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승불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인생이 덧없는 고통의 바다임을 먼저 강조한다.
그러나 사실 그 고통의 세계는 전적으로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며,
일단 생각이 일어나면 삶과 죽음이라는 상대적 세계가 나온다.
결국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생각을 끊어 상대적 세계에서 영원 불멸의 절대적 세계,
즉 열반을 얻어야 한다.
열반의 세계에는 삶과 죽음도, 오고 감도, 오르고 내림도 없다.
완벽한 평화와 축복만이 있다.
이 완벽하게 텅 빈 세계에 도달하는 것이 소승불교 가르침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에 비해 대승불교는 '공'(空), 즉 본래 이 '나'라는 것은 없다는
소승불교의 가르침이 끝나는 지점에서 곧바로 시작한다.
소승불교가 '모든 것이 고통'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 공, 열반의 세계에서
끝난다면 대승불교는 소승불교의 종착점인 공(空)에서 출발한다.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는 것을 말한다.
해, 달, 별 모든 것이 그대로 공하며 고통과 행복도 그대로 공하다.
이렇게 따지면 공하지 않은 것이란 없다. 이런 말이 있다.
"각각 완전한 존재이며 각자가 일체를 갖추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안과 밖이 따로 없으며, 주체도, 객체도 없다.
우리 자신이 온 우주이며, 온 우주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이것을 '절대의 세계'라 부른다. 절대란 '완전한' 것이며,
진리의 세계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모든 생각을 끊는다면 '나'라는 것이 없어진다.
'나'라는 것이 없으면 우리 마음은 거울과 같이 맑게 된다.
거울은 단지 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푸르며 개는 멍멍 짖는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진리의 세계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이 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완전한 진리의 세계를
얻는다는 것을 말한다. 하늘은 푸르다. 이것은 진리이다. 설탕은 달다.
이것 역시 진리이다. 지금 이 순간 바람이 나무를 흔들고 있다.이것도 역시 진리이다.
모든 것이 진리이다. 참선 정진을 통해 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산은 산, 물은 물' 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부처님은 우리가 이 지점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셨다.
자, '산은 산, 물은 물' 이라는 진리의 세계를 얻었다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진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하여 '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간다.'
이 말은 진리를 우리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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