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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해의반박(解衣槃礴)...이라.

황령산산지기 2014. 12. 6. 11:53

 

 

 

 

 

解衣槃礴[해의반박] ...이라.

 


 송나라 원군元君은 그림을 좋아하고

 몸소 궁중의 화원 화가를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원군이 화가들을 소집하자 모두 약속 장소에 나와

 먹을 갈며 그림 그릴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 화공이 늦게 도착한 뒤, 사과를 하거나

사정을 말하지도 않은 채 지시 사항을 전달받고서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원군은 그 화공의 행동이 너무나도 뜻밖이었기에

호통을 치지도 못하고 그냥 멍하니

 사태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정신을 차린 뒤에 사람을 시켜

숙소안의 화공이 무엇을 하는지 염탐하게 했습니다.

 


그는 방안에 들어가서

 “해의반박라解衣槃礴臝”했습니다.

 해의는 입은 옷을 풀어헤쳐서 몸놀림이 가볍다는 뜻이고,

 반박은 다리를 쭉 뻗어서 아무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고,

 라는 풀어헤친 옷을 아예

 방바닥에 집어던지고 발가벗고 있다는 뜻입니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원군과 그가 소집한 화가들은

무슨 행사를 치르는 듯이 모여서

순서에 따라 먹을 갈고 있습니다.
늦게 온 화가는 먼저 와 있던 화가들이 틀에 얽매여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치르는 것입니다.

반면 ‘해의반박’은 그림 이외의 것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그림을 자유롭게 형상화하려는 정신을 나타냅니다.
요즘 홍콩과 런던 등 세계의 곳곳에서

승객이 지하철을 내려 계단과 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한 뒤에 다음 전철역에서 앞서 내렸던

차에 다시 올라타는 대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하철과 사람의 달리기 대결은 화공이

‘해의반박’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닮아있습니다.

지하철을 놀이의 대상으로 보는 것처럼

 해의반박도 그림을 형식으로부터

 벗어나 유쾌하게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를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로 만난다면,

 ‘해의반박’과 같은 유쾌한 반란이 많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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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목요일 [세월부대인]

 

첨부파일 해의반박(解衣槃礴).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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