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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리지와 새...이향아 (낭송 :프레야)

황령산산지기 2015. 2. 8. 13:45
발바닥이야 
어느 박토 자갈밭에 묻었어도 괜찮습니다
정하게 씻은 두 손으로 
하늘을 맑은 물처럼 떠받들고 있기만 하다면
두 발목 정강이까지 
어느 진흙수렁 어둠 속을 헤맨들 어떻습니까 
힘줄 퍼런 두 팔을 뻗어서 
서로 어깨를 얽어 
멀리서 수런수런 다가오는 강물을 끌어안고 
새들이 종종거리며 둥지를 틀 수 있다면
과즙 붉은 열매가 
적막 위에 별 같은 씨앗을 품을 수만 있다면!
오다가다 궂은 일이 아주 없기를 바랄까만
이만하면 복입니다
과분한 덕입니다
입 속으로 읊조리던 내 희망이 
지금 막 무거운 껍질을 뚫고 
잎으로 나부끼고 가지로 흔들리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자꾸 미안한 일입니다
내 발바닥이야 
검은나락 깊은 울음 속에 파묻어도
나는 쭉지를 있는 대로 펴서 
이렇게 당신에게 닿아 있지 않습니까
출처 : 그날이 오면.....
글쓴이 : 솔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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