行)을 시작했다가 욕망으로 끝나는 것은 의롭지 못하오. 차라리 자식이 없어 대(代)가 끊길지언정 감히 그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소.”
이에 유씨 부부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거듭 감사의 절을 올리고 물러났다. 그날 밤, 전씨 노인의 부인 꿈에 한 신명(神明)이 나타나 일러주었다.
“그대의 남편은 음덕(陰德)이 매우 크므로 그대에게 귀한 아들을 하나 내려 주겠노라.”
과연 1년 뒤에 아들이 태어났다. 이에 하늘이 내려 주었다는 뜻으로 ‘천사(天賜)’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18세에 과거에 급제하더니, 관직이 도어사(都御史)에 이르렀다.
3
안휘성(安徽省) 휘주부(徽州俯) 출신의 상인(商人)인 왕지인(王志印)은 30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 하루는 어떤 관상가가 그에게 10월 중에 큰 환란이 닥치겠다고 예언해 주었다. 왕지인은 평소 그 사람의 관상술을 신통하게 여겼으므로 급히 소주(蘇州)로 가서 팔 물건과 재물을 모두 챙겨 숙소로 되돌아 왔다. 어느 날 해질 무렵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한 여자가 물속에 투신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황급히 황금 열 량을 꺼내어 고깃배를 불러 타고 가서 그녀를 구해 냈다. 그리고 자살하려는 이유를 묻자, 그 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편은 날품팔이로 하루하루 보내며, 저는 집에서 돼지를 길러 세금을 겨우 내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어제 돼지를 팔고 받은 돈이 알고 보니, 뜻밖에 모두 가짜 은(銀)이었습니다. 남편이 돌아와 책망할 것을 생각하니 살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그만 죽으려고 한 것입니다.”
왕지인은 그녀의 사정을 측은히 여겨, 돼지 판 돈의 배를 주어 보냈다. 그 여자는 집에 돌아가 자초지종을 남편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남편은 믿지 않고 마침내 아내를 데리고 왕지인의 숙소에 직접 대질하러 찾아갔다. 그러나 왕지인은 이미 잠이 든 뒤였다. 그래서 여자가 문을 두드리며, “물에 투신했던 여자가 찾아와서 사례(謝禮)를 올리려고 합니다.”하고 불렀다. 그러자 왕지인은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그대는 젊은 부인이고, 나는 홀몸으로 있는 나그네 신세인데, 어두운 밤중에 서로 만나는 것이 어찌 옳겠소.”
이 말을 들은 여자의 남편은 깜짝 놀라면서, 정신이 번쩍 들어 입을 열었다.
“저희 부부가 함께 밖에 와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비로소 왕지인은 옷을 입고 그들을 만나 보러 나왔다. 그런데 그가 문을 열고 집밖으로 빠져 나오자마자 벽이 갑자기 왕창 무너져 내리면서 그가 누워있던 침대를 덮쳐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 광경을 본 부부는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정중히 사례를 올리고 작별하였다. 나중에 왕지인이 집에 돌아와 관상 보는 사람을 다시 만났다. 그러자 그는 크게 놀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얼굴에 음덕(陰德)의 무늬가 가득 나타난 걸 보니, 이는 필시 남의 목숨을 구해 준 결과요. 앞으로 복록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겠소.”
나중에 그는 연이어 11명의 아들을 낳았고, 96살까지 장수하면서 아주 건강하게 살았다.
4
절강성(浙江省) 귀안현(歸安縣)에 사는 심동(沈棟)은 집안이 가난하였다. 그래서 집안 형님인 손주(遜洲)의 추천으로, 그의 인척 집에 가서 훈몽(訓蒙:가정교사) 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주인은 젊은 과부인데다가, 아들은 아주 어렸다. 어느 날 밤 그 부인이 몰래 찾아와 정(情)을 통하기를 부탁했다. 심동은 단호히 거절하고, 다음날로 훈몽을 사양한 채 되돌아 왔다. 부인은 말이 새어 나갈까 두려워하여, 예를 갖추어 간곡히 다시 오라고 부탁했고, 그래도 안 오자 손주에게 직접 가서 모셔 오라고 여러 차례 재촉하기도 하였다. 하도 가지 않으려 하기에 손주가 그 까닭을 거듭 캐물었으나, 심동은 끝내 그 일을 입 밖에 내지 않고, 단지 몸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더니 다음해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이 순무(巡撫:지방 최고 장관)에까지 이르렀다.
5
명(明)나라 때 문정공(文正公) 사천(謝遷)은, 젊었을 때 비릉(毘陵)의 아무개 집에서 학관을 연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처녀가 부모 모두 외출한 틈을 타서, 집을 뛰쳐나와 사천에게 찾아 들었다. 이에 사천은 부드러운 말로 그녀를 타일렀다.
“여자가 시집가기 전에 남에게 정조를 잃으면 평생의 오점이 되오. 부모와 친족들은 물론 남편 집안에까지 장차 체면이 없게 만든다오.”
그리고는 단호한 낯빛으로 거절하자, 그 처녀는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 사천은 다음날로 곧장 학관을 사양하고 귀가했다. 그는 나중에 헌종(憲宗) 성화(成化) 11년(1475년)의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고, 마침내 재상의 자리에 올랐고, 그 아들 비(丕)도 궁시랑이 되었다.
6
하징(何澄)은 의술로 이름이 높았다. 같은 군에 사는 손(孫)씨는 오랫동안 병을 앓았는데, 낫지 않자 하징을 집으로 초빙하여 치료를 부탁했다. 그런데 하징이 손씨의 집에 도착하자, 그의 아내가 가만히 이렇게 하소연했다.
“남편의 병이 오래 지속되어,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집 재산을 거의 다 팔아먹었습니다. 부디 제가 몸으로 약값과 치료비 대신 갚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하징은 정색을 하고 부인의 부탁을 거절하며 대답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소. 걱정 말고 마음 푹 놓으시오. 내가 무료로 정성껏 치료해 줄 테니, 혹시라도 그런 생각으로 나를 모욕하고, 낭자 자신을 더럽히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조심하시오.”
이에 환자의 아내는 한편으로 위안이 되어 감사하면서, 한편으로는 내심 몹시 부끄러움을 느끼고 물러 나왔다.
그날 밤 꿈에 하징은 한 신선이 자기를 어떤 관공서에 데려가서 그 장관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대는 의술을 베풀어 공덕이 적지 않은데, 다시 위급하고 가난한 환자를 치료해 주면서, 부녀자의 절개를 어지럽히지 않았으니, 참으로 가상하오. 상제(上帝)님의 명령을 받들어, 그대에게 녹봉이 5만전(萬錢)이 되는 관직 하나를 특별히 하사하겠소.”
그 뒤 얼마 안 되어 황태자가 병이 걸렸다. 그러자 황제는 하징에게 조서를 내려 치료하도록 명령했는데, 한 번 지어준 약을 먹고 바로 나아버렸다. 그리하여 하징은 꿈속에서 본 그대로 5만전의 관직을 하사 받았다.
7
청(淸)나라 세조(世祖) 순치(順治) 16년(1659년)에, 곤산(崑山)의 서립재(徐立齋)는 전시(殿試)에서 장원으로 막 급제한 무렵이었다. 어떤 사람이 성화묘에서 기도하면서 그곳에 머물러 잠자게 되었다. 그러다가 한밤중에 신(神)이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자리에 올라앉아, 자기를 불러 이렇게 분부하는 광경을 보았다.
“그대는 서씨가 장원에 급제한 까닭을 아는가? 서씨 집안은 대대로 사음(邪淫)을 저지르지 않고, 오랫동안 덕행을 쌓아왔기 때문에, 위로는 천심(天心)을 크게 감동시켰느니라. 지금 장원급제한 것은 단지 그 공덕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니라. 사람들은 공명(功名)을 떨치는 사람을 보면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신기하게 여기지만, 그것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으며, 공명은 그 과보가 나타난 것일 따름이다. 이러한 이치를 이제 그대에게 모두 말해주노니, 어리석은 생각으로 온갖 사악(邪惡)을 다 저지르면서 공명을 구하려는 세상의 모든 자들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
말을 끝내자 신(神)은 자리에서 일어나 행차를 떠나갔다. 그 사람은 삼가 이 사실을 그대로 적어 널리 유포시켰다. 그 뒤 서립재의 동생인 건암(健庵)과 언화(彦和)가 각각 1670년, 1673년의 과거에 급제하여, 한 집안의 삼형제가 정갑(鼎甲:과거 시험에서 최상위 셋)에 뽑히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그들의 자손들도 줄줄이 급제하여, 집안이 크게 일어났다.
제5장. 음욕(淫慾)은 패가망신(敗家亡身)을 부른다.
1
리등(李登)은 나이 18세에 향시(鄕試)에 수석으로 통과하였으나, 그 뒤 나이 50이 되도록 중앙의 본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섭법사(葉法師)를 찾아가서 그 까닭을 알려달라고 했다. 섭법사는 문창제군에게 이것을 문의했다.
“리등은 태어날 때, 상제(上帝)께서 본래 옥인(玉印)을 하사하시면서 18살에 향시를 통과하고, 19살에 본 과거에 급제한 뒤, 52살에 관직이 우승상(右丞相)에 이르도록 예정하셨소. 그런데, 그가 향시를 통과한 뒤, 이웃집 여자를 몰래 엿본 짓이 징벌의 화근이 되었소. 그 일은 비록 남녀간의 결합으로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그의 아버지가 감옥에 갇히게 되었소. 이 일 때문에 과거 급제가 10년이나 늦추어지면서, 등수도 장원(壯元)에서 2갑으로 한 등급 낮추어졌소. 그런데 그 뒤 자기 형님의 집터를 침범하여 소송으로까지 몰고 가니, 다시 10년이 늦춰짐과 동시에 3갑으로 한 등급 더 낮추어졌소. 그런데 그 뒤에 또 장안(長安)의 한 저택에서 한 양가(良家)의 부녀자와 간음하여, 다시 10년이 늦추어 졌는데, 최근에 다시 이웃집 여자를 도둑질하였소. 이렇듯 죄악을 회개할 줄 모르고 계속 반복하므로, 마침내 그의 과거 운수는 천상(天上)에 있는 공명(功名)을 기록하는 장부에서 완전히 삭제되었고, 죽을 날도 멀지 않았소.”
법사가 그 내용을 사실대로 말해주자 그는 결국 부끄러움과 회한(悔恨)을 품고 죽고 말았다.
평(評) : 리등은 이른바 질곡(桎梏)을 반복한 자다. 초기에 일찌감치 후회의 마음을 내고 공덕을 닦아 허물을 속죄하였더라면 아마도 원래의 관운에 흠집이 없이 온전히 되찾았을 것이다. 사음(邪淫)의 쾌락과 장원급제의 공명은 비교할 바가 못 될 정도로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리등은 종신토록 누릴 부귀영화를, 단지 한 순간의 쾌락과 맞바꾸었으니, 리등이 사음의 해악을 미리 알았더라면, 바보가 아닌 이상 어찌 그렇게 했겠는가. 안타깝도다! 장원으로 급제하고 재상까지 지내는 이는, 수백 년에 겨우 한둘 나올까 말까 한데, 이렇게 사음의 죄로 통째로 날려 버렸구나! 하물며 다른 보통 사람의 복덕으로써 그 같은 짓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겠는가. 지금도 재주가 빼어나고 박학다식하면서도, 늙도록 생계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일찍이 이런 죄악을 범한 적이 없는지 스스로 반성해 볼일이다.
2
룡서(龍舒)의 류요거(劉堯擧)가 배를 빌려 타고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데, 마침 뱃사공의 딸이 배 안에 함께 있었다. 류씨는 딸에게 자주 수작을 걸었으나, 어떻게 해 볼 틈을 얻지 못하였다. 두 번째 시험에서 답안지를 아주 일찍 제출하고 시험장을 나왔는데, 마침 뱃사공이 물건을 사고 팔러 시장에 가고 없었다. 그 틈을 타서 류씨는 그 딸을 간음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 류씨의 부모 꿈에 신이 나타나서 말해주었다.
“당신의 아들은 본래 이번 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할 것이었으나 옳지 못한 짓을 하여, 하늘의 급제자 명단에서 제명되었소.”
급제자 명단을 발표하는데, 시험관이 그를 장원으로 뽑았으나, 답안이 규칙에 어긋나서 그만 탈락되고 말았다. 류요거는 크게 후회했으나, 나중에도 끝내 평생토록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
3
귀주(貴州)의 아무개 서생(書生)은 여러 번 과거 시험을 치렀으나 번번이 낙방하였다. 그러자 장진인(張眞人)을 찾아가, 천상의 과거 급제자 명단을 한번 확인해 달라고 애걸했다. 그래서 조회한 결과, 신의 계시는 이러했다.
“이 사람의 운수에는 본래 과거급제의 명예가 있어야 하지만, 숙모를 훔친 죄로 삭제되었다.”
장진인이 이러한 회답을 주자, 서생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 변론서를 작성하여 신명께 하소연을 올렸더니, 답변의 계시가 내렸다.
“비록 구체적으로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에 서생은 지난날의 일을 후회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가 소년 시절에 숙모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는, 우연히 사(邪)된 마음을 일으킨 적이 있었던 것이다.
4
명(明)나라 무종(武宗) 정덕(正德) 년간에 사명부(四明府)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수재(秀才:공부하는 생원)가 죽은 뒤, 아들의 꿈에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생전에 간음의 죄를 범하여, 내일 남성(南城)의 사오랑집 개로 태어나게 되었다. 한시 바삐 선행(善行)을 많이 행하고 나를 위해 참회하여 공덕을 쌓아 주기 바란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한 귀졸(鬼卒)이 그의 목을 끌어 잡아당기고, 다른 귀졸 하나는 흰 가죽을 그의 머리에 덮어 씌웠다. 그러자 그는 구슬피 울면서, 머뭇거리다가 떠나갔다. 아들은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고, 이튿날 사씨 집을 찾아가 보니 과연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온 몸이 여린 흰색이었다. 그 아들은 그 강아지를 사 가지고 집에 돌아와, 그를 위해 좋은 일을 널리 베풀었다. 그 후 5,6년이 지난 뒤, 개는 밥을 먹지 않다가 죽었다. 그런데 그 뒤 다시 한 달쯤 지나자, 집안의 어린 하녀하나가 쪼그리고 앉더니만, 마치 생전의 수재의 모습처럼 큰 소리로 집안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실은 간음을 범한 적이 없다. 다만 18세 때 형수의 방 앞을 지나는데, 마침 형수가 침대를 씻다가 반지를 땅에 떨어뜨린 뒤, 나에게 주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때 내가 반지를 주워 주면서 감정이 움직인 적이 있을 뿐이다. 그 뒤로도 형수가 때때로 나한테 웃으면서 말을 건네 왔다. 그래서 하마터면 인륜을 깨뜨릴뻔한 위험도 있었으나, 형수가 마침내 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 뒤로는 나도 정신이 어지럽고 심사가 산만해졌는데, 이듬해 나도 죽은 것이다. 죽은 뒤 귀졸들이 나를 결박시켜 한 관청 뜰로 끌고 갔는데, 그 때 나는 이미 두 손을 땅바닥에 갖다 대고, 마치 개의 모습처럼 변해 있었다. 이제 너희가 착한 일로 공덕을 쌓고, 그 공덕을 나에게로 돌리며 기도해준 덕에, 나의 전생 죄업이 참회될 수 있었다. 앞으로 나는 곧 산동(山東)의 조의사(趙醫師) 집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는 온 집안 식구에게 작별하였고 그 말을 마치자, 어린 하녀는 땅바닥에 쓰러졌다가, 이내 깨어났다.
5
람윤옥(藍潤玉)은 스무 살에 이지 재주가 몹시 빼어나고, 풍만한 자태에 훤칠하고 준수한 모습을 갖추었다. 그래서 동학(同學)들이 모두 그는 금마(金馬:특출한 인재)나 옥당(玉堂)을 기약할 수 있는 수재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의 바로 이웃집은 아무개 상서(尙書)의 집이었는데, 그 상서에게는 재주와 미모가 모두 당대에 손꼽힐 정도로 아주 빼어난, 약혼한 상태의 딸이 있었다. 한번은 우연히 그 딸이 마차에 오르는 모습을 람(藍)서생이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자 애타게 생가가나고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하루는 뒤뜰을 한가로이 거닐다가, 문득 담장 건너편에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내 사다리를 타고 담장너머 엿보았더니, 바로 지난번에 보았던 그 딸이 분명하였다. 그래서 몰래 담장 아랫부분에 벽돌반절을 뚫어 빼낸 뒤, 매일같이 그 구멍으로 그 여자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렇게 반년쯤 지난 뒤에 그 여자는 출가(出嫁)해 버렸다. 그러자 람(藍)서생은 다시는 구멍을 엿볼 일이 없어졌다. 이에 서글프고 애달픈 마음으로 ‘길이 사모하는 시(長想思詩)를 지었다. 그런데 그 시를 한 친구에게 보여주었더니, 그 친구는 보자마자 불속에 집어던져 태워 버렸다. 그리고는 그런 일을 덕행(德行)을 크게 훼손하므로, 다시는 딴 사람에게 말하지도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러나 람서생은 친구의 훈계를 듣고는 공연한 소리를 한다고 피식 웃고 말았다.
그 뒤 과거시험장에 들어갔는데, 시험 전날 밤 꿈에 한 신이 나타나서 자기 눈을 찌르는 것이었다. 잠에서 깬 뒤에도 얼마나 아픈지 마치 바늘로 눈동자를 계속 찌르는 것 같았다. 눈을 뜰 수조차 없었으므로 결국 빈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왔다. 짐에 돌아와서도 통증이 그치지 않더니 결국 두 눈이 멀고 말았다. 하지만, 자신의 시를 불태운 친구는 수석으로 합격하였다.
6
오(吳) 지방의 아무개 공자(公子)는 한 과부를 간음하려고, 자기의 계친구(契友)와 함께 일을 꾸몄다. 그 친구가 계획을 모두 세웠고, 날짜를 정하여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기약한 날이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의 꿈에 불그스레한 비단 옷을 입은 신(神)이 나타나서 말했다.
“그대의 아들은 본래 갑과(甲科)에 급제할 운이었는데, 못된 심술을 부리는 바람에 과거 급제 명단에서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아들의 친구 아무개는 본래 가난하고 미천한데다가, 다시 남에게 착하지 못한 음모를 꾸몄으니, 그의 창자를 마디마디 잘라 버려야 마땅하다.”
아버지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난 즉시, 아들이 공부하는 학관(學館)으로 달려갔다. 과연 아들의 친구는 이미 배가 몹시 아파 울부짖더니, 금세 죽어 버렸다. 그리고 자기 아들은 점점 미쳐 날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머리를 풀어헤치고 저자거리를 쏘다녔는데, 끝내 제정신을 찾지 못하였다.
제6장. 참회의 공덕
1
명(明)나라 때 홍도(洪燾)는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몽롱한 상태에서 한 초록빛 옷을 입은 사람이 자신을 이끌고 저승으로 데려가는 것을 보았다. 홍도는 그 사람에게 그가 평생 받아먹을 녹봉(祿俸)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사람이 옷소매 속에서 장부를 꺼내주었는데, 자기 이름 아래에는 조그만 글씨들이 다 읽어 볼 수 없을 정도였고, 다만 맨 뒤에 적어 놓은 주(註)에 있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참지정사(參知政事)가 되어야 마땅하나, 모년 모월 모일에 집안의 여자 아무개를 간음하였기에 비각수찬(秘閣修撰) 겸 전운부사(轉運副使)로 강등시킨다.”
이를 본 홍도는 두려운 마음에서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초록빛 옷을 입은 사람이 “오직 착한 일을 힘써 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 갑자기 큰 강물 앞에 당도하였는데, 초록빛 옷을 입은 사람이 자기를 밀어뜨리자, 몽롱한 상태에서 부스스 깨어났다. 죽은 지 이미 3일이 지났지만, 심장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어서 시신을 널에 넣지 않고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홍도는 자신의 과오(過誤)를 뼈에 사무치게 뉘우치고 착한 일을 힘써 행하였다. 나중에 그는 비각수찬 겸 양절(兩浙)의 전운부사에 임명되자, 혹시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하고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결국 별 탈 없이, 관직이 마침내 전학사(展學士)까지 이르렀으며 최고의 장수를 누렸다.
평(評) : 사람들은 보통, 죄악을 범한 자들이 여전히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을 보고 인과응보의 감응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 하지만 그들이 본래는 더 높은 부귀공명을 누릴 공덕이 있었으나, 과오로 인해 그 정도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홍도와 같이 과오를 뉘우치고 남모르게 커다란 선행을 닦아 타락할 운명을 원래대로 끌어올린 경우인지 어떻게 알 것인가?
2
명(明)나라 때 항희헌(項希憲)은 원래 이름이 덕분(德棻)이었다. 하루는 자기가 젊은 하녀 둘을 욕보인 죄로 계묘년 향시(鄕試)의 급제자 명단에서 삭제당하는 모습을 꿈에서 보았다. 꿈에서 깬 그는 사음(邪淫)을 끊고 부지런히 선행(善行)에 힘써, 지난날의 허물을 면제받기로 서원(誓願)을 세우고 실천하였다. 그 뒤 다시 어느 곳에 이르러, 노란 종이에 적힌 이름 중에서 여덟 번째에 항(項)씨 성이 있는 것을 보았다. 가운데 글자는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고, 마지막 글자는 원(原)자가 분명한 꿈을 꾸었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이르기를 “이것이 그대의 천상에서 예정된 과거급제 방문(榜文)의 등수요. 그대가 근래에 행실을 고쳐 선행을 많이 했으므로 다시 이런 문운(文運)이 점지된 것이라오.”
그래서 이름을 몽원(夢原: 꿈에 原字를 보았다는 뜻)으로 바꾸었다. 나중에 향시, 회시를 거쳐, 전시(殿試)에서 5등으로 급제하니, 정갑(鼎甲)의 세 사람까지 세면, 총 서열로는 꼭 8등이 됨을 알았다. 그런데 향시, 회시는 급제자 명단을 흰 종이에 작성하고, 오직 전시만 노란 종이에 작성하니, 역시 꿈의 내용과 일치하였다.
3
가인(賈仁)이란 사람은 50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 어느 날 밤에는 꿈에 어던 큰 저택에 도착했는데, 문 앞 현판에 ‘생육사(자식을 낳아 기르는 사당)’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가인이 뒤를 이을 아들 하나를 얻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랬더니, 사당의 주신(主神)이 장부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그대는 일찍이 남의 아내를 간음했기 때문에, 자식을 구해도 얻을 수가 없소.”
그래서 가인이 간절히 애걸하였다.
“어린 백성이 잘 몰라서 저지른 잘못이니, 부디 보속(補贖)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신(神)이 분부했다.
“그대가 진실로 과오를 뉘우치고서, 열 사람에게 사음(邪淫)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면 속죄될 수 있소. 그리고 다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선(善)을 권장하여 교화해야 비로소 아들이 있을 것이오.”
꿈에서 깨어난 가인은 스스로 뼈저리게 뉘우치고, 그 후 사람들에게 널리 선행을 권장하고 악행을 경계하니, 감화를 받은 사람이 매우 많았다. 그리고 과연 나중에 두 아들을 두었다.
4
화정(華亭)에 사는 장(張)아무개는 사음(邪淫)의 행실이 있었다. 그러더니 나중에 아들 둘을 낳았으나, 모두 제대로 살지 못하고 요절하였다. 게다가 자신도 심한 병에 걸려, 한 해가 넘도록 낫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과거시험 급제자들의 체험기를 모아 놓은 책에서, 사음(邪淫)의 과보가 너무나 분명하고 무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한탄하며 크게 뉘우쳤다. 마침내 신명(神明)앞에서 영원히 사음을 끊겠다고 서원을 세운 뒤, <음즐문(陰騭文)>을 인쇄하여 널리 보시하였다. 그랬더니 곧 병이 낫고, 몇 년 사이에 세 아들을 내리 낳았다.
5
상해(上海)의 최서신(崔書紳)은 일찍이 화가에게 춘화(春畵) 열 댓 폭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 그림은 요염하고 음탕하기 짝이 없는데다, 필치도 아주 빼어나고 정교하였다.
그런데 그 그림을 받은 뒤로 최씨는 학질에 걸려 낫지 않았다. 병이 발작하여 열이 몹시 오를 때마다, 그의 눈에는 미남미녀 열댓 명이 모두 벌거벗은 모습으로 두 명의 귀졸(鬼卒)들에게 하나씩 붙들려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 보이곤 했는데,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 피가 땅바닥에 흥건히 흐르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자기 차례가 되어, 극심한 고통으로 크게 울부짖었다. 그래서 자기가 보고 당한 모습을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말하여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최씨는 혼미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황급히 그림을 불태워 버렸다. 그 뒤로 병이 거짓말처럼 깨끗이 나았다.
6
명(明)나라 신종(神宗) 만력(萬曆) 40년(1612년)에 무진현(武進縣)의 장위(張瑋)는 아무개 서생(書生)과 함께 남경(南京)에 과거 시험을 보러 갔다. 그들이 숙소에 도착한 날 밤, 그 집의 주인은 천상(天上)의 과거시험 급제자 명단을 맞이하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장원이 바로 자기 집에 묵는 아무개 서생이었다. 그래서 꿈의 내용을 그 서생에게 알려 주었더니, 서생도 우쭐해 하면서 매우 좋아했다.
마침 집주인의 두 딸이 위층 누각에 살고 있었는데, 이제 막 비녀를 꼽기 시작한 나이였다. 그 서생이 장원할 것이라는 꿈 예기를 들은 두 딸들은 마음이 솔깃 움직였다. 그래서 저녁에 하녀를 보내어 그 서생을 오하고 불렀다. 그리고는 베로 매듭을 지어 사다리를 만들어 누각 위에서 아래로 늘어뜨려 서생더러 타고 올라오라고 하였다. 서생은 좋아하며, 장위도 함께 올라가자고 끌여 들였다. 사다리를 반쯤 타고 올라가다가, 장위는 문득 자신을 맹렬히 반성했다.
“내가 남경까지 올라 온 것은 오로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한심한 짓을 해서 덕행을 망가뜨릴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급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그 서생은 끝내 사다리를 타고 누각 위에 올라갔다. 그날 밤 집주인이 다시 천상의 과거급제자 명단을 보는 꿈을 꾸었는데, 장원이 장위의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인은 크게 깜짝 놀라며 다음날 아침 그 서생에게 꿈 얘기를 일러주면서, 도대체 최근에 무슨 일을 하였는지 캐물었다. 서생은 겸연쩍어 얼굴만 붉히면서 아무 말도 대꾸할 수 없었다.
급제자 명단이 발표된 결과, 과연 꿈의 내용과 같았는데, 그 서생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후회하였으나, 결국 가난과 답답함으로 죽고 말았다.
7
송(宋)날 때, 황산곡(黃山谷)은 요염한 사(詞:문학 형식)를 짓기를 좋아했는데, 한 번은 원통(圓通) 수선사(秀禪師)를 찾아왔다. 그러자 선사가 그를 호되게 꾸짖었다.
“대장부 된 자가 어찌 훌륭한 붓과 먹물을 가지고 소중한 종이 위에 그따위 글을 쓰는가?”
당시 선사는 리백시(李伯時)가 말(馬) 그림 그리는 것을 막 금지시킨 때였다. 그래서 황산곡이 웃으며 말하였다.
“또다시 저까지 말의 뱃속에 들어간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그러자 선사가 다시 꾸짖었다.
“리백시는 생각하는 게 말이므로 타락시켜봤자 자신 하나뿐이오. 그러나 그대는 요염한 말과 글로써 천하 사람들에게서 음심(淫心)이 일어나게 하지 않소? 그러니 그대의 죄업이 어찌 말 뱃속에 들어가는데 그치겠소? 대지옥(大地獄)에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되오.”
이 말을 들은 황산곡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심하게 느끼며, 수선사께 감사드리고는, 다시는 요염한 글을 쓰지 않았다.
8
사천(四川)의 전대경(錢大經)은 풍모가 수려하고 정신 또한 특출하여 한 번 붓을 들면 1000여 자를 단숨에 내리 쓸 정도였다. 그러나 17살부터 유학하며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번번히 과거시험의 벽에 부딪혀 곤혹스러웠다. 그리하여 경자(庚子)년 향시를 치르기 전에는, 문제께 기도를 올렸다. 그날밤 꿈에 푸른 옷을 입은 동자(童子)가 나타나, 자기를 데리고 문제 앞에 나아갔다. 그러자 문제는 담당관리에게 장부를 찾아보라고 명령하여 보여주는 내용이 이러했다.
“전대경은 27살에 향시에 2등으로 붙고, 이어 조정의 시험에도 장원급제하여 명성을 천하에 떨치고 관직은 2품까지 오르며, 수명은 73살까지 누릴 운명이었다. 그러나 음란한 책을 3권 지은 죄로 벼슬장부에서 완전히 삭제되고 수명도 길지 않게 되었다.”
이어 문제는 전대경에게 다음과 같이 훈계하였다.
“그대는 마음가짐이 본래 충실하고 후덕하며, 또한 효성과 우애(友愛)도 별로 어그러짐이 없거늘, 어찌하여 음란서적을 지어 수많은 남녀로 하여금 명예를 파괴하고 절개를 잃도록 이끌었는가? 만약 전생에 지은 공덕이 크지 않았다면, 진작 대지옥에 떨어지도록 판정 내렸을 것이다.”
이에 전대경은 크게 뉘우치고, 중대한 결심으로 맹세 하였다. 그 뒤 만나는 사람마다 사음(邪淫)을 경계하도록 권고하며 음란서적은 보는 대로 불살라 버렸다. 그러더니, 나중에 명경과(明經科)에 급제하고, 63살까지 살다가 죽었다.
총평(總評): 비록 사음(邪淫)의 죄가 무겁기는 하지만, 자기의 죄를 뼈저리게 뉘우치고 큰 공덕을 지으면 과오를 희석시킬 수 있음은, 마치 한 수저의 소금[과오(過誤)를 비유]을 작은 찻잔에 담긴 물[작은 덕행(德行)을 비유]에 풀면 그 물이 짜지만[과보(果報)가 무겁게 나타남의 비유], 한강과 같은 큰 강물[커다란 덕행을 비유]에 풀면 비록 소금기[악업(惡業)의 응보(應報)를 비유]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짠맛을 느낄 수 없는 것[과보가 가볍게 나타남을 비유]과 같다. 여하한 사소한 죄업도 결코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믿는다면, 사소한 죄과도 범하기 망설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뜻있는 사람들은, 사소해 보이는 죄악에서도 두려움을 느끼고, 사소해 보이는 선행이라 해서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실수로 발을 헛디뎠다면 크게 뉘우치고, 죄악에서 헤어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7장. 성욕(性慾)의 해악(害惡)
문 : 남자와 여자 사이 그리고 같은 종(種)의 동물들 사이에서 성적(性的) 이끌림을 유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들은 결코 이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답 : 성욕(性慾)은 어떤 책에서 발견되지도 않으며,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성욕은 남녀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고 그곳에 존재하는, 완강하게 부끄러운 줄 모르는 병(病)으로서, 이 저속(低俗)한 병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한바탕 그것에 지배되게 하고,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저속한 자기 자신이 되게 합니다. 성욕은 인간 남녀나 또는 동물, 국적, 사회적 지위 또는 나이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그 힘이 강하다면 성욕은 쉽게 세상에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약 그것을 억제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 안에 유지하는 마음이 불충분하다면, 성적 열망은 다룰 수 없는 홍수처럼 되어서 마음이란 둑을 범람한 뒤에 읍과 도시에 까지 퍼져나가서 그것이 지나간 모든 곳에 폐허만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그와 같은 상황은, 정확히 욕망이 지속적인 자양물과 원조 - 성욕의 질식시키는 영향력을 옹호할 힘을 끊임없이 주는 것들 - 를 받기 때문에, 항상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의 가슴 속에서 번성하고 [나아가] 전 세계에 걸쳐 거대한 황폐의 씨앗을 뿌려서 세계적인 불행을 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읍들과 도시들에서 일어나는 홍수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 홍수가 어떻게 사람과 그들의 소유물에 파괴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합니다. 반면에 아무도 사람들의 가슴을 삼켜버리는 성적욕망이라는 홍수에 주목하는 데는 흥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자신들의 소유물들이 1년 내내 밀어닥치는 그 홍수에게 약탈되도록 완전히 기꺼이 허용하면서 말이지요.
따라서 세상의 일들이 타락으로 진행하는 진짜 이유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성욕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이 이 상황에 공헌하고 있고 이 상황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주의를 이 진짜 원인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족(滿足)에 관한 어떤 진정한 의미도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남녀 그리고 모든 동물들에게 격렬한 충동을 지시하고, 서로들 간의 틈에서 그들이 발견하는 즐거움을 조장하는 것은 바로 성욕(性慾)입니다. 이것이 자연의 원리입니다.
이 밖의 어떤 것도 상호간의 애정과 상호간의 증오를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성욕이 자신의 기만적 책략을, 격렬한 끝맺음을 위해 사용할 때, 사람들은 사랑에 빠집니다. (모든 남녀간의 사랑의 시작은 성욕에서 비롯된다는 뜻) 그것이 자신의 사기성 계략을 증오와 화를 가져오는데 쓸 때, 그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싫어하고, 화내고, 서로를 해치게 됩니다. 만약 성욕이 사랑을 도구삼아 사람들을 조정하고자 한다면, 그땐 사람들은 서로에게 너무 이끌려서 그들을 떼어놓을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성욕이 사랑에 빠진 그 사람들이 증오와 화(火)의 영향 아래로 떨어지게 하고자 한다면, 그 땐 사람들은 꼭 그렇게 하고자하는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결혼하기 전엔 내내 사랑에 빠져 지냈던 남편과 아내 여러분, 여러분들 중에 서로 간에 다툰 적이 없는 분들이 있습니까? 여러분은 [출가자인] 나에게 그것에 대해 질문했습니다만, [사실은 오히려] 여러분이 출가자가 아는 것보다 이 문제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아야만 합니다.
문 : 예, 우리는 싸우는 게 싫증나서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을 때까지 싸웠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다른 문제로 싸우곤 합니다.
답 : 당신도 알다시피, 이것이 바로 세상의 성질입니다. 한순간에 애정이 있다가 다음 순간엔 마찰이, 화가, 증오가 있습니다. 비록 당신이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해도,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진지하게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까? 만약 그래봤다면, 그 일이 그리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노력조차 그것을 통어(統御)하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은 하루 세 번 음식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즉 아침에 당신은 싸우고, 오후에 당신은 싸우고, 저녁에 싸웁니다. 규칙적으로 도는 시계처럼.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다툼 끝에 이혼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아이들도 커다란 재난에 사로잡히게 내버려 둡니다.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그 이혼이라는 나쁜 업(業)의 짐을 져야만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이 타오르는 불꽃에 영향을 받습니다. 친구와 지인(知人)들도 그것이 너무 심한 일이기에 여러분과 거리를 두게 되지요. 양쪽이 그 논쟁점을 해결하는데 관심을 갖기로 가정한다면, 그들은 다툼은 나쁜 것이란 것을 알아채고는, 시작하자마자 멈춰서, 그리고 그 지점에서 그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러면 그 문제는 진정될 수 있으며, 그리하여 미래에는 그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화나 혐오감이 일어날 때, 먼저 당신이 [남편이나 아내와] 함께 했던 과거를 생각하십시오. 그리고나서 당신의 삶의 나머지 기간 동안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이제 이것을 막 일어난, [상대방을] 해칠 마음과 비교해 보십시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 문제를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대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그들이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고 우기는 데서 기인합니다. 자신이 옳은 지 그른지는 고려하지 않고, 그들은 자신 이외의 모든 가족 구성원들을 지배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건 참으로 이루기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오만(傲慢)은 퍼져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격분시키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화상(火傷)을 입을 때까지 태웁니다. 훨씬 더 나쁜 것은, 그들이 세상에 있는 그 밖의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그것은 손으로 대양(大洋)을 막으려는 만큼 불가능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생각과 행동은 엄격하게 피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러기를 고집한다면, 그런 행동들은 [누구보다 먼저] 여러분 자신의 몰락을 가져올 겁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남편이나 아내, 아이들, 아랫사람, 그리고 동료들을 다룰 때, 항상 정당한 행동기준을 고수하고 그것에 인도(引導)받아야 합니다.
이는 이치에 맞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그들과 상호작용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처럼 이치에 맞지 않음에 대한 잘못은 그들에게 있으며, 따라서 그 대가(對價)를 치러야 할 사람도, 지침(指針)이 되는 원리를 확고하게 고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그들인 것입니다.
주(註) : 性慾이란 무엇인가? ‘몸이 자기 자신이고 따라서 행복은 신체상의 감각만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예시되듯이, 성욕은 물질적인 몸을 수단으로 해서 즐거움과 자기만족을 찾는 욕망(慾望), 정확히는 갈망(渴望)입니다.
이 정신적 더럼을 추진력으로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구불만을 극복하려 꾀하고, 육체적 자극을 제1의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욕구불만 극복의] 실현 가능성을 발견하려 꾀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해서 갈망에게서 고삐가 풀리도록 허용한다면, 이 갈망은 오히려 훨씬 더 많은 갈망 - 마음을 영원히 배고파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태가 되게 하는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선점(先占)이 되기 십상입니다. 왜냐하면 육체적 욕망은, 어떠한 폭음폭식으로도 결코 만족케 할 수 없는 배고픔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만족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그 결과로서 오는 더욱 더 많은 고통을 경험합니다. 이 뿌리 깊은 성적 충동은 살아있는 존재를 감각적 세계[욕계(欲界)]에 묶어두는 주된 족쇄인 것입니다.
하지만, 만(Mun) 사장(師長)께서 여기서 지적하셨듯이, 성욕은 또 다른 보다 못된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격렬한 의도는 쉽게 호전적이고 폭력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육체적 자극을 향한 격정(激情)안에서 하나로 결합된, 탐욕과 혐오라는 번뇌는, 성욕이 가장(假裝)한 폭력과 결합하고, 그리하여 성욕은 다른 사람들을 위압하고 착취함으로써 성욕의 물릴 줄 모르는 배고픔을 만족시키려 애씁니다.
이렇게, 성교를 향한 열정[성욕(性慾)]과 권력을 향한 욕망[권력욕(權力慾)]은, 동일한 기본적인 갈망이 가진 두 가지 국면입니다. 전쟁과 살인에 대한 갈망, 고문과 모든 형태의 학대를 향한 갈망은 모두 성욕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욕은 우리를 인간계 아래의 영역 - 곧 악마, 귀신, 동물, 지옥 - 에 태어나게 하는 제일가는 요소인 것입니다.
9장. 사음(邪淫)을 훈계(訓戒)한 공덕(功德)
1
서신선(徐信善)은 양굉(楊宏)과는 글공부를 같이한 동창생이었다. 한 번은 둘이서 함께 과거시험을 보러 가서, 같은 집에 묵게 되었는데, 우연히 만난 고승(高僧)이 그들의 과상을 보더니 ‘양굉은 크게 존귀해지고, 서신선은 가난하겠다.’고 말해 주었다. 그날 밤 양홍은 묵고 있던 숙소에 있던 몹시 아름다운 처녀를 우연히 보고는 그만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막대한 뇌물을 써서 그녀와 간음(姦淫)을 계획했다. 이를 안 서신선이 그를 준엄한 말로 꾸짖으며 힘써 막았다. 그런데, 이튿날 그 고승이 서신선을 다시 만나더니, 크게 놀라면서 감탄하는 것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강한 음덕(陰德)의 무늬가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빈천한 운수가 부귀하게 바뀌었으니, 앞으로 크게 영달하겠소.”
그리고 이어서 양굉의 관상도 다시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찌 기색(氣色)이 어제만 훨씬 못하오. 서신선과 함께 두드러지기는 하겠지만, 명망(名望)의 차례가 조금 뒤떨어지겠소.”
과거급제가 명단이 발표되자 과연 스님의 예언과 같았다.
2
낙태를 하는 것은 부부간의 살생죄다. 닭이나, 오리, 물고기, 돼지, 소, 양 등의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무거운 죄다. 요즘 현대엔 낙태로 인한 질병이 많으며, 심장병이 가장 많고 여자들이 대부분 걸린다. 비록 국가 정책으로 인해 산아제한 때문에 낙태를 했다하더라도 낙태는 살생이므로 그에 따른 과보는 결국 자기가 받게 된다.
요즘엔 특히나 영혼들의 수는 넘치고 사람으로 태어날 기회는 적으므로 사람의 태(胎)에 들어온 영혼은 자신이 살해되면 그 원한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비록 직업상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낙태에 참여한 의사, 간호사 모두 그에 따른 과보를 피할 수 없다.
評 : 요즘엔 인터넷의 발달로 어린이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성인(成人) 사이트에 노출되어 있어, 옛날의 상황과는 또 크게 다릅니다. 노출될 기회뿐만 아니라 자극의 강도도 훨씬 심합니다. 따라서 그런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 받을 과보도 예전에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옛 성인(聖人)께서 말씀하시기를 번뇌는 물들기는 쉬어도 없애기는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를 이 윤회의 감옥에 묶어두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성욕임을 안다면, 이를 조장하는 행위가 바로 마왕(魔王)의 졸개들의 행위임을 알 것입니다. 성욕이 원인이 되어 살인까지 일어나기도 하고,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는 마음의 뿌리가 또한 성욕이라고 하니, 그 악영향이 미치는 범위가 광범위함은 재론(再論)할 필요가 없습니다.
3
석광(席匡)은 어려서부터 그 총명함이 특출했다. 하루는 어떤 관상 보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대의 관상을 보니, 세로 줄무늬가 입속으로 들어가니, 굶어 죽을 상(相)이요, 그 시기는 마땅히 내년이 되겠소.”
이 말을 들은 석광은 몹시 근심하였다. 그러던 중, 하루는 어떤 사람이 남의 정절에 관계되는 규방(閨房) 일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다. 석광은 정색하고 불끈 성을 내니, 이야기 하던 사람이 내심 부끄러워 슬그머니 말꼬리를 감춰, 그 일이 잠잠히 가라앉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석광에게는 아무 탈도 생기지 않고 편안하기만 하였다. 나중에 그 관상가를 만났는데 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그토록 큰 음덕을 쌓았소. 어떻게 타고난 상이 갑자기 확 달라질 수 있단 말이요?”
나중에 석광은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까지 올랐다.
4
가흥부(嘉興府)의 학교에 다니던 아무개 서생(書生)은 타고난 성품이 남의 허물을 숨겨 주고, 선행(善行)을 드러내어 칭찬해 주었다. 남의 집 자제나 친구들이 안방의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곧장 정색을 하고 호되게 꾸짖고 경고하였다.
10장. 건강 장수를 위한 권고
사음(邪淫: 부부이외의 성관계)에 관한 사례는 이미 충분하다. 그런데 부부 사이의 성관계라 하더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일년 가운데 부부 관계를 금하고 재계(齋戒)를 지켜야할 특정한 날이 있는 줄도 모른다.
사람의 기혈(氣血) 순환은 자연의 절기(節氣)와 서로 호응한다. 따라서 제 때가 아닌 때에 움직여 쏟으면, 남녀간의 혈기(血氣)가 다른 때보다 백 배 이상 손상된다. 또한 신명(神明)이 강림해 계시고 감찰(監察)하는 시기에 부부관계를 가지면 신명 모독죄에 걸려 복록이나 수명이 감소되기도 하고, 심하면 병에 걸리거나 요절하기도 한다. 겉보기에 아주 착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 그러한 화를 당하는 것이 흔히 이러한 까닭에서 비롯된다.
이제 여러 금기(禁忌)를 삼가 기록하노니,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볍게 여기지 말길 바란다.
1. 절제해야 할 기일(忌日)
① 종교상의 거룩한 날
? 10재일(齋日) : 매월 음력 1, 8, 14, 15, 18, 23, 24, 28, 29, 30일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계(戒)를 지녀서 복을 증장(增長)시켜야 마땅하다. (이상 10일은 천상(天上)의 신(神)이 인간세상을 감찰하는 날임) 특히 6재일(齋日)인 음력 8(약사유리광불), 14(현겁천불), 15(아미타불), 23(대세지보살), 29(약왕보살), 30(석가모니불)일에 쌓는 공덕은 특별하므로 이날만은 절제하고 오히려 경전을 읽거나 염불하여 복을 짓는 것이 마땅하다.
? 불교의 석탄일(釋誕日), 출가일, 성도일, 열반일
? 그 밖의 성현들의 축일(祝日)
② 절기상의 금기일
? 춘분 추분 하지 동지 때는 그 날을 포함한 전후 3일간 즉 7일간.(총 28일)
? 입춘 입하 입추 입동과 상원(上元: 음 1.15.), 중원(中元: 음 7.15.), 하원(下元: 음 10.15.) 초복 중복 말복
? 조상/친척의 기일(忌日), 부모의 생신, 자신과 배우자의 생일 등
③ 기상 천문(天文) 관련 금기일
몹시 덥거나 추운 날, 비바람 천둥치는 날, 일식(日蝕), 월식(月蝕), 무지개 뜬 날, 지진, 대낮, 별빛이나 달빛 아래 등.
④ 장소상의 금기
사찰 교회 등 거룩한 장소, 우물, 부엌, 화장실 부근, 폐허지, 무덤, 관 주위 등
⑤ 사람관련 금기 사항
1. 화 낸 뒤의 성관계는 간이 손상되어 병이 생긴다.
2. 장기간의 여행 전(前)이나 후(後)엔 금한다.
3. 취중(醉中)이나 포식(飽食) 후.
4. 빈 속에 하면 원신(元神)이 손상되고, 병이 나은 직후에 하면 병이 재발한다.
5. 임신 중에 하면 태(胎)가 손상되고, 출산 후엔 태독(胎毒)의 후유증으로 각종 질병이 나타나며, 아이의 심성에 영향을 미치고 자식이 박복해진다.
6. 산후 10일 안에 관계를 가지면 산모가 죽을 위험이 높고, 100일 안에 하면 산모가 발병하기 쉽다.
7. 생리 기간 중에는 남녀 모두 병을 얻기 쉽다.
8. 차가운 바닥이나, 얇은 이부자리, 찬바람이 들어오는 곳은 피한다.
9. 성교 직후엔, 애기가 울더라도 젖을 먹이면 안 되고, 선풍기와 같은 찬바람을 쐬거나 찬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찬 기운을 받으면 즉사할 수도 있다.
10. 하루 저녁에 두 차례 성교해서는 안 되고, 최음제를 먹어서도 안 된다.
11. 사정(射精)을 억지로 참아서는 안 된다.
12. 병중(病中)이거나 종기가 난 경우엔 절대로 성관계를 가지지 말라.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눈병이 낫지 않았거나 막 나은 때 성교하면 눈이 멀 위험이 아주 높다.
13. 신체가 허약하여 요양 중인 사람은 비록 원기를 회복하여 강건해졌더라도 1년간은 끊어야 한다. 병이 재발하면 사망할 위험이 많다.
14. 근육이나 뼈를 다친 경우에는, 다 나은 뒤에도 반년간은 성행위를 금해야 한다. 100일 안에 관계하면 죽을 위험이 높고, 반년 안에는 불구가 될 수 있다.
15. 지나친 근심, 걱정, 공포, 고통, 긴장 뒤에는 성행위를 피하라.
16. 중병에서 회복 중인 사람은 아예 끊는 게 현명하다.
이상 소개한 날들을 피하면, 탈 없는 날이 매달 6-7일이 되는데, 남자의 경우 7일 만에 정기가 회복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건강과 수명을 보전하려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한 달에 많아야 서너 차례의 부부관계에 그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정신이 강건하고 질병이 침범치 못한다. 정기(精氣)가 꽉 찬 사람일수록 성욕이 적고 그런 사람들은 아들이 많고, 자손의 신체도 반드시 강건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 전부터 성욕을 지나치게 부리고, 결혼해서는 말할 것도 없으니, 이 어찌 비통하고 안타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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