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스크랩] 친구야 막걸리 한 잔 하자구나

황령산산지기 2014. 10. 27. 16:26
친구야 막걸리 한 잔 하자구나




사람은 같은 사물을 봐도 그 때의 기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꽃을 보더라도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면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보더라도 아름답지 않고

마음에 안 찰 때가 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라도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 보면 소원해 지고

마음의 이미 저 멀리 가 있음을 알고

그것이 진정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닌데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의 무심함에 독침을 맞은 양 파르르 떠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이라도 먹어야지.

식사를 한다고 해서 몇 인분의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니요

王侯將相과 같이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닐 진데

왜 한 끼 식사 하는 것조차 소홀이 했을까?

어리석은 사람아.

그리고 후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친구를 만나는 일은 영혼이 맑은 물을 마시는 것처럼

시원한 것이거늘 어찌 잊었단 말이냐.

인생을 살찌우는 일은 어디 큰일을 하는 데에만 있다더냐.

그저 마음먹기 하나에 달렸듯이 쉽고도 어렵다네.

친구의 사귐도 이와 마찬가지라네.

易地思之가 되어 보아여 친구의 마음을

줄줄이 읽어 내려 갈 수 있는 것이다.

易地思之란 이런 것이다.

오하이오 주에 사는 스티븐 슐츠부부는

결혼 6주년 기념 외식을 하러 한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그리고 식사비를 계산하면서 음식 값의 150%가 넘는

100달러를 팁으로 놓고나왔다.

결혼기념일 분위기를 뛰 워 준 때문이 아니었다.

물 좀 달라고 했더니 20분, 前菜 요리는 40분,

주 요리는 1기간도 더 지나서 놓고 갔다.

그런 형편없는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참아냈다.

이 식당은 일손이 너무 부족했다.

웨이터 1명이 아무리 미친 듯 뛰어다녀도

홀로 12테이블 손님들 시중을 혼자 감당하기 턱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 웨이터는

어느 테이블에서도 짜증 난 듯 행동하지 않았고

연신 기다리시게 해 죄송하다며 이리 뛰도 저리 뛰었습니다.

부부는 영수증 귀퉁이에 메모 하나를 남겼습니다.

우리도 당신 입장이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그래요. 우리는 누군가의 신발을 신는 입장이 되어 봐야 합니다.

( be in somebody's shoes )이것이 역지사지며

우리가 잘 나갈 때는 남이 힘든 상황을 흔히 잊고 지나기가 쉽습니다.

내 친구 중 이런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자타가 인정하는 건강한 친구입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더니 불편한 몸이 되었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으나 다행히 평소에 건강한 편이고

불굴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하여

비록 정상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보통 풍을 맞은 사람보다 훨씬 건강한 편이며

행동이 다소 느리기는 하나 걷는데 큰 지장이 없고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진정한 친구라면 이럴 때 일수록

좀 더 깔끔히 소리가 나지 않게 챙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내가 아플 때 그렇게도 끔찍이 챙겨주었는데

나는 그를 챙겨주기는커녕

안부조차 묻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 되고 말았으니

그동안 얼마나 서운해 했을까 미안하기 짝이 없다.

가을이 되고 낙엽이 굴러다니면

누구나 생각나는 잊지 못할 친구가 있게 마련입니다.

몇 년 전 친구의 아픔도 모른 채

이 세상을 떠내 보낸 친구가 있었습니다.

왜 그 친구가 가을이 되면 이렇게 아련하게 생각이 나는지.

살아 있을 때 좀 더 잘해 줄 것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그 친구는 인생의 황혼 길에서 여행의 길나장이가 되어

길 위에서 때로는 여러 곳을 들고 나며

추억의 편린들을 쓸어 담곤 했습니다.

그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 모두가 이미 피안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일 뿐

현실에서는 잡아보고 만져보고 싶어도 잡혀지지 않는

고된 작업이 될 줄이야 그 때는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날 더듬어 보는 내 마음 아쉬울 뿐

지나간 건 이미 지나간 일일 뿐

지금은 다소 몸이 불편하여 옛날과 같지 않더라도

내 옆에 가까이 있는 내 친구가 더 귀하고 소중합니다.

불가에서는 아무리 작은 만남이라도 소중한 인연이라 하였거늘

하물며 수십 년의 동창으로서 끈끈한 인연이라면

그 정은 어이 말로 표현하리.

사람이 사는 것은 주위에 분들과 정을 나누는 일입니다.

그런 귀한 친구 상당한 기간 내 안에서 몰아내었다니...

이번엔 꼭 잊지 않고 찾아보리라.

그것이 내 삶에는 기쁨이 되고 그의 삶에는 용기가 되고

조금이라도 과거의 빚을 갚아나가는 하나의 밀알이 되었으면...

그리고 내가 아직도 당신을 잊지 않고 있음을 각인시켜 주리라.

가을이 고독 속에서 농 익어가고 있습니다.

내 마음의 외침이 고독에 잠 못 이루는 밤에

멀리서 들려오는 다듬이 방망이 소리같이

당신의 마음속에 맑고 청아하게

울려 펴졌으면 얼마나 좋으리.

날이 점점 쌀쌀해 집니다.

친구야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끈한 순대 국과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 하며 도란도란 옛 이야기 나누며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 우정으로 남도록 하자구나.

내 너 그동안 챙겨주지 못 했을망정

군불 짚인 따듯한 아랫목처럼

항상 따듯하고 평안 한 날이 되기를...

친구야 추운데 조심 하고 건강 하게나.




2014년 10월 26일


 

출처 : 아코디언 음악 사랑
글쓴이 : 박승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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