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스크랩] 달빛과의 춤을

황령산산지기 2015. 1. 12. 15:03

달빛과의 춤을

 

스며드는 빛은

맑고 깨어질 것 같은 유리알 모양의

찬란한 빛

거울 같은 하늘에 새하얀 구름 한 점

미끄러져가는 달과 구름이

서로 밀고 땅기며 숨바꼭질 한다

소리는 멎고

어둠이 훔쳐보는 뜰엔

적막한 침묵만이 드리워져

고요한 시간의 섶에 숨어들어선

나를 겨냥한다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달빛의 짓누름에서

내 온몸이 움츠려지고

스쳐오던 바람마저 어디론가 숨어버려

나는 지금

홀로다

 

달빛이 잦아들어

창문을 관통해버린

이제 창문마저 가려주지 못하는 온통 달빛 세상에서

나와 달빛은

서로 마주하고

나는 밖으로 이끌리고

달빛은 안으로 들라하고 그렇게 서로는

발끝을 맞추며

이 한밤의 차디찬 침묵과 고요, 아늑함의 리듬마저도

모두 모두 다 모아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은 다 동원해선

끝없이 빠져 들어가는 고요의 은반위로

우리는 어느새 한 쌍의 발레(Ballet)와 발레리나 되어

세상 밖과 세상 안으로 넘나들며

벌 나비 같이

뜰에서 뜰 밖으로, 다시 안으로

그리고 달빛어린 동산으로 그렇게, 그렇게 오가며

원 없이 춤추었다오

달빛 저 청순(淸純)한 아름다움이

나를 고요의 뜰로 몰아가 휘 묻고선

이 적막하고 고독한 밤을 자꾸만 출렁이며.

 

 

2015.1.11. 00:50-01:12

출처 : 시인의 파라다이스
글쓴이 : 곽현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