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榮辱)의 세월
석랑 조윤현
설악산 마루에 저무는 황혼은
동해 바람 따라 사라져 가는데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은
영욕(榮辱)의 세월과 함께
어디로 마냥 흘러가려는가?
생사는 다르기도 하다지만
왠지 늙으면 갈 곳도 없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 나날들
가난과 병고에 편안한 날 없어
하염없이 한숨만을 내어 쉰다.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세월,
내 인생은 가을을 지나서
어느새 엄동설한으로 가는데
오늘은 영원한 집을 지어본다.
동서고금의 성직자는 생전에
덕과 선행으로 명성을 남기지만,
보통사람은 하루살이 삶 마냥
바람처럼 덧없이 사라져 갈 뿐,
영욕의 세월만 탓하려 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