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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거지에게 온정을 베푼박문

황령산산지기 2014. 10. 4. 07:11

거지에게 온정을 베푼박문수

거지에게 온정을 베푼박문수

암행어사 박문수가 거지꼴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던 때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서 주막에

들었는데, 봉놋방에 턱 들어가 보니

웬 거지가 큰 대자로 퍼지르고

누워 있었다. 사람이 들어와도

본 체 만 체, 밥상이 들어와도

그대로 누워 있었다.

거, 댁은 저녁 밥을 드셨수?„

아, 돈이 있어야 밥을 사 먹지.„

그래서 밥을 한 상 더 시켜다

먹으라고 줬다. 그 이튿날 아침에도

밥을 한 상 더 시켜다주니까 거지가

먹고 나서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댁도 거지고 나도 거진데,

이럴 게 아니라 같이 다니면서

빌어먹는 게 어떻소?„

박문수도 영락없는 거지꼴이니

그런 말 할만도 하다. 그래서

그 날부터 둘이 같이 다녔다.

1:세사람 살려주고 사례로받은 백냥

제법 큰 동네로 들어서니 마침

소나기가 막 쏟아졌다.

그러자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동네에서 제일 큰 기왓집으로

썩 들어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지금 이 댁 식구 세 사람 목숨이

위태롭게 됐으니 잔말 말고

나 시키는 대로만 하시오.

지금 당장 마당에 멍석 깔고 머리

풀고 곡을 하시오.„

안 그러면 세 사람이 죽는다고

하니 시키는 대로 했다.

그 때 이 집 남편은 머슴 둘을

데리고 뒷산에 나무 베러 가있었다.

어머니가 나이 아흔이라 미리 관목

이나 장만해 놓으려고 간 것이다.

나무를 베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오자 비를 피한다고 큰

바위 밑에 들어갔다.

그 때 저 아래서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가 들려왔다. 이크,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나 보다.

얘들아, 어서 내려가자.„머슴 둘을

데리고 부리나케 내려오는데 뒤에서

바위가 쿵 하고 무너져 내렸다.

간발의 차이로 위험을 모면하고

내려온 남편은 전후 사정을 듣고

거지한데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우리 세 사람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겠소?

내 재산을 다 달란대도 내놓으리다„

아, 정 그러면 돈 백 냥만 주구려.„

그래서 돈 백 냥을 받았다. 받아서는

대뜸 박문수를 주는게 아닌가.

이거 잘 간수해 두오. 앞으로

쓸데가 있을 테니.„

박문수가 가만히 보니 이 거지가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시키는 대로 돈 백 냥을 받아서

속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다.

2:7대독자 구해주고 사례로받은 백냥

며칠 지나서 어떤 마을에 가게 됐다.

그 동네 큰 기와집에서 온 식구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거지가 박문수를 데리고 그집으로

쑥 들어갔다. 이 댁에 무슨 일이

있기에 이리 슬피 우시오?„

우리 집에 7대독자 귀한 아들이

있는데, 이 아이가 병이 들어

다 죽어가니 어찌 안 울겠소?„

어디 내가 한 번 봅시다.„

그러더니 병 든 아이가 누워 있는

곳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사랑

채로 들어가선 주인에게 말했다.

아이 손목에 실을 매어 가지고

그 끄트머리를 가져오시오.„

미덥지 않았으나 주인은 아이 손목

에다 실을 매어 가지고 왔다.

거지가 실 끄트머리를 한 번 만져

보더니 뭐 별것도 아니구나. 거

바람벽에서 흙을 한줌 떼어오시오.„

바람벽에 붙은 흙을 한줌 떼어다

주니 동글 동글하게 환약

세 개를 지었다. 주인이 약을 받아

아이한테 먹이니 다 죽어가던

아이가 말짱해졌다.

주인이 그만 감복을 해서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7대독자 귀한 아들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내 재산을

다 달란대도 드리리다.„ 아,그런 건

필요 없고 돈 백냥만주구려.„

이렇게 해서 또 백 냥을 받아

가지고는 다시 박문수를 주었다.

간수해 두오.앞으로 쓸데가 있을거요.„

 

3:묘자리 봐주고 사례로 받은백냥

며칠 가다가 보니 큰 산 밑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웬 행세 깨나 하는

집에서 장사 지내는 것 같았다.

기웃기웃 구경하고 다니더니 마침

하관을 끝내고 봉분을 짓는 데 가서

에이, 거 송장도 없는 무덤에다

무슨 짓을 해?„하고 마구 소리를 쳤다.

일하던 사람들이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네 이놈, 그게 무슨 방정맞은 소리냐?

그래, 이 무덤 속에 송장이

있으면 어떡할 테냐?„

아, 그럼 내 목을 배시오. 그렇지만

내 말이 맞으면 돈백냥을 내놓으시오„

일꾼들이 달려들어 무덤을 파헤쳐

보니, 참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과연 송장 든 관이 없었다. 내가 그걸

찾아 주려고 온 사람이오. 염려 말고

북쪽으로 석자 세 치

떨어진 곳을 파보시오.„

그 곳을 파 보니, 아닌게 아니라

거기에 관이 턱 묻혀 있었다.

여기가 명당은 천하 명당인데 도둑혈

이라서 그렇소. 지금묻혀 있는

곳에 무덤을 쓰면 복 받을 거요.„

이렇게 해서 무사히 장사를 지내고

나니, 상주들이 고맙다고 절을

열두 번도 더 했다.

묘자리를 이렇게 잘 보아 주셨으니

우리 재산을 다 달란대도

내놓겠습니다.„ 아, 그런 건 필요

없으니 약속대로 돈 백냥만 주구려.„

그래서 또 돈 백냥을 받았다.

받아 가지고는 또 박문수를 주었다.

“이것도 잘 간수해 두오. 반드시

쓸데가 있을 거요.„

4:백일 정성 끝에 마련된 삼백냥

그리고 나서 또 가는데, 거기는 산중

이라서 한참을 가도 사람 사는

마을이 없었다. 그런 산중에서 갑자기

거지가 말을 꺼냈다.

자, 이제 우리는 여기서 그만 헤어

져야 되겠소.„ 아, 이 산중에서

헤어지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오?„

염려 말고 이 길로 쭉 올라가시오.

가다가보면 사람을 만나게 될 거요.„

그러고는 연기같이 사라졌다.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한참 동안 올라

가니 고갯마루에 장승 하나가 딱

버티고 서 있었다.

그 앞에서 웬 처녀가 물을 한 그릇

떠다놓고 빌고 있었다. 장승님 장승님,

영험하신 장승님. 우리 아버지 백일

정성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한시

바삐 제 아버지를 살려 줍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박문수가 무슨 일로 이렇게 비느냐고

물어보니… 처녀가 울면서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관청에서 일하는 심부

름꾼이온데, 심부름 중에 나랏돈

삼백 냥을 잃어버렸습니다.

내일까지 돈 삼백 냥을 관청에 갖다

바치지 않으면 아버지 목을 벤다는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여기서 백일

정성을 드리는 중입니다.„

박문수는 거지가 마련해 준 돈

삼백냥이 떠올랐다. 반드시 쓸데가

있으리라 하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로구나 생각했다. 돈 삼백 냥을

꺼내어 처녀한테 건네줬다.

자, 아무 염려 말고 이것으로 아버지

목숨을 구하시오.„ 이렇게 해서

억울한 목숨을 구하게 됐다.

그런데 그 처녀가 빌던 장승이 비록

나무로 만든 것이지마는 가만히

살펴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아까까지 같이 다니던 그 거지

얼굴을 쏙 빼다 박은 게 아닌가!

 

={펌해 온 글}=

 
출처 : 화 목 한 사람들
글쓴이 : 淸 山 (김 형 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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