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려웠던 피난 시절,
봄 날 언덕에서 나물캐던 처자에게 마음을 뺏긴 젊은 군인이
있었답니다
수줍던 열여덟 그녀는
입 하나 덜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그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는군요
첫아이가 생기고...
이렇게 사는것도 숙명이려니 그녀는 겸허히 받아 들였답니다
종가집 장손으로 부모님과 형제들을 북에 두고온 그 남자는
술에 취해 들어오는 일이 점점 늘어났고
한때 생활은 더욱 더 힘이 들어갔습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자락 하지 못했던 착한 그녀와
눈 속이는 일은 죽어도 못했던
정직한 그 남자는 그렇게 가난했지만 열심히 살았다네요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큰 병을 얻었습니다 고쳐 줄 수도 없고,
고생만 시킨 자신이 원망스러워
남자는 깊은 한숨만 내 쉴 뿐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그녀보다
혼자남아,
밤마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낸 그 남자 외로움을 많이 타 멀리
가는 길. 혼자 보낼 수 없다고 말하던 그 남자...
그녀가 이 세상을 져버린 어느 겨울 날 그남자도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희 부모님이 남기고 가신 인생의 흑백 사진
입니다
작은 오해와 ,
채울 수 없는 욕심으로 도저히 함께 살아 갈 수 없을것 같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요즘의 부부들
제 자신과
그만 살기로 하루에도 수십번 작심하는 그 분들께 들려 드리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하늘가에서 나란히 손잡고 계실 부모님.. 처음 만나신
봄 날의 따스함 속에서 영원히 행복 하시리라 믿기에
저는 오늘도
많은 눈물을 흘리진 않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좋은생각=