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스크랩] 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

황령산산지기 2015. 1. 28. 16:03

 

 

 

 

 

 

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드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 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의 풍경처럼 먼 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
시인, 소설가, 전 방송PD
출생    1955년 3월 22일 (만 59세), 대구 | 양띠, 양자리
데뷔    1976년 영남일보 '외로운 식물의 꿈' 등단
계명대학교 졸업

출처: Daum

 

김재진 시인은 몇의 나이에 이런 시를 썼을까?

 

마치 세상을 떠날 날을 받아놓은 외로운 노인처럼

내가 앞으로 이런 일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묻는 시인과 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중,장년들도 아마 적지 않으리라.

 

그러나 정작 나이 들어, 저 멀리 갈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

하늘의 날씨를 짐작하는 나이가 되면

 

입바른 말이 정말 사실로 나타날까 두려워 말을 조심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늙으면 죽어야지... !’ ‘이 꼴 저 꼴 뵈기 싫어 어서 떠나야지.... !’

이런 말들을 입 밖에 내놓기가 두려워진다.

 

내 이 세상을 구차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남들은 가진 것 모두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살아간다 하는데

나는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 버리며, 無常, 無念으로 살겠다고 객 적은 말

씨부렁거리던 치기로 버틴 지난 날들이 그 얼마만큼 이었을까?

 

이쯤에서 되돌아보면 참으로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가진 것 하나 없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던 사람처럼

이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살려 합니다라고 말을 했었다니.....

 

! 이제는 지난 날 하찮게 여겼던 모든 것과

미망을 헤매였던 어지러운 날들을

고적한 산촌에서 성찰하며 언제일지 모를

나의 날에 부끄럽지 않도록 나를 성찰하며

내 그림자가 내 키의 얼마만큼 인가를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茶軒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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