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드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 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의
풍경처럼 먼 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 시인은 몇의 나이에 이런 시를 썼을까?
마치 세상을 떠날 날을 받아놓은 외로운 노인처럼
‘내가 앞으로 이런 일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묻는 시인과 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중,장년들도 아마 적지 않으리라.
그러나 정작 나이 들어, 저 멀리 갈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
하늘의 날씨를 짐작하는 나이가 되면
입바른 말이 정말 사실로 나타날까 두려워 말을 조심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늙으면 죽어야지... !’ ‘이 꼴 저 꼴 뵈기 싫어 어서 떠나야지.... !’
이런 말들을 입 밖에 내놓기가 두려워진다.
내 이 세상을 구차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남들은 가진 것 모두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살아간다 하는데
나는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 버리며, 無常, 無念으로 살겠다고 객 적은 말
씨부렁거리던 치기로 버틴 지난 날들이 그 얼마만큼 이었을까?
이쯤에서 되돌아보면 참으로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가진 것 하나 없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던 사람처럼
‘이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살려 합니다“라고 말을 했었다니.....
아! 이제는 지난 날 하찮게 여겼던 모든 것과
미망을 헤매였던 어지러운 날들을
고적한 산촌에서 성찰하며 언제일지 모를
나의 날에 부끄럽지 않도록 나를 성찰하며
내 그림자가 내 키의 얼마만큼 인가를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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