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어디서 오는가.
<2019~김정섭>
네가 떠난 후
세상의 모든 슬픈 음악들은
나에게로 와 울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슬픔으로 바뀌고
지고 피는 꽃들이 다 그러하고
해질녘에 서면
눈시울 붉은 저녁놀이 그러하고
속절없이 오가는 계절의
언저리가 그러하고
서러운 세월을 싣고
유배지까지 흘러들어 온
강줄기가 그러하다.
그 때,
가끔 네가 말하던
그 먼 훗날,
내가 지금
그 먼 훗날에 와서도
이 모든 슬픔이
팔 벌리고 한사코 너의 앞을
가로막지 못 했던
나에게,
그런 나에게 아직도
끼니때가 닥치면
목구멍에 이팝나무 꽃입 같은
흰 밥알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다.
목구멍에 밀어넣던
흰 밥알들이
이팝나무꽃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계절은
더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